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두었던 꽃입니다. 한 번 더 만나고 나서 이름차례에 올리려했으나 작년까지 기회가 없었습니다. ‘갯취’를 만난 것은 꽃을 찍겠다고 마음먹고 접사렌즈를 구입하고 미처 적응도 하기 전이었지요. 준비도 없이 사전 지식도 없이 급작스레 맞닥뜨렸습니다.

‘갯취’의 갯~은 바닷가를 얘기합니다. 취~는 나물임을 금방 눈치 채실 테지요. 경상도 남쪽 바닷가와 제주도에 살고 있습니다. 6~7월에 핀다고 나오는데 5월 하순, 제주 새별오름에서 만났습니다. 갯곰취, 섬곰취라고도 부른다네요. 새별오름은 정월대보름 억새를 태우는 들불축제로도 유명합니다. 오름 하나를 뒤덮은 갯취를 보면 자생지가 그리 넓지 않다는 사실이 언뜻 믿어지지는 않습니다만 산림청에서 희귀식물, 특산식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한국특산종이기도 하고요. 꽃도 잎도 시원시원하고 내한성도 좋아 관상용으로 심기 시작했답니다.

얄팍한 능력 탓에 꽃을 담으며 학명이나 분류까지는 눈길을 주지 못합니다. 하지만 갯취의 학명 속에 들어있는 타케(Taquet)신부는 기억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1900년대 초 제주에서 활동한 프랑스신부 타케는 제주식물을 통해 한국을 유럽에 알리는데 애를 썼고 일본에서 밀감나무를 들여와 지금의 제주가 만들어지는데 기초를 놓았더군요.

차에서 내려 오름을 향해 걸어가는데 점점 눈 안에 가득 차는 노오란 꽃들의 향연에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말그대로 꽃천국이었지요. 함께한 사람들과 도구와 상황까지 온통 낯설음과 어설픔으로 가득했던 불안과 긴장을 단숨에 날려버린 감동이었습니다. 푸른 하늘과 춤추는 노란 갯취, 오름의 부드러운 곡선과 늘어진 초여름 녹음!! 한겨울에 먼 기억을 끄집어내어 쓴 이 짧은 글을 생생한 사진과 풋풋한 느낌으로 고쳐쓰기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