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오늘의칼럼
“말의 힘(power of words)”
박경양  |  kmpeace@chol.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19년 01월 31일 (목) 01:12:34 [조회수 : 6865]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들어오셔요, 벗어놓으셔요, 당신의, 슬픔을, 여기서는, 침묵하셔도 좋습니다” 통일 이전 동독인들이 체제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집 문에 걸어 놓았다는 동독의 저항시인 라이너 쿤체의 ‘한 잔 쟈스민 차에의 초대’라는 시입니다. 독일의 대표적인 서정 시인으로 독일 최고의 문학상인 ‘게오르크 뷔히너상’을 수상한 라이너 쿤체는 동독 정보당국의 혹독한 감시와 억압을 받으면서도 시작(詩作)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정보당국의 감시와 억압 때문에 문학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열쇠 수리공으로 일하며 쓴 쿤체의 시는 라디오를 통해 국경 넘어 퍼져나갔고 그의 시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동독의 정보당국이 쿤체를 감시하며 그에 대해 수집한 정보를 담아 두었던 파일의 이름이 ‘서정시’였답니다.

나희덕의 시 <파일명 ‘서정시’>는 동독 정보당국의 라이너 쿤체에 관한 파일 <서정시>에는 그가 “화단에 심은 알뿌리가 ...무엇인지, 다른 나라에서 온 편지가 몇 통인지, 숲에서 지빠귀와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옷자락에 잠든 나방 한 마리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하루에 물을 몇 통이나 길었는지, 재스민 차를 누구와 마셨는지,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대출받았는지, 강의시간에 학생들과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 저물 무렵 오솔길을 걷다가 왜 걸음을 멈추었는지, 차로 국경을 넘으며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가 담겨 있을 것이라며 정작 “그들이 두려워한 것은, 그가 사람의 마음을 열 수 있는 말”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노래합니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탁월한 연설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연설은 그가 대통령이 되는 데 크게 기여했고, 그가 대통령이 된 후에는 그가 한 말 한마디 한마디는 세계인의 기대와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습니다. 그의 연설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바마는 대통령이 된 후인 2009년 5월 백악관에서 말의 힘을 찬양하는 ‘시 낭송 파티’를 열었습니다. 파티의 개막 연설에서 오바마는 “우리는 오늘 말의 힘(power of words)을 찬양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말은 우리가 아름다움을 알고, 고통을 이해하도록 돕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성서 역시 곳곳에서 말의 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성서는 말씀으로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셨다고 전합니다. 잠언의 지혜자는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이 혀의 힘에 달렸고, 혀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역경 속에서도 자기 목숨을 지킬 수 있다고 전합니다. 또 예수는 “사람이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마태복음서 4:4)이라고 하셨고, 말씀으로 귀신을 쫓아내시고, 병자를 고치셨습니다. 야보고는 “혀를 다스리지 않고 자기 마음을 속이면, 이 사람의 신앙은 헛된 것”이라며 말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말은 세상을 소란스럽게도 하고, 세상을 바르게 하기도 하는 등 말에는 힘이 있습니다. 그 힘 중 세상을 바르게 하는 힘은 말에 담겨있는 진실성과 사랑, 정의에 대한 열정과 위로에 그 원천이 있습니다. 그것이 없는 말은 세상을 소란스럽게 하는 소음일 뿐입니다. 요즈음 언론과 정치인 또 종교지도자들이 쏟아내는 말의 향연들을 지켜보면서 말의 기능과 의미 그리고 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과연 그들의 말속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세상을 시끄럽게만 하다가 버려지는 소음이자 쓰레기일 뿐일까? 설교를 해야 하는 주일 아침에 말의 힘을 생각을 하게 되다니 참으로 아이러니입니다. 그래서인지 오늘 아침은 유난히 설교가 부담스럽습니다.

박경양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23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0 / 최대 22400바이트 (한글 11200자)
- 금지어 사용시 댓글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 [댓글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도배성, 광고성, 허위성 댓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