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들이 여기저기서 아우성을 칩니다. 아래로 눈을 돌리면 냉이꽃부터 꽃다지, 별꽃, 제비꽃,민들레...눈을 드니 담장에는 노란 산수유와 개나리가 엉켜 있고 가로수로 심겨진 벚나무에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먼 산에는 언뜻언뜻 분홍빛이 돋아나니 분명 진달래겠지요. 어릴 적 진달래는 따먹거나 동그란 찹쌀반죽 위에 얹어 화전을 부쳐 먹는 꽃이었습니다. 조금 커서는 시인 김소월의 대표작으로 그리고 삼국유사 속 벼랑 끝에 피어난 꽃을 꺾어 바쳤다는 헌화가를 기억하는 정도였습니다.

한주에 한번 이 짧은 글을 쓰며 세 번째 봄을 맞이하는데 진달래를 꺼내지 못했습니다. 그저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나무로 꽃색이 아름다워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다’라고 쓰기는 싫었습니다. 그렇다고 진달래빛으로 얽혀있는 우리 민족의 한이라든가 아픔을 쓰기에는 가지고 있는 지식과 글재주가 너무 짧아 쉽게 입에 올릴 수가 없었고요. 꽃잎은 얇고 투명하나 결코 가볍지 않은 꽃입니다.

작년 4월 초, 벼르던 그 산 그 진달래 숲에 들었습니다. 날은 흐리고 비 예보까지 있었던 지라 사람들은 간간이 스칠 뿐 산도 진달래도 온통 제 차지였습니다. 큰카메라는 배낭에서 꺼내지도 않은 채 타박타박 걸었습니다. 맘 비우고 다녀와 그런지 여운이 더 깁니다.

영취산 진달래

저어기 눈 길 끝
잡히지 않으나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거기도 꽃빛 여린 속살인 것을

헤아리지 못하는 안개 속에서도
발길 끝 찔끔거리는게 꽃물인건 알겠다
차마 입 다문 탄성 속으로는
빨간 속울음이 흘렀다

피는 길이 이럴진대
지는 길은 참혹한 황홀이겠다
끝내 거스르지 못하는 분홍빛 늪이겠다.
                      2018.4월 초 恨裸 은경

*그곳 풍광은 핸드폰카메라로 담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