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썰렁한 이른 봄, 숲속을 걷다가 한 움큼 올라온 붉은 새싹을 만났습니다. 도대체 신기하여 이게 무엇일까.. 하고는 한해를 넘겼습니다. 다음해는 봄이 한창인 푸른 산에서 모양이 남다른 키가 껑충하고 한줄기에 여러 갈래의 잎이 달린 식물을 발견했지요. 이 둘이 같은 아이라는 것을 알고는 깜작 놀랐습니다. 이야기가 뚝 끊긴 듯한 뜬금없는 느낌이었지요. 개감수의 생을 아직 다 지켜보지 못했습니다. 빨간 열매를 만날 올여름이 기대됩니다.

우리나라에 골고루 사는 대극과 식물입니다. 대극과 대극속 식물들 중에는 독이 들어있는 것이 많습니다. 붉은색 줄기를 자르면 유액이 나오는데 개감수를 비롯 대극, 등대풀, 암대극, 흰대극이 그렇습니다. 줄기가 원줄기 끝에서 다섯 갈래로 갈라지고 그 끝에 마치 꽃받침같은 삼각모양의 잎이 달립니다. 각각 두 장인 그 삼각모양 잎 가운데에 녹황색 꽃이 피고요 2차로 벌어질 잎은 게의 집게다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새싹은 줄기-잎 구별 없이 붉어 어?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고 꽃은 꽃 같지 않아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잎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선명한 꽃색깔을 보아왔던 눈에는 그리 매력 있는 꽃은 아닐지 모릅니다. 결코 평안하게 보이는 않는 조금은 불편한 꽃이지요. 오히려 꽃보다 갈라진 다섯 줄기를 받쳐주는 커다란 잎이 더 어여쁘게 보입니다. 어쨌든 우리 세상에는 이렇게 예상치 못한 모양과 빛깔의 꽃도 피고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