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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홍지향  |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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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년 06월 12일 (수) 00:14:32 [조회수 : 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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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주간도 안녕하셨습니까? 아침 출근길에 운전을 하며 가고 있는데 까마귀 한 마리가 폴짝대며 뛰어가는 개구리를 부리로 잡으려고 도로 위에 있었습니다. 개구리에게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을 터인데 폴짝대는 개구리와 그 뒤를 쫓고 있는 까마귀의 모습이 저에게는 귀엽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한편으로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개구리와 까마귀가 처한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반응을 하는 저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서로의 처한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체중이 적던 아이들이 고성으로 이사를 오고 난 후 해마다 더 오동통하게 살이 오르고 있습니다. 5학년이 된 큰아이는 올해 들어 부쩍 외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키와 몸무게를 계산하며 자신이 정상 체중의 범위 안에 있는지 자주 확인을 합니다. 남편이 한 마트에서 경품으로 탄 체중계가 화장대 아래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지내다가 근래에는 자주 화장대 바닥에서 나와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큰아이가 아침저녁으로 체중계에 오르내리며 몸무게를 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딱 보기 좋아. 몸무게가 더 늘지만 않으면 키가 점점 크기 때문에 더 날씬해지는 거야.”하고 큰아이를 위로합니다. 자라면서 외모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만 부모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 너무 마른 몸을 이상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며칠 전 친정어머니와 통화를 하다가 큰아이가 옆에 있어 함께 통화하게 되었습니다. 친정어머니는 큰아이에게 “00아 화장품 아무거나 사서 쓰지 말고 엄마한테 좋은 거 사달라고 해서 써야 해.”라며 문구점에서 파는 화장품을 절대 쓰면 안 된다고 일렀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5학년이 무슨 화장을 하느냐며 우리 마을에는 문구점도 없다고 웃었습니다. 어머니는 “요즘 아이들이 화장한다고 싼 화장품을 사서 쓰다가 피부를 다 버린다더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대학생이 되고서야 화장을 배우기 시작했고 저희 큰아이는 아직 화장에는 관심이 없어서 저는 한 번도 큰아이의 화장품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친정어머니가 그렇게 화장품 이야기를 하시니 저는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사실 저도 초등학교 시절에 호기심으로 벽장 속에 넣어 둔 친정어머니의 파우더를 꺼내서 발라본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의 파우더를 바르고 학교에 가려는 어린 저를 아버지가 아무 말 없이 불러 세우고는 손으로 얼굴을 닦아 주신 기억이 있습니다. 혹시나 어머니의 화장품을 바른 것이 들통이 나서 혼이 날까 걱정이 되었지만, 무사히 지나갔습니다. 그렇게 회상해보니 저희 큰아이도 제 화장품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 맞습니다.

   혹시나 제가 시골에만 있어 너무 모르나 싶어서 인터넷에서 자료들을 찾아보니 정말 초등학생이 화장한다는 기사들이 있었습니다. 교육방송에서는 초등학생의 화장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도 방영이 되었더군요. 화장하지 않아 왕따를 당한다고 화장품을 사달라고 우는 초등학생 딸로 인해 고민이 된다는 어머니의 글도 있었습니다. 물론 초등학생 화장은 입술을 바르고 비비크림을 바르는 정도의 단순한 단계이긴 하지만 화장을 하지 않으면 또래 사이에서 소외되는 문화는 어른들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들과 즐겁게 뛰어놀며 관계를 배워가는 시기에 소외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화장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펐습니다.

   시골에서 화장하는 아이를 보지 못한 저희 큰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늦게 화장을 시작하겠지만 언젠가는 또래들과 발맞추어 나가게 되겠지요. 변화를 막아설 수는 없지만, 아이들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외모를 평가하지도 않고 그저 자유롭고 밝게 웃으며 지낼 수 있기를 기도해봅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지 않으시고 그 속사람을 보신다고 했습니다. 부디 이 땅의 자라나는 모든 믿음의 어린이들이 외모로 인해 낙심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오늘 하루를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외모로 평가하지 않고 존재 자체로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아는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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