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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홍지향  |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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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년 06월 04일 (화) 23:31:48 [조회수 : 3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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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주간도 안녕하셨습니까? 산이 울창해지면서 진부령을 찾는 등산객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마장터와 마산봉으로 등산을 하고 진부령을 거쳐 다시 인제로 내려가는 등산객이 제 차를 세웠습니다. 6명이 함께 등산을 하고 내려가는 길인데 차를 세워놓은 곳까지 한 명을 좀 태워달라는 부탁을 하였습니다. 이틀간의 등산을 마치고 나니 지쳐서 차를 세워놓은 곳까지 걸어가기가 힘에 부쳤나봅니다. “한 사람이 아니라 여섯 사람을 돕는 거예요.”하고 제 차를 타지 않은 다른 사람이 말했습니다. 한 사람만 주차장까지 내려가면 차를 가지고 올라와 나머지 다섯 사람을 태워서 갈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주차장까지 15Km라고 해도 걸어서 가면 서너 시간은 걸어야 하는 거리이니 비록 원해서 하는 등산이라 하더라도 그 지친 마음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저도 바쁜 일이 없는 토요일이어서 흔쾌히 등산객을 태우고 주차장까지 드라이브를 하고 왔습니다. 누군가에게 조건 없는 호의를 베풀고 나면 저도 썩 기분이 좋습니다.

   날씨가 더워지니 교우들의 가정에서도 수박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장로님의 말씀에 따르면 올해는 워낙 가뭄이 심해서 과일의 당분이 농축되어 수박과 참외가 맛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금요일에는 교회에 함께 모여 속회 예배를 드렸는데 그 날 다과는 피자와 치킨, 그리고 수박이었습니다. 피자와 치킨은 교회에서 연합으로 속회 모임을 하고 나면 가끔 주문을 해서 먹습니다. 어르신들도 특별 간식으로 피자 한쪽 드시는 것을 좋아하십니다. 그리고 수박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간식이기에 인기가 좋았습니다. 특히 장로님이 수박을 좋아하셔서 아무리 배가 불러도 수박은 남김없이 드십니다.

   모두 함께 모여 수박을 먹으며 어르신들은 “수박은 맛이 좋은데 많이 먹으면 밤에 화장실을 자주 가서 안 좋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장로님도 옆자리에 앉아 수박을 먹는 저희 집 작은 아이에게 “00이 수박 많이 먹으면 오늘 밤에 오줌 싼다.”하며 장난을 하셨습니다. 작은아이는 자신은 수박을 많이 먹지 않았으며 밤중에 오줌을 싸는 일은 없다고 강하게 말했습니다.

   오랜만에 속회 모임에 오신 한 집사님은 딸이 어릴 때 있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여 모두를 웃게 했습니다. 교우들은 모두 한 마을에서 오랫동안 살아왔기에 누가 누구의 이야기를 하든지 다 아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집사님의 딸이 어릴 때 한 밤중에 오줌을 싸고 일어났습니다.  집사님의 어머니는 손녀의 밤중 오줌싸개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 아침에 일어난 손녀의 머리에 키를 얹고 바가지를 쥐어주며 “옆집에 가서 소금을 좀 얻어 와라.”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 손녀는 머리에 얹은 키를 내리지도 않고 바가지를 들고 길 건너 옆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소금 얻어 오래요.”하고 말을 했습니다.  옆집 어른은 아무 말 없이 부엌으로 가서 바가지에 소금을 담아 어린아이의 손에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뒤돌아 가려고 하는 순간 부지깽이로 머리에 얹은 키를 냅다 두드리셨답니다.  소금바가지를 들고 집으로 오려다가 옆집 아주머니의 매질에 깜짝 놀란 집사님의 딸은 소금 바가지를 내동댕이치고 엉엉 울며 집으로 달려왔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들은 교우들은 입을 모아 “옛날에는 다 그렇게 했지.”하며 웃었습니다. 집사님의 딸이 그 사건 이후로 밤중에 더 이상 오줌을 싸지 않았는지의 여부는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는 좀 궁금하긴 했지만 물어볼 수 없었습니다. 제 경험을 비추어 볼 때 몇 번은 더 실수를 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마치 딸꾹질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 갑작스러운 놀람이 필요한 것처럼 밤중의 소변 실수도 무서운 소금 얻어오기로 고치다니 우리 선조들의 해학이 느껴집니다.

   그렇게 교우들과 웃고 떠들며 수박을 나누어 먹으니 더 맛이 좋았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혼자서 먹는 밥은 맛이 덜합니다. 먹는 다는 것은 삶을 향한 열정이고, 그 먹는 행위에 관계가 더해질 때 음식의 맛도 좋고 삶이 즐거워집니다. 그러니 지금 제 곁에 함께 밥을 먹을 가족이 있고 교우가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농사지은 야채를 나누어 주고 함께 외식을 할 수 있는 교회 공동체가 있어 진부령 산골에서도 저는 외롭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 저와 함께 식탁을 마주하는 이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감사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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