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각이 났나 보다. 전화 속의 사람은 이쪽에서 전화를 든 아내에게 만나 줄 것을 요구하는 모양이다. 아내는 무슨 날이기에 갑자기 만나자(이를 전문용어로 ‘번개팅’이라 하던가)고 하는지 묻는다. ‘생일?’이라고 되묻는 것 보니 그쪽 생일인 모양이다.

전화를 끊은 아내의 말에 따르면 오래전부터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사모님께서 내일 만나 점심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단 것이다. 왜 갑자기 점심을 사려느냐는 질문에는 자신의 생일이니 생일 턱을 내겠다고 했단다. 나의 가부를 묻는 아내의 말에 ‘난 무조건 오케이!’라고 답했다.

그렇게 성사된 번개팅, 세 커플이 만났다. 그리고 그 생일 턱이란 걸 근사하게 즐겼다. 건강한 채소 먹거리들로 차린 뷔페에서 남의 생일에 배가 버걱거리는 소릴 들으며 먹었다. 채소만의 식사이니 배부르게 먹어도 괜찮을 거란 과신을 양념삼아.

좋을 때든 나쁠 때든 생각나는 사람, 그 사람은 무엇 때문에 생각나는 것일까. 사랑 때문에, 정 때문에? 뭐란들 어떠랴. 두어 세 달을 간격으로 우리 세 커플은 만난다. 이름 하여 ‘수영팀, 오삼회, 장감성’, 팀 이름이 꽤나 많다.

이런 이름들은 그 내력이 있다. 같은 수영장에서 수영하다 만났다고 ‘수영팀’이란 이름을 붙였다. ‘오삼회’는 아내들이 53세 때 결성한 그룹(걸그룹?)이라고 붙인 이름이다. 또 ‘장감성’은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목사 내외가 뭉쳤으니 붙인 이름이다.

이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만나면 좋다는 것이다. 행복하다는 것이다. 흉허물이 없다는 것이다. 그게 중요하다. 꽤나 만나야 하는 사람도 많고 모여야 할 의무적인 모임도 많건만 유독 이 모임은 열일 제쳐 놓고 뛰어간다.

어제도 장장 두 시간 10분이나 걸려 달려가 만났다. 세종도 지나 금산이란 곳, ‘하늘물빛정원’이라고 아실는지? 거기서 만나 채식뷔페로 배를 불렸다. 그리고 서로 사랑어린 대화로 마음을 녹였다. 거기에 덤 하나 추가!

라이브 공연! 캬, 이리 신날 수가 없다. 가수는 대부분은 우리가 모르는 곡을 열심히 불렀지만 아는 곡이 나올 땐 입술을 실룩거리며 따라하려고 노력도 했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라던가,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 정확히는 모른다)는 노랫말이 나올 땐 얼씨구, 긍정의 미소까지 날렸으니.

남의 생일에 이리 행복해도 되는 건가? 속으로 채근까지 했다. 그렇게 점심에 만나 어죽마을까지 가 저녁으로 어죽 한 사발까지 들이켰다. 당연히 배는 올챙이가 되었다. 돌아오는 길도 역시 멀었다. 어스름을 가로질러 돌아오며 생각했다.

실은 아직까지는 그냥 너스레다. 이제부터가 진짜 하고픈 말이다. 거리가 문제일까? 남녀가 사랑하는데 거리가 문제일까.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만나자고 하는데 거리가 문제일까. 아니다. 우리 부부의 경험을 볼 때 아니다.

그런데 성도들은 너무도 당연히 교회와의 거리가 문제라고 말한다. 좀 더 정확히 짚어보자.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사랑이 문제다. 하나님과의 사랑이.

▲ 김학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