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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 생각하기
박효숙  |  hyosook05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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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년 03월 01일 (금) 23:23:23
최종편집 : 2019년 11월 06일 (수) 01:18:23 [조회수 : 4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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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따뜻한 창가의 봄햇살에 기대어 있는데 책꽂이에 꽂혀 있는 이솝우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미국 온 지 10여년이 되어 가는 동안 자리를 옮기지 않은 채 얌전히 꽂혀 있는, 우리 가족을 따라 2억 만리 따라온 책입니다.

이솝우화를 읽기에는 훌쩍 커버린 아이들, 이젠 정리해서 필요한 사람과 나눠야겠다는 생각에 뽑아 들고 뒤적거립니다. 그러다가 어, 어, 하며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한참을 서서 읽다가 다시 창가로 가서 앉았습니다. 그 중 이솝우화 ‘해님과 바람’ 이야기를 읽다가 조금 색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해님과 바람’은 누가 더 힘이 센지 서로 말다툼을 벌이다가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내기를 하는 내용입니다. 바람이 세면 셀수록 나그네는 외투를 더 꼭 움켜잡고,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자 금방 땀을 닦으면서 외투를 벗습니다. 결국 뜨거운 햇빛 때문에 더워진 나그네가 스스로 옷을 벗게 되어 해님이 이기게 됩니다.

그동안 따뜻함이 차가움을 이긴다는 정도로 해석했던 동화였습니다.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나그네의 옷을 벗길 것인가를 놓고, 누가 더 센지 내기를 한 것을 보면, 이솝이 이 글을 쓴 때는 여름이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해님과 바람이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내기를 하지 않고, 옷을 입히는 내기를 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요?

따져보면 내기에서 진 바람은 처음부터 억울한 내기를 한 것입니다. 이야기를 자세히 읽어 보면 누가 더 센가를 다투다가 화가 난 바람이, 화가 난 바람에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내기를 하자고 제안하게 됩니다. 화가 나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질 수도 있는 내기를 벌인 것입니다. 만약 안정된 상태였다면, 공정한 내기가 되기 위해, 옷을 벗기는 내기와 옷을 입히는 내기를 함께 해야 맞습니다.

일상에서도 보면, 화를 먼저 내는 쪽이 불리합니다. 화가 나면 제대로 된 생각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화가 바른 생각을 방해합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침착하게 상황에 대처해야 합니다. 상대를 품을 수 있는 생각이 진짜 이기는 생각입니다.

분명, 따뜻함은 차가움을 덮습니다. 그것이 따뜻함의 강점입니다. 그러나 바람의 역할은 분명히 있습니다. 바람다운 일, 바람스러운 일, 바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고, 바람이 설 자리가 당당히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들의 대부분은 어려서부터 따뜻한 것이 좋다고 배워왔습니다. 특히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건이나 상황을 분석하려고 하면, 따지려고 든다고, 정이 없다고, 냉정하다고 몰아붙이는 시대를 지나왔습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따뜻하다고 다 좋은 것도, 차갑다고 다 나쁜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역지사지로 생각하고, 좌우 균형 잡힌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질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습니다. 진다고 다 나쁜 것도, 이긴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닙니다. 인생을 살면서 한번쯤 대학시험에 떨어졌다고, 또는 원하는 일이 맘대로 되지 않았다고, 그렇게 실망하거나 절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고 이기는 건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그 경험이 자신의 인생에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인생의 거친 폭풍우가 우리의 삶을 더 빠르게, 더 멀리 옮겨 놓을 수 있습니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면, ‘雨後地實(비 온 뒤 땅이 더 굳어진다)’ 이라는 사자성어처럼 더 단단한 자신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아픈 만큼 더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이치 때문입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뒤집었다 폈다를 몇 번 더 하다가 책을 마음에 품어봅니다. 책을 읽느라, 생각에 빠져드느라 밀린 일은 더 많아졌지만 참으로 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솝우화가 어린이용이라는 편견도 버리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새삼 마음에 와 닿습니다. 새 봄에 참 좋은 선물을 배달 받은 느낌입니다.


박효숙교수
청암크리스챤아카데미/목회상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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