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회장 취임사 : 전병식 목사(배화여자대학교 교목)

한국기독교교양학회 회장 취임사

2019. 6.22. 전병식

 감사합니다. 한국기독교교양학회의 초대 회장은 개인적으로는 큰 명예고 영광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한없이 엄중한 자리고, 그만큼 어깨에 놓인 짐이 무겁습니다. 이렇게 막중한 자리임에도 부족한 제가 이 자리를 거절하지 못한 까닭은, 이 학회가 오늘 우리의 현실에 너무나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여 제 작은 힘이라도 우리나라의 기독교교양학, 그리고 기독교 교양교육에 보탬이 된다면 마냥 사양할 수 없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신앙은 우리 존재의 근거이고 삶의 바탕이지만 교양은 그 삶, 살아감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라 여깁니다. 과학기술의 혁명적 변화는 우리의 삶의 환경을 급격하게 바꾸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단한 속도로 달라지는 세계에 이천 년 전통이 축적된 기독교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배우고 가르치면서 깨달은 바는 기독교와 그것을 교육하는 것은 단지 고고학적 취미나 좁은 의미의 전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창조적으로 사고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심도 있게 의사소통하고, 상상력과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타진하며, 복잡하고 급변하는 세계에 옹근 지성인을 키워내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교양교육의 근본 목적은 기독교 교양교육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늘 기독교 교양학이나 기독교 교양 교과목이 놓인 현실을 보면 이 절실한 교육 목표에 이르기에는 우리가 부족하다고 고백하고 자성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한국기독교교양학회가 크게 네 가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기독교교양학의 학문적 심화 및 이론적 확장입니다. 저는 기독교 신학의 오래된 기능인 변증론, 넓은 의미의 선교학적 차원, 원리와 토대를 검토하는 기초신학의 면모를 모두 포섭하고 넘어서는 기독교교양학을 논구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것은 발족문에도 나와 있듯 캔터베리의 안셀무스, 또 인문주의자의 표상인 에라스무스의 유구한 전통을 새롭게 잇는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둘째, 기독교 교양교육을 가르치는 교수자들을 돕는 일입니다. 지금의 현실은 기독교 교양교과목을 담당하는 분들이 각자가 처한 처지에서 개별적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학교 단위로 교과목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그것이 갖는 한계는 명확합니다. 우리 학회는 구체적으로 각자의 강의안을 나누는 일부터 시작해서 강의 교수법, 우수 강의 사례 발표 등을 통해 학문적 연대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셋째, 이른바 학문후속세대 혹은 신진학자들을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일입니다. 한국연구재단의 공동연구 지원을 시작으로, 연구비를 조달하여 신진학자들의 연구 활동에 도움을 주는 것이 학회의 근본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임기 중에 많은 힘을 여타의 학회 못지않게 이 부분에 쏟을 것이라는 약속을 드립니다.

넷째, 기독교 외부의 교양교육을 연구하는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연계하고자 합니다. 이것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진행할 것입니다. 다음 학회부터 겸손한 자세로 다른 교양교육기관과 협력하여 학회를 개최하고자 합니다. 특히 동아시아의 지역에서 기독교 교양과목을 교육하는 학교 및 기관들과 협력을 요청하고 진행할 것입니다.

오늘 회장으로 추대해주시고, 열심히 일하라고 명령해 주신 존경하는 여러 학회원 선생님들, 특별히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곳이면서도 아름다운 교회를 사용하도록 허락해주시면서 식사까지 제공해주신 경동교회와 채수일 목사님, 축사를 해주신 윤우섭 교양기초교육원장님, 또 축도를 맡아주신 노영상 한국기독교학회 회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모든 분의 지도와 편달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언제든지 기탄없이 듣고 섬기는 학회장이 되겠습니다. 진리로 자유롭게 하는 기쁨이 우리 모두에게 임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