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본에 한 남성의 절절한 호소문을 보게 되었다. 이 남성의 사연은 이러하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교통사고로 한 순간에 잃게 되었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무려 87세의 고령의 나이였다. 남성에게 믿기 힘든 사고가 일어난 아침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딸과 아내의 배웅을 받고 행복한 출근길에 올랐고, 점심 무렵에는 영상통화로 ‘오늘은 집에 일찍 가겠다고, 외출을 한다는 아내와 딸에게 조심히 다녀오라’고 짧은 인사도 나눴다. 그런데 그 인사가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갑작스럽게 일어나고 말았다. 아내와 딸은 횡단보도를 걷다가 1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 버렸다.

그렇게 마음 아픈 이별을 마치고 그는 일본 국민들 앞에서 절절한 호소를 하게 되었다. 슬픔을 지울 수 없는 검은 정장차림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사람들 앞에 나선 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한순간에 잃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불안하다면 운전을 하지 않는 선택지도 생각해주십시오.” 차라리 극심한 분노를 토해냈다면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그의 눈물어린 부탁은 사람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만들었다. 자신의 아내와 딸의 사진을 공개하면서까지 호소를 띄운 것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실적인 경각심을 가져달라는 더 간절한 부탁도 있었다.

행복한 가정의 웃음을 한 순간에 앗아간 사고의 운전자는 고령이면서 평소에도 지팡이를 짚어야 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했다고 한다. 사고 후 조사과정에서는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엑셀이 눌린 상태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는 본인의 주장과는 다르게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특히 사고 직전 시속 100Km 가까이 속력을 내고 달린 상황에서 보행자를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것은 누가 봐도 운전자의 미숙한 운전으로 중대한 과실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사고에 대한 경각심은 우리나라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올라있다. 강남에서는 96세의 고령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길 가던 보행자가 치여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호텔 주차장으로 들여가려다가 입구에 있는 기둥을 들이받았고, 이후 후진하려다 뒤에 있는 차량과 사람을 쳐서 대형 사고를 낸 것이다. 이 사고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졌고 사고를 낸 운전자와 고령 운전자에 대한 관리 부실에 대하여 분노의 목소리를 냈다.

고령 운전자는 나이를 기준으로 65세 이상으로 보는데 이들의 교통사고 건수와 비율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젊은 운전자에 비하여 인지기능과 신체의 기능이 저하되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상황과 환경을 파악하고 해석하는 속도가 느려서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인정해야 할 일이다. 그것은 어느 누구나 고령화가 되면 겪게 되는 변화이다.

그런데 그 변화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고령 운전자에게 단순히 숫자적인 나이인 고령이 문제가 아니다. ‘나는 고령이지만 저런 사고는 내지 않는다’ 라는 자기 자신에 대한 관대함이 더 큰 문제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잃은 남성도 그러한 점을 다시 한 번 호소했다. “가족 중에 운전이 불안한 사람이 있다면 한 번 더 가족 안에서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말이다. 우리 정부는 고령 운전자 사고를 줄이기 위해 ‘고령 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제도’ 캠페인도 실시하고 있다. 사회 구성원이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제도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눈물의 호소를 하는 한 남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더 큰 사고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더욱 자기 자신에게 엄격해져야 한다. 자신의 한계를 엄격하게 인정하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것은 항상 많은 양들을 이끌고 돌보아야 할 책임이 있는 목회자에게 필요한 태도이기도 하다.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指己秋霜) 이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그 뜻은 이러하다. ‘남은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에게는 가을서리처럼 엄격하라’는 것이다. 내가 처한 목회의 현장에서 ‘나는 지금 제대로 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나의 저하된 기능으로 인하여 교회 공동체에 어려움을 주고 있지는 않은가?’ 객관적인 자문(自問)이 필요하다. 늘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목회자로써 더욱 발전적인 사역을 위하여 깨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