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도 안녕하셨습니까? 지난 목요일 밤에 일어난 고성산불로 고성과 속초 일대의 주민들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고성에 산불이 났다는 긴급재난문자를 받고 불과 두 시간 만에 강한 바람을 타고 옮겨붙은 불이 속초까지 내려갔습니다. 밤이고 바람이 강해 불을 끌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지역주민들은 밤을 새우며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산불 소식을 듣자마자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몸만 빠져나온 위험지역 이재민들의 황망함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습니다.

   저희 교회는 바람이 부는 방향과 다른 쪽에 위치하고 있어 아무런 피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산불 발생지역에 있던 한 교회가 전소되었고 목사님과 사모님, 어린 세 아이가 긴급히 지역 다른 교회로 대피하여 밤을 보냈습니다. 걱정된 남편은 산불 진화지와 전소된 교회가 있는 인근까지 산불 발생 당일 밤에 차를 몰고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이미 미시령에서부터 차량 통제가 시작되었고 지척에서 시뻘겋게 타오르는 불길을 쳐다보며 발만 동동 구르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은 산불이 났다는 소식에 눈물을 글썽이며 걱정을 했습니다. 먼저 속초에 사는 담임선생님의 집에 불이 붙을까 걱정이 되어 울상이 된 아이들은 선생님과 통화를 하였습니다. “위험하면 00이의 외할머니가 사시는 양양으로 피하면 된다.”는 선생님의 답변을 듣고서야 아이들은 마음을 놓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산불이 커지고 있다는 뉴스를 보자 불이 저희 교회로 옮겨올까 걱정되어 아이들은 늦도록 잠들지 못했습니다. 남편이 “아빠가 밤새워 지켜보고 있을 테니 너희들은 걱정하지 말고 잠을 자. 혹시 산불이 우리 쪽으로 오면 너희들을 깨워서 차에 태우고 반대쪽으로 내려갈게.”하고 단단히 약속하며 잠을 청하도록 하였습니다. 교회와 집이 혹시나 사라질까 걱정된 큰아이는 자신이 아끼는 책 세 권과 돌(취미 : 작은 돌 수집)을 가방에 넣어 피난 준비를 한 후 잠이 들었습니다. 저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엇을 싸야 하나 고민해 보았는데 막상 짐을 싸려고 하니 옷가지 한두 벌 말고는 쌀 것이 없었습니다. 위급한 상황에서는 아이들만 업고 뛰어야 하니 많이 싸는 것도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밤이 지나고 전국의 소방차가 고성과 속초로 몰려들어 동이 트자마자 소방헬기와 함께 진화작업에 나섰습니다. 금요일 미시령에는 전북, 전남 소방청 소속의 소방차와 소방대원도 보였습니다. 밤을 새워 달려와 산불 진화를 위해 사투를 벌였을 소방관들의 노고를 생각하니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번 산불에서 인명피해가 극히 적었던 것은 신속한 산불 발생 알림과 대피 지도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방헬기가 물을 뿌리고 소방관과 군인들이 동원되어 잔불 진화에 나서 금요일 하루 만에 산불 진화는 거의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삶터를 잃은 이재민들은 인근 학교에 대피소를 꾸리고 거주하고 있습니다. 지인의 집이 전소되어 고성의 한 초등학교에 설치된 임시 대피소에 들러보니 지역 공무원이 모두 현장에서 이재민접수를 하고 구호 물품을 나누어 주는 등 산불 피해자를 돕기 위해서 애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기업과 봉사기관들 역시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어려움을 돕기 위해 손을 보태고 있었습니다.

   산불은 마치 달리기를 한 것처럼 흔적을 남겼습니다. 한 지역만 집중적으로 피해를 당한 것이 아니라 이곳저곳 불꽃이 튀는 곳마다 전소된 건물들이 보입니다. 폐허가 된 건물들을 보며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속초, 고성, 강릉, 동해, 부산 등 동시에 일어난 산불로 인해 지인들의 안위를 걱정했을 많은 이들과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재민들의 어려움을 위해 기도해 주시는 많은 분께 감사드립니다. 오랜 시간 자라온 숲이 타들어 가고 집이 사라지는 아픔을 겪은 재해 지역주민들의 삶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오늘 하루, 슬퍼 우는 자들에게는 용기와 희망을, 믿음의 사람들에게는 위로하고 돌보는 능력을 허락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