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숨 쉬는 것,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 비가 오고 해가 비취는 것, 씨앗을 심으면 먹을 것이 달리는 것 등등 우리는 이런 것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은 어제와 같은 상황이 오늘도 전개될 것이라는 전재아래만 당연하다.

물고기는 연못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자유롭게 헤엄쳐 갈 수 있다. 연못에 가득 찬 물과 다양한 먹이들이 물고기에게 당연하다. 숲 속의 호랑이는 어디를 가든 거칠 것이 없다. 호랑이를 보고 벌벌 떠는 사냥감, 나무들이 내뿜어 주는 신선한 공기, 이런 게 호랑이에게는 당연하다.

하지만 그물에 걸린 물고기가 물 밖으로 올려졌을 때, 바닥없는 늪에 잘못 발을 들인 호랑이가 늪에 가라앉아 버렸을 때, 그들의 것은 당연하지 않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실은 당연한 게 아니다.

부모의 보호 안에 지내는 자녀, 현장에서 일하는 직장인, 국가의 일원으로 권리와 자유를 누리는 국민, 평소에는 부모와 직장과 국가에 고마움을 느끼지 않는다.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을 한 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언덕 위의 하얀 집이 있다. 우리 교회다. 우리 성도들은 당연히 교회가 거기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당연함이 사라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런 날이 안 오길 기도한다.

한 아이가 행복의 조건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여러 사람을 만나 행복이 무엇인지 물었다. 거리를 지나다 구걸하는 거지에게 물었다. 거지가 대답했다.

“당연히 돈이지. 많은 돈을 가지고 큰 집에서 깨끗한 옷과 좋은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하겠어.”

이번에는 부와 명예를 가졌지만 건강이 좋지 않은 노인에게 물었다. 그가 말했다.

“젊고 건강한 몸이 진정한 행복이야. 내 팔다리로 마음껏 뛰고 달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최고의 행복이야.”

같은 질문에 대해서 젊고 건강하지만 결혼하지 못한 군인이 말했다.

“따뜻하고 화목한 가정이 제일 중요하지.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언제나 함께할 아내와 귀여운 재롱둥이 아이가 있으면 행복할 거야.”

남편과 함께 다섯 아이와 생활하는 여성이 말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가족도 잠시 잊고 나만의 평화로운 시간을 가지면 행복할 거야.”

아이는 자신에게 없는 것들이 행복의 조건이란 걸 알았다. 비극적인 이야기다. 있는 걸 감사하기보다 없는 것만 바라보는 인생이 얼마나 고달플까. 그래서 행복은 저만치만 달려가는지 모른다. 지금 내게 있는 것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에 행복하지 않다.

예외 없이 우리는 알몸으로 이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부족할지라도 지금 무엇인가 누리며 산다.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자. 행복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지금 가지고 있거나 누리고 있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고 깨닫는 순간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다.

▲ 김학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