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로토프’(Molotov)라는 칵테일이 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휘발유, 신나, 아세톤 따위를 병에 반쯤 채우고 휴지나 천을 밀어 넣는다. 끝이 조금 나오게 하고 불을 붙인다. 이 화염병 이름이 ‘몰로토프 칵테일’이다.

1939년 소련군이 핀란드로 쳐들어 갔다. 핀란드군은 맞설 화력이 절대 부족했다. 소련군의 전차가 폭설로 주춤하자, 핀란드군은 화염병을 만들어 전차 안으로 던졌다. 소련인민위원회 위원장인 몰로토프(Vyacheslav Molotov)에게 주는 칵테일이라고 비꼬면서. 그래서 붙은 이름이다.

1937년 8월 21일 스탈린과 몰로토프는 연해주 한인들을 중앙아시아로 이주시키라고 명령했다. 일본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는 한인을 차단한다는 것이 명령의 주요 내용이었다.

레닌은 소수 민족의 자주성과 독립을 지지했다. 그러나 스탈린은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민족성은 모두 사라질 것이라 했다. 아니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소련은 넓다. 스탈린은 서쪽의 독일 나치와 동쪽의 일본 제국주의에 대항할 준비를 하지 못했다. 스탈린은 숙청하며 절대 권력을 휘둘렀지만 자신감이 없었다.

10월 혁명 후 러시아에서 내전이 일어났다. 사회주의자들이 택한 국유화와 집단화 정책 때문이다. 내전을 치른 볼세비키 정부는 사회주의 정책에서 잠시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1929년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대공황이 유럽에 밀어닥쳤다. 국가계획 경제를 실시하던 소련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경제대공황 때 미국에서 소련으로 10만 명 넘는 사람들이 이주할 정도였다. 그러자 볼세비키 정부는 사회주의 국가 건설에 매진할 자신감을 얻었다. 1929년 스탈린은 국가 경제를 국유화하고, 산업화하고, 집단화할 것을 공포했다. 그리고 곧 스탈린의 강제 정책이 시작됐다.

키로프(Sergey Kirov)는 스탈린의 절친이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유서 깊은 극장 이름이 키로프 극장이었다. 지금은 ‘마린스키’(Mariinsky)라는 본래 이름을 되찾았다. 유서 깊은 발레단의 이름도 ‘키로프 발레단’이다. 키로프가 주도(州都)인 키로프 주도 있다. 내가 사는 곳 근처에 있는 공단 이름이 ‘키로프스키 자보드’다. 순양함의 등급에도 키로프급이 있다. 키로프는 그 정도로 유명했다.

스탈린은 극심한 공포증으로 군중 앞에서 연설을 잘하지 못했다. 키로프는 스탈린에 앞서 연설로 군중을 휘어잡았고 스탈린을 지지했다. 그러던 그가 1934년 12월 1일 암살 당했다. 이를 계기로 스탈린의 숙청이 시작됐다. 러시아 사람들은 스탈린이 천만 명을 죽였을 것으로 추측한다. 비밀문서가 해제된 지금, 키로프의 암살 배후가 스탈린일 가능성이 커졌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스탈린은 키로프를 제거하기 전부터 숙청을 준비한 것이다.

 볼세비키 혁명에 성공했지만 서쪽은 내전으로 숨가쁘게 돌아갔다. 그러니 먼 연해주까지 통치하기란 벅찬 일이었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외국 군대가 블라디보스톡에 상륙하고 시베리아까지 들어오자, 군사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 완충지대를 만들었다. 극동공화국이다. 수도가 치타(Chita)여서 치타공화국이라고도 불렀다. 일본의 조종을 받았던 만주국처럼 이 공화국은 소련의 조종을 받는 국가였다.

한반도를 자국에 편입한 일본은 연해주의 한인도 일본 국민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이것은 소련이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문제였다.

1922년 일본 군대가 시베리아에서 물러가자 극동공화국은 소비에트 연방에 편입됐다. 그리고 나서 한인들의 이주가 시작됐다. 두만강과 블라디보스톡 지역에 사는 한인들을 북쪽 하바롭스크 지역으로 수천 명씩 이주시킨 것이다. 이것은, 연해주에 사는 한인들을 일본과 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으로 여겼다는 증거다.

내전이 끝나자 연해주 한인들은 한인들대로 계획이 있었다. 한인들 스스로 다스리는 행정지역을 만드는 일이었다. 이것은 한인들의 자치력으로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려는 계획이었다. 1922년 한인들은 한인자치지역 허락을 소비에트 당국에 청원했다. 그러나 결과는 한인들이 연해주를 떠나는 강제이주였다.

스탈린은 레닌과 달랐다. 자신도 그루지아(조지아) 소수민족 출신이었지만 민족의 자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레닌에게 한인들은 공산혁명을 함께 수행한 협력자였지만, 스탈린에게는 통제하기 힘든 민족이었다. 연해주에 사는 한인들은 많았고 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자신들의 문화와 종교를 갖고 있어서 동화되지 않았다.

스탈린은 초조했다. 서쪽에서는 독일 나치즘과 이탈리아 파시즘이 위협하는데, 미국과 영국과 프랑스는 반 파시즘 진영에 러시아를 포함시켜주지 않았다. 동쪽에서는 일본제국주의가 밀고 들어왔다. 러시아는 고립됐다.

일단 급한 곳은 서쪽이었다. 서쪽에서 전쟁 준비를 해야 하는 소련은 동쪽이 잠잠하기를 바랐다. 시간을 벌려면, 일본에게 빌미를 주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었다. 소련은 시간 벌기에 들어갔다.

혁명 후 내전이 일어나고, 연해주 지역은 오랫동안 적군과 백군으로 나뉘어 싸웠다. 한인들은 소비에트를 위해 싸웠고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소비에트는 그들을 간첩으로 몰아 처형했다. 2500명 정도로 추측한다. 강제이주 명령이 떨어지자 부당함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도 처형했다. 모두1937년 강제이주 이전, 십 수 년에 걸쳐 일어난 일들이다.

강제이주도 당초에는 두만강 국경지역의 한인으로 국한했으나, 곧 태평양 연안에 살고 있는 모든 한인들로 확대했다. 그 수는 정확하지 않지만 18만 명에서 2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측한다.

연해주 지역 한인이 처음 정착한 카작스탄의 당시 인구가 200만 명 정도였으니,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한인들의 수는 엄청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