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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홍지향  |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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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년 07월 01일 (월) 22:20:09 [조회수 : 3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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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주간도 안녕하셨습니까? 해가 길어진 후로 저는 저녁을 먹은 후에 아이들과 향로봉 전투를 기념하는 작은 공원에서 산책도 하고 운동기구로 운동도 합니다. 보통 공원에는 아무도 없고 저희 가족만 있어서 마치 개인 공원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작지만 한산한 공원 전망대에 올라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켜켜이 굽이진 산과 긴 도로가 눈에 들어옵니다. 날마다 오르내리는 길에 보는 산이지만 항상 새롭습니다. 산과 친하게 어린 시절을 보내서인지 저는 산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깊은 산의 음습한 풀 냄새도 저에게는 친근합니다. 마치 한 장의 산수화를 보는 듯 한 진부령의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감수성을 자극하는 대자연 속에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하게 됩니다.

   진부령 정상 흘리카페 사장님은 식물을 좋아하십니다. 가게 앞에 작은 화단을 만들고 각종 꽃들을 심어 지금은 제법 멋진 화단이 되었습니다. 제가 작년에 교회 마당에 씨앗을 뿌렸으나 단 한 포기도 움트지 못한 해바라기도 신기하게 카페 앞에서는 쑥쑥 잘 자랍니다. 저처럼 씨앗을 심어만 두고 알아서 새싹이 나기를 기다리는 방관자적 자세로는 정원을 만들 수 없나봅니다. 잘 살펴보니 흘리카페 사장님은 적절할 때 퇴비를 많이 주고 날마다 화단에 물을 줍니다. 그리고 틈만 나면 화단에 나와 풀을 뽑고 꽃들이 잘 자라는지 쳐다보며,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꽃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예를 들면 “이것은 심어놨는데 잡풀 같아서 뽑아버리려다가 좀 기다렸더니 꽃이 이렇게 예쁘게 났어요. 뽑았으면 후회할 뻔 했네.”같은 아주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작은 화단 안에 심긴 꽃과 야생화의 종류가 족히 30종은 넘고 그들 모두가 식재 혹은 파종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언제 모종을 심었는지, 언제 싹이 올라왔는지, 이름을 몰랐는데 꽃이 피고 나서 알게 된 꽃의 이름 등등 작은 화단을 가지고도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합니다.

   저와 아이들은 카페 앞을 지나가거나 카페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탈 때 항상 그 화단을 들여다봅니다. 볼 때마다 새로운 꽃이 피어있습니다. 근래 만난 것은 무성하게 핀 양귀비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백합입니다. 카페 앞 화단에서 제가 농담 삼아 아이들에게 “엄마가 나중에 정원 만들면 너희들이 와서 도와줘야 해.”하고 말했더니 작은아이는 “엄마가 EM주고 거름 많이 주면 되잖아요.”하고 자전거를 타고 쌩 도망을 가버렸습니다. 큰아이는 “어마마마 화단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시옵니까? 매일 물도 줘야하고 잡초도 뽑아야하고 거름도 줘야하고 정말 일이 많사옵니다.”라며 정중히 거절의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은 두 주 전 학교 입구에 화단을 만들었고 화단 꾸미기를 하느라 여러 날을 손톱 밑이 까매져서 왔습니다. 학교에서 채소도 기르고 강아지도 돌보고 병아리도 키우고 화단도 가꾸느라 분주한 아이들에게 또 정원을 만들자고 하니 아이들은 화들짝 놀랍니다. 사실 저도 웬만한 식물은 집으로 가져오면 수개월 내에 다 죽게 만드는 마이너스의 손을 가진 사람이라 정원 가꾸기에 자신이 없습니다. 혹시 나이가 들어 시간이 많고 할 일이 없으면 소일로 작은 정원과 텃밭을 가꾸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지고 있지만 정원이나 텃밭을 가꾸겠다고 하고 마음을 쏟지 않으면 금세 잡초 무성한 풀숲과 마주하게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씨만 뿌려 놓으면 다 알아서 자랄 것 같은 생명력이 질긴 식물도 손이 가고 마음이 가야 싹을 티우고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그래서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인가 봅니다. 저는 싹이 나리라 믿고 해바라기 씨앗을 심었으며 태양이 눈부신 어느 날 크고 노란 해바라기를 보리라 소망했지만 정작 돌보는 사랑이 부족했습니다. 같은 이치로 저는 과거 어느 날 하나님의 은총으로 믿음을 얻었고 종국에는 선한 믿음의 사람이 되리라는 소망을 바라보고 걸어갑니다. 그리고 그 믿음과 소망 사이의 숱한 순간이 사랑으로 채워져야 한다는 것을 작은 정원을 보며 깨닫습니다. 하루하루의 발걸음이 사랑으로 채워질 때 우리의 믿음이 꽃을 피우고 씨를 뿌리며 소망을 이루어 간다는 사실을 마음에 담고, 오늘 하루 사랑하기 위해 애쓰고 기도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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