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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펼 수 있는 힘
박효숙  |  hyosook05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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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년 05월 11일 (토) 00:30:42 [조회수 : 3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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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에 살면서 좋은 취미가 생겼습니다. 일과 일 사이, 만남과 만남 사이, 틈새가 생길 때마다 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인데 이제는 제일가는 여가활동이 되었습니다.

동네에 있는 Ridgewood Library와 가까운 Leonia Library를 자주 애용하는데, 한국사람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서인지, 각종 신문이며, 구하기 힘든 한국책들도 제법 많이 있습니다.

도서관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으면, 너무 멀리 있어서 만나지 못하는 좋은 사람들과 말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 때때로 기다려지고, 벅차집니다.

오늘은 도서관에서 로버트 슐러 목사가 설교에 인용하여 유명해진 시, 『절벽 가까이로 부르셔서』 와 대면했습니다.

     “절벽 가까이로 나를 부르셔서 다가갔습니다.
     절벽 끝에 더 가까이 오라고 하셔서
     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그랬더니
     절벽에 겨우 발을 붙이고 서 있는 나를
     절벽 아래로 밀어 버리시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나는 그 절벽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때까지
     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영국시인 크리스토퍼 로그(Christopher logue)에 의해 쓰여진 이 한편의 시는 그동안 숨쉬지 못하고 억눌려 있던 생각들을 호흡하게 했고, 사고의 틀을 깨고 삶의 고통과 마주 앉아 진지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등을 떠밀어주었습니다.

이 시와의 만남은 물론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그 전에 어딘가에서 스친 기억도 있고, 어느 설교에서 전해 들은 적도 있었지만 둘이 마주 앉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치려고 할 때, 그의 믿음을 보시고 한 마리의 양을 미리 준비하셨던 것처럼 이미 날개를 준비하시고 절벽 가까이로 부르셨을 주님의 마음이 느껴져 마음이 뜨거워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인의 고백처럼 자신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부족 앞에서 좌절하고, 닥치지 않은 문제까지 앞으로 당겨서 불안해했던 스스로를 위로하시는 주님의 손길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참고 또 참으시는 사랑의 깊이와 넓이와 높이를, 그리고 살아 역사하시는 임재를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매일 매일, 상담 현장에서 다시는 일으킬 수 없을 것 같은 힘든 내담자들을 만납니다. 때때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암울한 현실을 만나고, 또 어느 날은, 오늘 밤 자고 내일 아침에는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버거운 짐을 지고 사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 편안하게 사는 것 같은데 왜 유난히 ‘나만 겪는 고난’ 이냐고 하소연하는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붉어진 눈으로 토닥이며, 함께 울며 웃던 시간들이 주변을 머물다 사라져갑니다. 모두 우리들의 사연입니다.

상담현장에서 내담자들을 만나면서 더욱 깨닫게 되는 것은, 고난은 어느 누군가에게만 따로 주어지는 과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절벽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고난의 크기는 다르지만, 각양각색의 고난이 ‘자기 맞춤식’으로 밀려드는 것이 우리네 삶임을 절실히 느낍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절벽 끝에 겨우 발을 붙이고 서 있는 고난으로, 혹은 삶을 우겨 싸고 좁혀오는 위기로 잠들지 못하는 밤을 보내느냐 아니냐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방향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절벽 끝에 서 있다고 하더라도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절벽 끝에 서 계시나요? 절벽 끝이 우리 삶의 끝이 아닙니다. 우리들의 끝은 따로 있습니다. 끝이 나야 끝입니다.

삶의 자리에서 지치고 힘이 드시나요?

힘이 들어야 힘이 납니다. 이는 ‘삶의 탄력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힘이 나야 힘을 내어 절벽 끝에 설 수 있습니다.

절벽 끝에서 날개를 펼 수 있는 힘, 삶의 끝인 것 같은 절망에서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 이는 끝까지 고난을 견뎌내고, 버텨낸 자들이 누리는 상급이 아닐까요? 이는 절벽 끝에서 있더라도 감사할 수 있는 자들이 누리는 특권이 아닐까요?

분주한 일상을 잠시 접고, 도서관에서 마주한 『절벽 가까이로 부르셔서』는 지치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우리 인생들에게 “너도 할 수 있어, 힘내!” 라고 속삭이는 큰 목소리 같습니다.

우리들의 삶이 주님께 받쳐지는 산제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박효숙교수
청암크리스챤아카데미/ 목회상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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