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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가 바로 나입니다
조진호  |  jino-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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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년 06월 29일 (토) 01:00:16
최종편집 : 2019년 06월 29일 (토) 01:03:13 [조회수 : 3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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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양에 관한 강의나 성가대 세미나에 초청을 받아 여러 교회를 찾아다니는 가운데 매우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대부분의 목사님들이 한 번의 강의로 교회와 성가대의 찬양소리가 달라지길 원하시는데 정작 목사님의 찬양과 찬양관이 바뀌어야 교회의 찬양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성도들은 늘 목사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지불식간에 목사님의 영성을 닮아갑니다. 또한 찬양세미나는 기껏해야 일 년에 한 두 번이지만 성도들은 예배 때 마다 마이크를 독점하시는 목사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은연중에 목사님의 노래를 배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균적으로 볼 때, 교인들의 찬양은 목사님의 한계를 넘을 수 없습니다. 목사님의 설교가 교인들의 영적 수준을 넘을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참 신기한 일이지요. 또한 한국 교회의 구조상 평신도를 대상으로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목사님이 변하지 않고 어떤 정책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는 한 그 어떤 실재적인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교회의 찬양과 담임목사의 상관관계는 매우 밀접합니다.

 찬양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어떤 좋은 말을 한다한들 그 이야기들이 교회 공동체 속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좋은 강의라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교회를 방문하건 간에 제가 가장 면밀하게 살피는 것은 그 교회의 담임목사님입니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실례를 무릅쓰고라도 목사님께 강의 참석을 요청 드립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선뜻 참여 해 주시고 끝까지 열심히 함께 찬양하시는 목사님을 만나면 그렇게 반갑고 존경스러울 수 없습니다. 오히려 당신이 앉아 계시면 강사가 불편할까봐 자리를 피할 생각이었는데 초대해 줘서 고맙다며 끝까지 함께 해 주시면 귀인을 만난 감격스런 마음마저 듭니다. 성도들도 늘 가르치기만 하시던 목사님과 함께 배우고 노래하며, 겸손하고 어린이와 같은 모습으로 열심히 찬양하시는 목사님의 모습을 보면 그렇게 좋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목사님들은 5분정도 강의를 들으시다가 강사에 대해서 어느 정도 견적이 나왔다고 느낄 때쯤어김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며 쓱 사라지시고 강의가 끝나기 전 기막힌 타이밍에 다시 오셔서 강의의 피날레를 장식해 주십니다.

 찬양 강의를 위해 교회를 방문하면 가장 먼저 목사님께 인사를 드리게 됩니다. 함께 대화를 나누는 중에 어떤 찬송을 좋아하시냐고 여쭈어봅니다. 목사님과 그런 대화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목사님의 신앙의 결과 목회 철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맞추어 강의의 방향을 조금씩 수정합니다. 목사님이 즐겨 부르시는 찬양에 그분의 신앙과 신학, 목회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목사님의 노랫소리를 들으면 그 교회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잘 부르고 못 부르고를 떠나서 말입니다. 노래에는 그 사람의 영혼의 결이 실려 있기 때문입니다. 잘 생긴 것과 인상이 좋은 것이 다르듯이 노래를 잘하는 것과 노래의 결은 엄연히 다릅니다. ‘나의 노래가 나이며 그 사람의 노래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우리는 노래를 무언가 꾸며내어 표현하는 것으로 오해하곤 하는데 노래는 본질적으로 노래를 들어 주는 사람 앞에 모든 가식을 벗고 영적으로 벌거벗고 서는 것입니다. 아이가 부모님 앞에서 노래하기를 주저하기 시작할 때가 바로 그 아이의 자아가 싹트기 시작하는 때인 것처럼 말입니다. 자신의 노래에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영혼의 결과 감성과 성향이 담겨 있습니다. 말과 표정에서는 숨길 수 있어도 노래에서는 숨길 수 없습니다.

 최근에 본회퍼 목사님의 이름이 교계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어떤 분이 스스로 본회퍼 목사님을 제대로 알고 있는 듯 여기며 본인이 가는 길이 본회퍼의 길과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누가 본회퍼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 그 전에 본회퍼의 길은 무엇이며 본회퍼 목사님은 어떤 분이셨을까요? 그 분은 어떤 성품, 어떤 신앙의 결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앞서 설명한 대로 우리는 그분의 노래를 통해 그분과 그분의 길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본회퍼 목사님의 노래 ‘Von guten Mächten wunderbar geborgen/주님의 선하신 힘에 고요히 감싸여’는 죽음의 문턱 앞에서도 하나님의 선한 손길을 신뢰하는 본회퍼 목사님의 깊은 신앙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작년, 창천교회 손성현 목사님과 함께 본회퍼 목사님의 또 다른 노래를 번역했습니다. '내 마음 모아 주님께 이끄소서/Aber du weisst den Weg für mich'라는 곡입니다. 떼제 공동체에서 만든 노래인데 원문가사를 잘 살려 내고 음표와의 조화를 고려하여 번역하고 정성스레 악보를 그렸습니다. 본회퍼 목사님의 기도문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아름답고 깊이 있는 멜로디입니다. (악보는 하늘결교회 홈페이지에 있습니다. http://www.heavenlyflow.co.kr)


Gott, laß meine Gedanken sich sammeln zu dir.
Bei dir ist das Licht, du vergißt mich nicht.
Bei dir ist die Hilfe, bei dir ist die Geduld.
Ich verstehe deine Wegen nicht,
aber du weißt den Weg für mich

내 마음 모아 주님께 이끄소서
내 주님은 빛 날 잊지마소서
날 도와주사 그길 걷게 하소서
나 주의 길 알지 못하나
주는 아시네
날 위한 그 길

정작 본회퍼 목사님은 그가 걸어야 할 길을 알지 못한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점점 눈에 보이는 그 길을 이해할 수 없노라 솔직히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만, 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도움과 인내를 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 누구든, 본회퍼 목사님을 진정 존경하고 그 분을 따르기 원한다면 그 이름을 운운하기 전에 그 분의 기도를 함께 읊조리며 그분의 노래를 함께 부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 노래가 쉬이 불리어지고 이 노래에 눈물지으며 이 노래에 자신의 영혼의 결이 부드럽게 실리고 있다면 바로 그 사람이 본회퍼일 것입니다. 반대로 자신의 길을 스스로 정하여 관철하려 들고, 하나님을 그 길을 위한 도구로 삼으며, 본인이 무슨 일일 하고 있는 줄도 모른 채로 빛보다는 어둠의 일을 도모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이 노래를 좋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노래가 한국교회에 많이 불려 지면 좋겠습니다. 이 노래를 통해서 본회퍼 목사님의 영성과 신앙의 결, 그리고 무엇보다 그분의 행동하는 신앙 양심이 한국교회 아니, 이 나라 가운데 가득 임하기를 소망합니다.

*음악듣기 : ‘Aber du weisst den Weg für mich' https://youtu.be/D7DiR—b9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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