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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쟁
홍지향  |  ghdwlgi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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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년 01월 27일 (일) 23:57:27 [조회수 : 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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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주간도 안녕하셨습니까? 새해가 시작하는가 싶더니 벌써 한 달이 다 지나가고 있습니다. 남편과 저는 간혹 자녀 양육의 문제로 갈등을 겪습니다. 이는 제가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남편은 감정이 좋지 않으면 어떤 부분에서 화가 났는지 말을 하지 않고 감정이 상한 채로 자리를 뜹니다. 하지만 저는 어떤 부분이 화가 나는지를 직접 말하고 그런 행동을 하지 말아 줄 것을 요청합니다.

   사건은 주로 온 가족이 거실에서 생활을 하면서 독립된 사무실이 없는 남편이 설교를 준비하고 큰아이와 작은아이는 숙제를 하거나 놀이를 하면서 소란을 피울 때 생깁니다. 집중해서 설교준비를 해야 하는 남편과 궁금한 것도 많고 시끄럽게 놀고 싶은 아이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면 보통 설교를 준비하던 남편은 방으로 들어가고 아이들은 아빠가 자리를 뜨는 것을 보고 당황합니다. 그때 제가 남편에게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를 물어보게 되고 남편과 저는 갈등하게 됩니다.

  지난주에도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해서 저와 남편은 언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큰아이는 얼른 방학숙제를 시작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눈물을 찔끔찔끔 하였겠으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상황대처능력이 좋아집니다. 대수롭지 않게 숙제를 마치고 저녁 시간은 저와 함께 ‘알쓸신잡’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물론 저와 남편도 서로 화해하고 함께 간식을 먹으며 저녁 시간을 잘 보냈습니다.

   다음날 아침 큰아이가 머리를 감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른들은 현명한데 왜 싸워요?” 그래서 제가 “의견이 맞지 않아서 그걸 조율하기 위해서 언쟁을 하는 건데 그게 싸우는 걸로 보일 수도 있어. 그리고 화해하니까 괜찮아.”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큰아이가 “하나님이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라고 했는데 싸우면 안 되죠.”하고 말합니다. 제가 “너희들도 싸울 때가 있잖아. 서로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니고 서로 이해하기 위해서 다툴 때도 있는 거야.”하고 대답했습니다. 큰아이는 “어린이는 싸우면서 큰다는 말이 있지만 어른은 싸우면서 큰다는 말이 없어요. 그러니까 어른은 싸우면 안 되는 거잖아요.”합니다. 그리고 덧붙여서 “어른은 선거도 하는데 싸우면 말이 안돼요.”합니다. 저는 그 말이 너무 재미있어서 선거와 언쟁의 연관관계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인지 물어보았습니다. 큰아이가 말하기를 “선거는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증거니까 선거도 하는 사람이 싸우면 안 되는 건 당연한 거죠.”합니다. 선거를 하는 사람은 싸워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저는 나이 마흔둘에 알고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저녁에 큰아이는 또 이렇게 물어보았습니다. “엄마 어른이 되면 다 이해심이 많아지는 거예요?” 저는 “잘 성장해서 좋은 어른이 되면 이해심이 많아지는 거야. 하지만 그냥 어른이 된다고 다 그런 건 아니야. 이해심이 많은 어른이 되려면 노력을 해야 해”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말을 하면서 과연 저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좋은 어른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선거도 하는 사람(어른)이 지혜롭지 못하고 이해심도 없으면 세상은 참 살기 각박해 질 것입니다. 아이들 앞에서는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정작 스스로 무엇이 옳은 것인지 선택할 줄 모른다면 아이들에게 좋은 미래를 남겨 줄 수 없습니다. 재판정에서 예수님 대신 빌라도를 내어 달라고 말 한 이들이 멀리 과거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부부가 함께 살다보면 항상 뜻이 맞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다투기도 하고 화해하기도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가 깊어져 갑니다. 깨지지 않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서로의 다름을 드러내고 퍼즐을 맞추듯이 서로의 삶을 맞추어 나가는 것이 바로 부부의 관계입니다. 그리고 한 교회에서 믿음을 키워가는 교우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을 때도 있고 힘겨울 때도 있습니다. 크고 작은 갈등은 이전에도 있어왔고 앞으로도 생겨날 것이지만 그 어려움을 넘어서야 서로에게 더욱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줄 수 있습니다. 속이 상하고 이해하지 못한다고 쉽게 울타리를 떠나버릴 일은 아닙니다. 믿음의 든든한 울타리와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는 가뭄과 홍수, 추위와 더위를 견뎌내는 동안에도 그 물길을 틀지 않는 유구한 강물과 같은 인내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누구나 말할 수 없는 아픔이 있고, 갈등을 겪으며, 어떤 형태이든 손해를 감수하고, 인내하며 살아갑니다. 우리가 타인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가 인정받기를 원하는 그 사람도 꼭 우리만큼 고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우리가 먼저 상대의 처지와 심정을 이해할 줄 아는 어른이 되도록 하나님께 지혜를 구해야겠습니다. 오늘 하루,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 소홀하기 쉬운 이들에게 따듯한 이해와 친절한 사랑을 전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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