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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꽃이 지나간 자리
최용우  |  9191a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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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년 06월 17일 (월) 21:06:12
최종편집 : 2019년 06월 17일 (월) 21:07:43 [조회수 : 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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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용우

꽃이 지나간 자리

한바탕 꽃으로 가득 찼던 꽃 세상이 지나가고 이제 온 세상은 초록물감으로 뒤덮인 녹색의 세상이 되었다. 초록은 살아 있다는 생명력을 가득 가득 뿜어준다. 초록을 보면 심리적, 정서적으로 편안하게 되므로 뇌신경계에 속한 눈의 시력이 좋아진다고 한다.
나는 멀리 있는 초록색인 산이나 나무를 보려고 눈의 초점을 먼 곳에 둘 때 그 탁 트인 개방감과 시원함 때문에 눈이 더 좋아지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높은 산에서 온 세상을 내려다보며 느끼는 그 놀라운 개방감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안다.
꽃은 졌지만 그 자리에 작은 열매가 맺혔다. 버찌는 벌써 열매가 다 익어 땅바닥에 새까맣게 떨어진다. 감은 조그맣게 맺힌 열매가 가을까지 자라야 빨간 열매가 된다. 꽃은 한꺼번에 피고 지나가지만 열매는 제 마음대로 익는다.

   
사진:최용우

모기와 방역차

해 넘어갈 때 쯤 되면 동네 골목길에 하얀 연기를 뿜으며 방역차가 돌아다닌다. 이틀에 한 번씩은 도는 것 같다. 옛날에는 방역차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아이들이 꼭 있었는데 지금은 차 혼자 돌아다닌다. 아이들이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방역차를 아이들은 ‘방구차’라고 불렀었다. 옛날에는 주로 밖에서 뛰어 놀았기 때문에 방구차 뒤에서 방구를 맞으면 몸에 붙은 세균들도 다 소독이 되는 줄 알고 그렇게 따라다녔던 것 같다.
사실 방역차가 뿌리는 연막은 살충효과가 거의 없어서 모기나 해충을 죽일 수는 없다고 한다. 그럼 왜 그렇게 효과도 없는데 요란하게 방구를 뀌고 돌아다닐까? 연막소독이 갖는 시각적 청각적 전시효과 때문이다. 시에서 뭔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것만큼 확실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사진:최용우

부끄럽다

모두 12가구 15명이 사는 동네, 가장 젊은 청년회장이 환갑 넘은 할아버지이며, 차로 1시간 이내 골짜기에 사는 사람들까지 다 찾아내도 50명이 안 된다는 강원도 어디에서 목회를 하는 목사님 부부가 있다. 전에는 그래도 제법 많이 모이는 교회였었는데, 다 이사 가고 하늘나라로 떠나고 지금은 교회가 텅 비어버렸다고 한다.
먹고 사는 것이야 빈 밭이 많아 농사지어 먹으니 별 문제가 아니지만, 사람이 점점 없어지는 것은 어찌할 수 없더라 했다. 그래서 차로 1시간 이내 사는 모든 사람들 명단을 작성해서 정기적으로 다 찾아다니며 복음을 전한다고 한다.
사람 자체가 없어서 힘들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사람이 넘치고 넘치고 넘쳐 발에 밟히는 게 사람뿐인 도시에서 목회가 힘들다고 하기에는 조금 부끄럽지 않은가.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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