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 안녕하셨습니까? 요즈음 군인교회는 새롭게 부임하신 대대장님이 용사들의 신앙생활과 예배간식에 관심을 많이 쏟으십니다. 인제에 사는 가족들과 함께 항상 진부령에 있는 군인교회로 예배를 드리러 오시고, 진부령에서는 구할 수 없는 빵이나 샌드위치, 주먹밥 등 다양한 간식도 준비해서 오십니다. 좋은 믿음의 상사가 들어오니 군인들도 즐겁고 남편도 힘을 얻습니다.

저희 교회도 분주한 부활주일을 보냈습니다. 장로님께서 가져오신 계란을 압력솥에 구워 부활란을 꾸미고, 강대상에는 부활의 기쁨을 표현할 수 있는 화분을 놓았습니다. 예배 시작 전에 삼삼오오 교회로 오시는 교인들의 손에는 점심 애찬으로 쓸 반찬이 한가씩 들려 있었습니다. 주일 근무가 있어 예배 참석이 어려우신 여선교회장님께서 미리 연락을 하여 각자 준비할 반찬을 정했기 때문입니다. 보자기에 싸서 가져오신 반찬들을 한 가지씩 풀어놓자 애찬 상이 풍성하게 차려졌습니다. 한 사람이 많은 음식을 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한 가지씩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더 풍성합니다.

반찬을 풀어놓고 자리에 앉으신 70대 집사님께서 작년에 어려웠던 일과 올 해 감사한 일에 대해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작년에 지방정부에서 임대료를 내지 않고 국유지에 농사를 짓는 사용자들을 찾아 그간의 임대료를 받고 국유지를 복구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 집사님 가족도 국유지에 농사를 짓고 있어 임대료를 한꺼번에 내야 했습니다. 시골에서는 본인의 농지가 아니어도 빈 땅이 있으면 농사를 짓기도 하는 것이 오랜 관행이어서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었는데 지방정부에서 일제 조사를 시행하면서 어려움이 닥친 것이었습니다.

작년 그 일이 닥쳤을 때 집사님의 온 가족은 상심하였습니다. 농지도 잃게 되었고 오랜 시간 쌓인 임대료와 산림 복구비용을 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장로님은 한동안 마을에서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심리적 경제적 상황을 남편과 이야기하며 함께 기도하셨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집사님의 온 가족은 작년 농사가 잘 되어 임대료를 비롯한 산림 복구비용을 모두 납부 하였고 농사에 필요한 새로운 농기구와 트럭을 구입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잘 지나왔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시며 집사님은 “나는 저기 도와주시는 분이 계셔.” 라고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셨습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어려움을 잘 이겨내셨다는 뜻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어떻게든 농사를 더 많이 지어서 돈을 벌기 위해서 애를 썼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애쓴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라고 말씀하십니다. 부활주일 전날 이주노동자와 아들이 한창 하우스에 비닐을 씌우느라 애를 쓰는 모습을 보고 집사님이 “이제 그만 쉬어. 그만하고 쉬어.”하고 말씀을 하셨더니 자녀들이 “우리 엄마가 인심 쓰시네.”라며 놀렸다고 집사님은 껄껄 웃음을 웃으십니다. “젊을 때는 몰랐지. 욕심내고 애쓰면 되는 줄 알았지. 그런데 아니야. 하나님이 도와주셔야 되는 거야. 오늘 부활주일인데 일꾼(이주노동자)도 그만 쉬라고 했어. 우리도 부활주일이라고 쉬는데 그 사람도 좀 쉬어야지”하고 부활주일에 이주노동자에게 안식을 준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집사님은 올해 76세이십니다. 일제 강점기에 어린 시절을 보내고 13세에 해방이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모두 일본 이름을 쓰라고 해서 일본 이름을 썼고 일본식 교육을 받는 학교에 다녀야 했습니다. 집사님의 아버님께서는 일본교육은 받아서는 안 된다며 집사님을 초등학교에 보내지 않으셨다고 했습니다. 집사님이 말씀하시기를 “우리 나이 또래가 글 모르는 사람이 제일 많아. 그때는 일본말 쓰라고 해서 일본말 썼지, 학교도 못 갔지, 해방되고 나니 나랏말 쓰라고 해도 이미 못 배워서 쓸 수가 있나.”하고 한글을 읽고 쓰는데 어려움이 있음을 표현하셨습니다. 그나마 교회를 다닌 사람들은 성경을 읽으니 한글을 조금 읽고 쓸 수 있다는 말씀을 덧붙이시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하우스 농사 기술이 없어 날이 더워지고 농사가 되지 않으면 밥을 굶는 사람이 많다며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 음식을 버릴 수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집사님은 “거기 아(어린이)들이 죄다 굶을 거 아니야.”라며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상기시켜 주셨습니다. 고성 산골에서 평생 농사만 지으며 자녀들을 기르고 손녀들까지 길러낸 집사님은 비록 한글을 잘 읽지 못하는 무학의 농사꾼이지만 하나님을 신뢰하고, 이주노동자를 아낄 줄 알고, 북한의 배고픈 어린이들을 걱정하는 넓은 마음을 가지고 계십니다. 예배 전 집사님의 삶의 이야기가 부활주일을 더 풍성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늘 하루, 예수님의 부활은 상징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넉넉한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