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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이 부시게 살고 있을까?”
박경양  |  kmpeace@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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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년 05월 14일 (화) 01:10:37
최종편집 : 2019년 05월 24일 (금) 00:01:31 [조회수 : 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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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지난 1일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여배우 김혜자 씨가 '제55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상기된 표정으로 수상을 위해 단상에 오른 김혜자 씨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과 격려를 보며 지금 우리가 위로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음을 느꼈다"며 혹시나 까먹을까봐 찢어왔다는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마지막 회 대본 내레이션을 떨리는 목소리로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녀가 대본을 읽는 동안 시상식장 곳곳에서 슬그머니 눈물을 훔치는 남자 배우들과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채 멍하니 단상을 응시하는 여배우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녀의 수상소감은 시상식장을 일순간에 축제의 장에서 감동의 도가니로 바꾸어 버렸습니다.

<눈이 부시게>는 치매에 걸린 한 할머니의 상상 속 이야기입니다. 드라마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채 써보지도 전에 노인이 된 시간을 잃어버린 여자와 삶의 이유를 잃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스스로 포기한 채 하루빨리 늙어 세상을 떠나고 싶은 한 남자 간의 사랑을 그리고 있습니다. 시간을 주무를 능력을 가지고도 시간 앞에서 아등바등하는 여자와 누구보다 찬란한 시간을 가졌음에도, 시간 앞에서 무기력한 남자는 같은 시간을 살면서도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았습니다.

우리 역시 그렇습니다. 우리는 똑같은 시간을 살아가지만 삶의 모양은 각각 다릅니다. 또 시간을 뒤돌릴 수만 있다면 지금과는 다른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끊임없이 지난 세월로 돌아가기를 꿈꿉니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서 삶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과거를 후회하면서도 내일이면 과거가 될 오늘, 내일의 나를 결정하게 될 오늘을 충실하게 살지 못하고 내일을 불안해하는 것이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드라마의 이 마지막 메시지가 천둥처럼 가슴에 와 닫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구약성서의 욥은 “지나간 세월로 되돌아갈 수만 있으면, 하나님이 보호해 주시던 그 지나간 날로 되돌아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욥기29:2)하고 지난 세월을 그리워했습니다. 반면 신양성서의 바울은 “여러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살피십시오. 지혜롭지 못한 사람처럼 살지 말고, 지혜로운 사람답게 살아야 합니다. 세월을 아끼십시오. 때가 악합니다.”(에베소서 5:15-16)라며 오늘에 충실할 것을 권했습니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지난 날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하기에 오늘이 중요합니다. 오늘의 삶이 내일의 우리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세월을 아끼고 오늘에 충실하라는 바울의 권고가 가슴에 와 닫는 이유입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우리는 빈부와 귀천,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삶을 살 자격이 있고, 또 그럴 능력을 하나님으로부터 부여 받았습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깨닫지 못하거나 스스로 외면하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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