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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눈으로 주를 봅니다
최재석  |  jschoi41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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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년 05월 04일 (토) 00:50:05 [조회수 : 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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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중순부터 찬양대에서는 부활절 칸타타 준비를 시작했다. 나는 이번에 빠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저녁에 연습을 하려면 야간에 운전을 해야 하는데, 가급적 야간 운전을 피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빠져도 별 지장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첫 주에 있던 두 차례의 연습에 나가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주일에 교회에 나갔더니 대장을 비롯해서 많은 대원들이 나와 달라고 부탁했다. 옆에 앉은 유 집사는 자기 차로 나를 데리고 다니겠단다. 은퇴한 장로는 서리집사만도 못하다는 말이 있다. 은퇴한 사람은 제직회 회원 자격이 없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그런 나에게 이렇게 같이 찬양을 하자고 권하는 것이 일면 고맙기도 했고, 아직도 내가 찬양대에 도움이 된다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러나 귀찮은 마음이 들어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휘자가 지난 주 연습에 참여한 대원들이 너무 적었다고 하면서, 이번 주에 연습에 참여하는 것을 보아서 자기가 칸타타 지휘를 할 것인가에 대한 결단을 내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지휘자가 게으름을 피우려는 나를 지목해서 하는 말인 것으로 들렸다. 지휘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다음 연습부터는 열심히 참여했다.

부활절 직전 주일에는 목, 금, 토 사흘을 연속으로 하루에 두 시간씩 연습을 했는데, 부활의 승리를 노래하는 곡이어서 큰 소리로 노래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요즘 콧물이 흐르고 저녁에는 기침도 나기에 이러다가는 부활절에 목이 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금요일 오전에는 동네 의원에서 처방을 받아 약을 먹기 시작했다. 그래선지 부활절 전날 저녁에 찬양연습을 하는데, 목에 아무 이상이 없었다. 아주 기분 좋게 연습을 마치고 집에 와서 잠을 잤다.

그런데 부활절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막혀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목이 쉰 정도가 아니었다. 혹시 소리를 자꾸 내면 목이 트이지 않을까 해서 낮은 소리로 ‘아, 아, 아’ 소리를 내보기도 하고 피아노에 가서 낮은 음에서 높은 음으로 올라가면서 소리를 내보았더니 높이 올라갈수록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리고 소리를 낼수록 목이 트이는 것이 아니라 더 막혀왔다.

지금까지 노래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해서 이렇게 목이 막혀본 일이 없었다. 노래를 처음 배울 때는 미숙한 발성으로 인해 성대가 부어서 이비인후과에 가서 성대 사진을 찍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런 때도 목이 아프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목이 꽉 막힌 일은 없었다. 목이 쉴까봐서 의원에도 다녀오고 내 나름대로는 잘 준비했는데도 목이 쉬는 정도가 아니라 전혀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토요일 저녁까지만 해도 목소리가 평상시와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멀쩡하던 목이 밤새에 막히다니. ‘밤새 안녕하느냐?’는 말이 나를 두고 하는 말이 되었다.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는 존재인 것을 실감했다.

이것은 큰 낭패였다.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연습을 했는데, 정작 부활절에는 찬양을 할 수 없다니! 지휘자에게 전화로 목이 막혀서 노래를 할 수 없다고 메시지를 보낼까 하다가 어제 저녁까지 노래를 잘 하던 사람이 무슨 엉뚱한 소리를 하는가 생각할까봐서 내 목이 얼마나 막혔는가를 직접 보여줄 겸 연습하는 것도 보려고 연습시간에 맞추어서 교회에 나갔다.

목이 막혀서 찬양을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사무실에 가서 잠깐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김 집사가 연습을 하다가 나를 찾아왔다. 목소리가 안 나오면 같이 서 있기라도 해달라는 것이다. 난감했다. 노래를 하지 않으면서 서 있는 것은 참 어색할 텐데. 그것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남들은 노래하는데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입만 움직인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다. 그런데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중간쯤에 가니 합창의 분위기에 휩싸여서 어색한 것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 곡을 노래할 때는 찬양에 완전히 몰입해서 마치 내가 큰 소리로 노래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비디오 대원 노릇을 하기는 했지만, 오랫동안 연습을 하고도 노래를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목이 왜 하필 오늘 부활절 아침에 막힌단 말인가?

우리는 이것을 생물학적으로 혹은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무리했기 때문이라고 혹은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월요일에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의사가 가래가 많이 끼었으니 거담제를 처방하겠다고 말했다. 처방된 약을 보니 세균감염증 치료제가 한 알, 거담제가 두 가지인데 한 알씩 두 알, 기침 완화제가 한 알이었다. 그 약을 먹으니 이틀 후부터 목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의사의 진단에 의하면 세균의 감염에 의해서 목이 막힌 것이다. 내가 저녁 9시까지 기분 좋게 리허설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12시경 자리에 들었는데, 멀쩡하던 목이 단 예닐곱 시간 만에  세균의 감염으로 꽉 막힌 것이다. 이것은 급성 아니 초 급성 목막힘 병이다.

그런데 어떤 부분이 아플 때 우리는 전조 증상을 느낀다. 허리를 쓰는 일을 많이 했더니 처음에는 뻐근하더니 아침에 일어나니까 허리가 아파서 꼼짝할 수 없었다. 등산을 무리하게 했더니 다리가 후들거리거나 다리 근육이 뻐근하더니 아침에 일어나니 다리가 아파서 걷기가 힘들었다. 여러 날 기침을 했더니 목소리가 변하더니 결국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내가 토요일 저녁에 심한 피로를 느꼈다든지 목이 부어서 아팠다거나 목소리가 갈래는 것을 느꼈다면, 무리한 연습의 여파로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러나 토요일 저녁에 브라스 5중주와 함께 리허설을 할 때 아주 기분이 좋았고, 목소리에도 전혀 이상이 없었다. 그리고 콧물이 흐르고 기침이 나기에 병원에 가서 처방을 받아서 약을 먹고 있었다. 연습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던 목이 왜 하필 정작 찬양을 해야 하는 부활절 아침에 갑자기 꽉 막힌단 말인가?

내 상식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 일을 나는 신앙의 눈으로 보았다. 우리는 가끔 기적적인 일을 통해서 그리고 고통을 겪으면서 하나님의 뜻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모든 일이 우리가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찬양조차도 우리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잠언의 말씀대로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그래서 나는 욥처럼 고백했다.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으나 이제는 눈으로 주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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