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게 있으면 참 좋겠다. 만병통치약! 만병통치약이 있다면, 깜빡깜빡하는 집사님께 줘 맑고 총명한 기억력을 되찾아 주고, 암에 걸린 성도에게 줘 건강한 삶을 회복하도록 하고 싶다. 좀처럼 믿음이 성장하지 않는 성도에게 줘 쑥쑥 신앙이 자라게 하고프다.

목회를 하다 보면 참으로 능력이 너무 없다 느낄 때가 많다. 대부분 하나님은 침묵하시고 나는 무능하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목회를 해야 한다. 성도들은 온갖 아픔과 시름에 시달린다. 하나님이 아니니까 하며 자위하지만 역시 문제는 계속된다.

옛날 당나라에 송청이라는 명의가 있었다. 많은 환자가 송청을 찾았기에 그의 부와 명성은 끝없이 올라갔다. 다른 의사들이 송청에게 어떻게 그리 병을 잘 낫게 하는지 물었다. 만병통치약의 비법이라도 있으면 가르쳐 달라는 거였다.

송청은 이렇게 말했다.

"글쎄요. 굳이 나에게 비법이 있다면, 그것은 '구불약(九不藥)' 덕분이지요."

송청이 말하는 구불약이란 이런 거였다.

"첫째, 불신(不信)- 상대방이 나를 의심하지 않게 해 주고, 둘째, 불안(不安)- 불안한 마음을 없애 주며, 셋째, 불앙(不怏)- 나에게 앙심을 품지 않게 해 주고, 넷째, 불구(不具)- 내 마음이 곧다는 사실을 알려 주며, 다섯째, 불치(不治)- 내가 약값을 속이지 않음을 믿게 해 주고,

여섯째, 불의(不義)- 나와 상대방의 거리감을 없애 주며, 일곱째, 불충(不忠)- 내가 성의가 없다고 느끼지 않게 해 주고, 여덟째, 불경(不敬)- 내가 공손하지 않다는 불쾌감을 없애주며, 아홉째, 불규(不規)- 내 언행이 원칙에 어긋난다고 느끼지 않도록 해 주지요.“

의원들은 이 설명을 듣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처방전이 무엇인지, 어떤 약재를 써야 하는지 물었다. 하지만 송청은 웃으며 말했다.

"이건 약재로 지을 수 있는 약이 아닙니다. 만인의 병을 고쳐 주는 구불약(九不藥)은 바로 환자를 향한 의원의 웃음입니다."

요즘 나는 병원을 바꿨다. 혈압약을 먹기에 한 달에 한 번은 꼭 동네 의원에 간다. 그런데 의사가 불친절하다. 아니 불친절까지는 아니어도 너무 무관심하다. 뭘 물어도 그냥 묵묵부답이다. 한 달에 한 번 그분을 만나는 게 그리 달갑지가 않았다.

하지만 과감히 병원을 바꾸니 한 달에 한 번씩 경험해야 하는 사무적 만남을 안 해도 된다. 다시 만난 동네 의사가 의료적으로 나은지는 모른다. 하지만 친절함은 예전 분보다 더 나은 게 분명하다. 덩달아 혈압도 잘 조절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능력이 없는 목사일 수 있다. 목회적 기능이 다른 목사들보다 나은지 그것도 모른다. 성도들의 평가는 제각각이니까. 그러나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주님을 닮으려고 노력한다. 의사에게 만병통치약이 웃음과 친절이라면 영혼의 의사인 목사에게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죽는 날 목회 잘했다는 말보다 신실한 사람이었다고, 예수님 닮으려고 노력한 목사였다고, 신실한 하나님의 종이였다고…. 이런 말을 듣고프다.

▲ 김학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