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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고 기도하기
지성수  |  sydneytax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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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년 02월 14일 (목) 00:42:29
최종편집 : 2019년 03월 23일 (토) 02:59:44 [조회수 :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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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교회에서 기도를 하는 동안 기도문이 화면에 올라온다고 한다. 헌금을 카드로 결제하는 교회도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보았지만 기도의 내용을 화면에 띄운다는 것은 처음 들어보았다. 처음에는 “그 교회는 기도할 때 눈을 뜨고 기도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런 것이 아니었다.

갓난 아이들과 따로 자모실에서 예배하는 부모나 예배당 안에 들어 오지 못하는 분들이 멀리서라도 기도문을 보고는 함께 눈으로라도 기도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었다.

사실 기도할 때 반드시 눈을 감으라는 법은 없다. 성경에도 예수가 눈을 뜨고 기도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에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가라사대(요17:1)...”

지금도 유대인 랍비는 거리에서 눈 뜨고 하늘을 우러러 보며 기도한다. 눈도 실 눈을 뜨는 정도가 아니고 부릅뜨고 기도한다. 아무래도 눈을 뜨고 기도하면 헛소리를 덜 할 것 같다. 눈을 감으면 보이지 않으니까 머리 속에서 지어서 하는 거짓을 더 하게 되지는 않을까?

기도를 직업으로 해야 하는 목사로서 내 생애 가장 어려운 기도는 김영삼 대통령을 위한 기도였다. 86년 10월 어느 날 국회에서 전두환의 민정당이 김영삼이 총재로 있는 신민당의 유성환 의원이 감히 '반공이 국시냐?'는 질문을 했다고 제명을 결의하는 날이었다. 이날 국회에서 전 국회의원이 총집결하여 민정당의 단독 통과를 막아보려고 건곤일척의 싸움을 벌이려는 긴장된 시각이라서 평소에 항상 기자들과 국회의원. 정치지망생들로 북적거리던 사무실에 김영삼과 비서실장 김덕룡과 여비서만 남아 있었다. 당시 국회의원이 아니었던 김영삼 옹은 속수무책으로 자기 손발이 짤려나는 굴욕을 견뎌야만 하는 통한의 날이었다.

공교롭게 그날 김덕룡을 만나기 위해 갔었는데 김덕룡은 "총재님이 지금 굉장히 우울해 계시니 들어가서 기도라도 해드려야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 실장으로부터 나를 소개 받은 김 옹은 30대 후반의 젊은 나를 그래도 목사라고 대우를 해주면서 기도를 청했다. 새파랗게 젊은 목사가 한국 제일의 정치인을 위해서 기도를 한다고 하는 것이 격에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분위기 상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 셋은 하나님께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속히 오게 해달라'고 간절히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를 드렸다.

기도가 끝나고 김 옹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신세 한탄을 했다.

"목사님! 오늘 잘 만났네. 사실 내가 남들에게 말 못할 고민이 있습니다."

나는 바짝 긴장을 해서 "무슨 일이신데요?"라고 물었다. ,

"내가 맹색이 충현교회 장로 아닙니까? 그래서 몇 달에 한 번씩 주일 대예배에 대표기도를 안 합니까? 그런데 내가 기도시간에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서 기도를 하면 우리 김 목사님이 설교 시간에 그것을 모두 뒤집어 버린다는 말입니다. 내가 이제 와서 교회를 옮길 수도 없고 내 원 참! 이거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진심을 찾아보기 어려운 정치인이라도 아마 그 때 그 순간 만큼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눈을 뜨고 하던 감고 하던 기도는 사람 들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 들으라고 하는 것이니 우선 진실해야 할 것이 아닌가?

나는 하나님이 인간들이 자기를 향하여 떠드는 소리 때문에 무척 성가실 것 같이 생각된다. 애초에 기도를 잘못 배운 인간들은 신을 귀찮게 해야만 기도를 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래서 예수는 "너희가 무엇을 구해야 할 지를 아버지가 이미 알고 계신다."면서 가르쳐 준 것이 바로 주기도문이다.

첫 손녀를 본지 4일 째 되는 후배 목사님 집에 갔는데 아기를 위해서 기도를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고물거리는 3.5kg의 작은 생명체 앞에서 어떻게 기도를 해야 할 지를 몰라서 잠시 망서렸다.

갓난 아기를 위하여 쉽게 기도를 할 수 없었던 까닭은 나는 하나님이 사람의 삶을 인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나님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기를 위해서 기도를 부탁 받은 순간 들었던 생각이다.

“내가 살아 온 세상과 네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얼마나 다를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내가 살아온 삶이나 네가 살 삶이나 근본은 다르지 않으리라.
네 부모는 내가 빨리 커서 지혜롭게 되기를 바라겠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세월이 길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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