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을 올라서면 그 깊은 설악의 속살을 등지고 동해 푸른 바다가 넘실거립니다. 내설악 깊은 속은 감히 엄두를 못내어도 한계령 넘어 흘림골과 오색약수에서 오르는 주전골은 큰맘 먹지 않아도 설악의 맛을 볼 수 있습니다. 설악은 또 다른 이야기 실타래를 품고 있기에 멈춥니다. 양희은씨가 부른 한계령 노래도 욕심나나 그 얘기도 기네요. 어찌하였든 그 한계령에서 처음 발견되어 이름이 그리 붙은 ‘한계령풀’입니다.

내린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노란 꽃사진을 보고는 참 많이 궁금했던 꽃입니다. 조금 귀하다 싶은 들꽃들은 대부분 자생지가 줄어들 것을 염려하는데 보기 드물게 보금자리가 늘어 멸종위기 2급 식물에서 해제되었습니다. 중부지방 높은 산에 살고 있는 북방계 식물이지요. 뿌리가 가늘고 긴데 감자처럼 둥근 알뿌리가 있어 북한에서는 ‘메감자’라고 부른답니다. 잎이 재미있습니다. 한 장인데 잎자루가 1센티쯤 자라고는 세 갈래로 갈라지고 거기서 다시 세장의 잎이 납니다. 그러니 한 장의 잎에 아홉 장의 작은 잎이 있는 것이지요.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가 생각나네요. 씨앗으로 번식하는 2년생 초본으로 씨앗을 맺고는 흔적 없이 사라집니다.

새싹과 꽃봉오리를 동시에 달고 나와 봄눈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숲을 금빛으로 물들이다 후손을 남기고는 이내 사라지는 한계령풀... 한줄기 바람처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그렇게 살다가는 한계령풀입니다. 노래를 지은이가 그것까지 염두에 둔 것 같지는 않은데 참 절묘한 조합이네요. 고개이름이든 꽃이름이든 한계령!! 그 속에는 짧지만 굵직한 삶의 모양이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이른 봄, 높은 산에서 파란 하늘빛과 맞닿아 있는 이 노란 ‘보석’들의 아우성을 비껴갈 방법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