한 주간도 안녕하셨습니까? 연일 무더운 날씨로 인해 쉬이 피로해집니다. 야외에서 땀을 흘리며 일을 해야 하는 주민들은 탈진을 막기 위해 소금을 먹습니다. 저도 고성으로 이사를 와서 처음 본 광경이라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보았습니다. 기사에는 이미 한국인은 권장량을 넘어서는 염분을 섭취하기 때문에 따로 소금 섭취가 필요하지 않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낮 시간 내내 더위 속에서 땀을 흘리는 주민들은 경험상 소금 섭취가 꼭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야외에서 일하지 않는 제가, 옷이 하얗게 되도록 땀을 흘리는 주민들의 선택을 판단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무더위에 모두들 건강을 잃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두 주 전에 사회복지기관들이 연합하여 산불피해 주택 주변을 정리하는 자원봉사를 하였습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지 시간이 오래 지났지만 화재로 타버린 주택들은 아직 다 정리되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제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고 이재민들에게는 컨테이너 임시주택이 주어졌기에 생활이 안정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봉사 활동을 가보니 (피해를 입은 주택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검게 탄 채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미리 자원봉사자가 올 것이라는 안내를 받은 집주인 아주머니가 인기척을 느끼고 임시거주시설인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나와 반갑게 저희를 맞이하셨습니다. 임시주택은 촌락을 이루어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생활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타버린 주택이지만 그 옆에 컨테이너를 두고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차마 집을 떠날 수가 없어 곁을 지키는 것입니다. 아주머니는 연신 감사하다며 직접 기른 자두와 마실 수 있는 물을 가져다 주셨습니다.

   아주머니의 환대를 받으며 봉사단이 가장 먼저 시작한 작업은 유리를 줍는 것이었습니다. 피해주택은 2층 건물이었고, 주택을 둘러싸고 있던 유리창들이 뜨거운 불에 깨지고 녹아 건물 안팎으로 흩어져 있었습니다. 시작은 두렵지 않았기에, 방진복을 입고 마스크와 장갑을 낀 봉사단은 각자 포대를 하나씩 들고 바닥에 수북이 쌓인 유리를 줍기 시작했습니다. 유리들은 녹아서 모양이 기하학적으로 어그러지거나 작은 조각이 되어 흩어져 있었고, 줍다 보면 마치 노련하게 제련한 것 같은 둥근 구슬 모양의 유리들도 있었습니다.

   여러 날 비를 뿌리며 흐리던 고성은 그날따라 무척 더웠습니다. 야심차게 시작한 자원봉사가 두 시간을 넘길 즈음 저는 현기증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바닥에 앉아 하염없이 유리를 주우며 햇빛을 받고 있자니 일어설 때마다 눈앞이 흐려졌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저만 쉬러 갈 수도 없었습니다. 어지러운 사람은 바로 그늘로 가서 쉬라며 자원봉사를 기획한 이가 연신 안내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봉사자들은 땀을 흘리며 현기증을 이기고 유리 정리를 지속 했습니다. 도저히 견디기 힘든 이들은 건물 내부로 이동하여 철제를 줍고 재를 치웠습니다. 체력이 약해진 것인지 무더위가 심한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지만 고작 몇 시간을 일하고 숨을 헐떡대던 저는 식사 시간을 알리는 누군가의 외침에 환호했습니다.

   주민들이 농사를 짓고 뱃일을 하고 예초작업을 한다고 할 때 무더위 속에서 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사실 저는 잘 몰랐습니다. 혹은 잘 알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자원봉사라는 짧은 시간의 노동으로 깨달았습니다. 사무작업이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전문성이 필요하고 강철 체력도 필요합니다. 만약 지금이 농경 사회라면 저는 아마도 직업세계의 낙오자가 되었을 것입니다. 염분과 수분을 보충해가며 열심히 일하고 삶을 꾸려가는 이웃들의 의지에 박수를 보냅니다.

    산불피해로 집을 잃은 이들에게 화마의 악몽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고작 몇 시간 자원봉사로 이재민 한 사람인들 제대로 위로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봉사자들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정리와 청소가 아니라 관심과 연대의 마음입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산불피해 가정들을 위해 자원하여 일하고 다양한 도움의 손길을 보내왔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서로에게 따듯한 이웃이 되어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제가 힘들 때 누군가는 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가 힘들 때 저도 그 사람의 이웃이 되어 주고 싶습니다. 우리 안에 있는 이 정결하고 친절한 마음, 바로 하나님의 형상일 것입니다. 오늘 하루, 부모 되신 하나님을 닮아 이웃의 아픔에 넉넉히 손 내밀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