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도 안녕하셨습니까? 아이들이 여름방학을 시작했습니다. 큰아이는 올해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캠프에 참여하게 되었고, 작은아이는 방학 2주 동안 축구 수업이 있어 두 아이 모두 땀 흘리는 여름 방학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주 방학을 앞두고 분교에서는 ‘여름 달빛캠프’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1박 2일로 학교에서 캠프를 하고 학부모는 캠프 첫날 오후 시간을 함께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첫날 학부모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봄에 심어둔 감자 캐기, 요리 경연대회, 작은음악회 및 캠프 파이어 등이었습니다.

   감자 캐기는 생각보다 수월했습니다. 감자를 심을 때 비닐로 바닥 덮기를 해두었고 한동안 날이 흐려 흙에 수분이 많은 상태여서 감자 줄기를 잡아당기기만 해도 감자가 우수수 딸려 나왔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심은 감자들이 그렇게 잘 자란 것을 보니 저도 신기했습니다. 아마도 분교 선생님과 아이들이 부지런히 돌본 덕분일 것입니다. 조별로 봉지마다 가득한 감자를 앞에 두고 아이들은 개선장군 같은 표정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감자를 수확한 후 시작된 요리 경연대회는 조별로 미리 계획한 요리를 아이들이 하는 것이었습니다. 재료는 선생님들께서 미리 구매해서 조별로 나누어 주었습니다. 볶음밥과 계란국, 감자튀김, 카나페, 햄버거, 감자전 등등 아이들은 최선을 다해 요리하였습니다. 요리가 끝난 후에는 심사위원 선생님들의 시식이 있었는데, 시식 후 평가가 마치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한 장면처럼 사뭇 진지하여서 아이들과 학부모는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의 시식이 끝난 후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음식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다른 조의 친구들이 만든 음식들도 맛보느라 분주히 뛰어다녔습니다. 그리고 요리 경연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본교의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도 오셔서 행사에 참여하였습니다.

   해가 지기 전 시작된 장기자랑은 피아노와 리코더 연주, 댄스, 우쿨렐레 합주, 뮤지컬 댄스와 노래, 시 낭송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두 시간에 걸쳐서 진행되었습니다. 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야외무대는 선생님이 인근 학교에 대여해 온 조명과 오디오 시스템, 아이들의 발표를 위한 악기 설치 등으로 아주 특별한 시골 공연장이 되었습니다. 부모님과 조부모님, 본교 선생님들을 모시고 진행된 발표회는 아이들이 한 학기 동안 갈고닦은 예술적 기량을 마음껏 뽐내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모든 학부모는 발표회의 한 장면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하며 아이들이 학교에서 알차고 행복하게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지만,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학부모를 초청하여 아이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준비한 그 용기와 노고에 감사했습니다.

   발표회가 끝난 후 아이들은 조별로 담력체험을 다녀왔습니다. 담력체험의 내용은 단순했습니다. 두 분의 선생님이 컴컴한 시골 길가에 숨어 아이들이 조별로 오면 두려운 분위기를 조성하였고 아이들은 “조금 무서웠지만, 너무 재밌다.”라며 좋아했습니다. 사실 제 생각에는 아이들보다 두 분 선생님이 더 무서우셨을 것 같습니다. 컴컴한 숲길에 혼자 서서 달려드는 모기를 쫓으며 아이들을 기다려야 했으니 말입니다.

   아이들이 담력체험을 하는 동안 한 분의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는 캠프 파이어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분교 선생님들의 열정을 칭찬하며 좋은 선생님을 만난 아이들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피력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함께한 모든 사람이 그 사실에 동의했습니다. 선생님과 학부모가 모두 함께 모여 서로를 격려하고 아이들을 칭찬하며 모닥불을 피우고 군고구마를 구워 나누는 모습은 아마도 전국에 흘리분교에서밖에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분교 선생님들이 준비한 행사는 선생님과 아이들, 학부모 모두에게 행복을 안겨 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남편과 제가 학교 행사에 초대받은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볶음밥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캠프 파이어를 하며 밤을 보낼 기회도 쉽게 오지 않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일상이지만 이 일상이 있어서 삶이 충만해집니다. 특별할 것 없는 사람이지만 그 사람들이 있어서 제 삶이 축복으로 가득 찹니다. 이 소소한 일상과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깨닫습니다. 소소함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제 삶의 소소함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주신 ‘가장 특별함’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 하루, 하나님이 주신 한 날에 일어나는 수많은 기적을 느끼고 누리며 감사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