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간 걸까

어린 시절에 보았던 아름다운 풍경들은 어디로 간 걸까

새가 가득 내려앉던 숲은

 저녁의 고요함은 어디로 간 걸까.

우리는 계절의 아름다운 변화를 그리워하는

 최후의 낭만주의자들일까.

하얀 눈은,

그것들은 이제 그림에서 밖에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기억해 두자.

자구의 얼굴들은 우리의 얼굴과 같은 것.

우리는 이 소행성의 여행자에 불과하며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음을.

-이반 라코비크 크로이터(유고슬라비아 화가)-

나는 더 이상 '어디로 간 걸까?' 하는 것 같은 의문은

 마음 속에 품지 않는다.

하얀 눈송이들이 떨여져 내리면서 ' 나는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걸까?' 하는 의문을 갖지 않는 것처럼.

지금의 내 나이가 한참 그럴 나이다.

늙어가는 것도 고맙고, 병드는 것도 고맙고,

숨쉬는 것도 고맙고, 죽는 것도 고맙고....

그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고마워해야 할 나이다.

옛날에 한 선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더구먼

" 오는 인연 막지 말고 가는 인연 붙잡지 말라" 고.

그것도 인생을 덜 살아봐서 나온 한 헛소리지.

인연이라는 것이 어찌,

가로막고 붙잡을 수 있는 것인가?

때가 되면 산들바람처럼 왔다가

 때가 되면 산들바람처럼 사라지는 것이

인연일진데....

지금, 이 나이에

'고맙다' 는 마음을 갖을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