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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음악이시다(Gott ist Musik)!
조진호  |  jino-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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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년 07월 12일 (금) 20:32:59
최종편집 : 2019년 07월 13일 (토) 02:35:15 [조회수 : 3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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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평생 성악가의 삶을 살았지만 모든 음악 장르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을 꼽으라 한다면 주저 없이 합창음악을 선택할 것입니다. 합창음악의 매력은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부족함을 매워주며 완전한 하나의 소리를 내는 데에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큰 목소리를 내는 음악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음악이 합창입니다. 화음은 그 다음 문제이지요. 중요한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래 실력이 아닙니다. 오히려 누군가가 자기의 목소리를 자랑하려 들 때 합창의 소리는 파괴됩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단원들의 ‘노래의 결’이 같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만 해도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모든 ‘결’에는 방향성이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음악은 하나님을 향합니다. 성가나 찬양만이 좋은 음악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을 똑바로 향하는 찬양도 있지만 대부분의 음악은 아직 알지 못하는 하나님을 그리워하는 방식으로, 또는 하나님만이 채울 수 있는 빈자리를 자꾸 다른 것으로 채우려 하며 목말라하는 방식으로 하나님을 향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하나님을 향해 그 방향성을 통일하고 일상과 연습 속에서 꾸준히 빗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하늘결’이며 그것은 음악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네 신앙생활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고 누리는 가운데 헝클어진 영혼과 삶이 하늘나라를 향해 곱게 빗겨진 상태’를 추구하는 것이 ‘하늘결 신앙’입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합창단이나 교회 성가대는 이 점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노래 잘하는 성악가들을 모아 만든 합창단을 좋은 합창단이라 여기며 교회에서도 돈을 주고라도 전공자들을 성가대에 세워야 더 좋은 찬양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만연하지요. 하지만 그런 생각은 큰 교회가 좋은 교회라고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심각한 오해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 하는 합창단인 영국의 킹스컬리지 합창단(The Choir of King's College, Cambridge)은 16명의 보이 소프라노들과 16명의 일반 대학생으로 구성되었음에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와 하모니를 내고 있습니다. 해리 크리스토퍼스가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혼성합창단 ‘더 식스틴(The Sixteen)’은 이름 그대로 한 파트 당 네 명 씩, 전체 단원이 열여섯 명입니다. 이렇듯 좋은 합창단이나 성가대는 개개인의 능력이나 인원수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지휘하고 있는 중앙연회 사모합창단에는 한 사모님이 계십니다. 늘 말없이 연습에 집중하며 부드러운 표정으로 노래를 하시는 분입니다. 지금은 음을 잘 잡고 계시지만 처음 2년 정도는 홀로 불협화음을 내시곤 했습니다. 다행히 작은 목소리로 노래하셨고 행복한 표정으로 연습에 참여하고 노래하셨기에 모른 채 하고 지냈습니다. 각자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서로의 부족함을 받아줄 때 진정 아름다운 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합창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합창단을 시작한지 일 년 쯤 된 어느 날 그 사모님이 저에게 수줍은 듯 종이쪽지 한 장을 건네셨습니다. 거기에는 시가 한 편 적혀 있었습니다. 제목은 ‘하늘결 소리’였습니다. 그 시는 다른게아니라 1년 동에 제가 연습시간에 이야기 했던 말들을 기억해 두셨다가 한 편의 시로 재탄생 시키신 것이었습니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말들을 다 기억하시고 더 아름답게 가다듬어 시로 선물하셨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고 감동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1년 뒤, 또 다른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어느 날 연습 중에 문득 낯익은 불협화음이 들리기 않아 파트장 사모님께 살며시 물어봤더니 그 사모님이 이제는 음을 제대로 내고 계시다는 것이었습니다.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제 경험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그 사모님은 스스로 부족한 것을 아셨지만 포기하지 않고 합창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노래했을 때 음감을 되찾게 되신 것입니다. 나의 부족함을 다른 동료가 채워주고 다른 동료의 부족함을 내가 채워주려 한 마음이 한편의 시가 되었고 아름다운 노래가 되었습니다.

음악을 통해 이렇게 신비로운 일들을 펼쳐 내시다니 하나님은 참 음악을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니, 레기날트 링엔바흐(Reginald Ringenbach) 신부님의 책 제목처럼 ‘하나님은 음악(Gott ist Musik)이십니다!

 

하늘결 소리


초자연적인 생기를 가득 모아요
고요는 소리가 머무는 보루지요

햇귀 맨 먼저 마중하며 또르르 길을 내는
이슬처럼 소리 길을 열어요
머리끝까지 이어진 고기압의 굴뚝에서 흘러 넘치는 날숨은
마른 시간에 양각을 새기며 일어서요

한 껏 멋을 낸 세 자매가 여러 가닥으로 뽑아낸 소리를
촘촘히 빗질하여 하나로 묶으려면
먼저, 마음을 꿇어야 해요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마음을 겸손의 누름돌로 꾹꾹 누르고
모음을 정성껏 꿰어 모으면
다윗이 수금 타며 닦아놓은 비밀스런 찬양의 길이 보여요

섬세한 반음으로 한걸음 다가가
빛과 어둠을 더 선명하게 그려 넣으면
에너지 가득한 표정이 들려요

긴 포물선 그리며
마중물 호흡을 깜냥깜냥 흘러 보내어
아직도 울고 있는 형제의 마음을
소망의 두레박으로 길어 올려요

오늘도
세 자매는 잘 빗질된 소리를 뽑아
하늘 위의 하늘로 올려 드려요
우리에게 불어 넣으신 생기를
온전히 하나님께 돌려 드려요.

 

*중앙연회 사모합창단의 ‘나의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리라’
https://youtu.be/-mOSjllIw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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