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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사모 그리고 친구
김학현  |  nazunj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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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년 01월 24일 (목) 10:48:35
최종편집 : 2019년 01월 24일 (목) 22:37:52 [조회수 : 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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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많다. 내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는 전화번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그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 중에 내가 힘들고 위로받고 싶을 때 버튼을 눌러 통화할 수 있는 이는 몇 명일까? 잠 안든 어느 오밤중에 불현듯 솟아오른 생각이다.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사람마다 좀 다르긴 하지만 한번만 전화를 받아도 저장이 가능한 최첨단 무기인 스마트폰이란 걸 손에 들고 다니는 현대인은 많은 다른 사람의 전화번호를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 중 몇 명에게 위로를 청할 수 있을까?

‘나도 외롭다’고 외쳤다. 지난주일 설교 시간에. 물론 누구나 문제가 있고, 누구나 외롭고, 누구나 힘들다는 말을 하면서 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아마도 목사만큼이나 외로움에서 빗겨갈 수 없는 직업도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다.

유독 연예인들에게 공황장애가 많다고 한다. 그들의 화려함 뒤에 감춰진 아픔과 외로움이 그런 질병으로 나타나는 것이려니. 목사도 다르지 않은 듯하다. 믿음을 말해야 한다. 긍정을 말해야 한다. 더군다나 모두 성도인데 그만 목사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외로움의 무대로 그네들을 몰아넣는다.

“화병입니다.”

의사는 아내의 가슴 한 가운데를 살짝 만졌다고 한다. 하지만 아내는 자지러지게 아프다고 비명을 지른다. 어제 한의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의사, 그가 뱉은 말, 아직도 내 귀에 들린다. ‘목사님이나 사모님들이 화병이 많습니다.’라는.

친구가 없어서 문제가 아니라 진정으로 아픔을 들어 줄 친구가 없어서 문제다. 목사와 그의 아내 주변에는 자신들의 아픔과 외로움과 문제를 알아달라고 하는 이들 뿐이다. 어느 성도가 목사 내외의 아픔을 들어주려고 할까. 더군다나 부부문제나 돈 문제라면 어떨까. 그래서 그네들이 잘 쓰는 유명한 말이 있다.

“하나님은 아시죠?”

그렇다. 그랬다. 그래 왔다. 당연히 화병일 수밖에 없다. 그네들이 앓는 병은. 그런데 성도들이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아내가 어느 성도를 보고 ‘친구 같다’고 말했다. 친구라야 고작 목사이거나 목사의 아내이었던 그녀가 성도를 보고 한 이 말은 기적 같은 말이다. 그만큼 터놓고 말할 수 있는 대상이란 거다. 그 성도가.

“뒤로 불어오는 바람, 눈앞에 빛나는 태양, 옆에서 함께 가는 친구보다 더 좋은 것은 없으리.” 에런 더글러스 트림블이 한 말이던가. 내 아내에게 지금 목회하는 교회에서 만난 성도가 친구가 된 것이다. 내성적이기 짝이 없는 내 아내가 친구라고 말한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나도 그를 친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성도이고 나와 아내는 목회자와 그의 아내다. 밑바닥에 닿으면 안 된다. 그것까지 보여줘도 성도들끼리는 된다. 물론 목사들끼리도 된다. 하지만 성도와 목사 사이는 안 된다. 이게 한국 목회현장의 현실이다. 아직은.

바라기는 아내 말처럼 ‘친구’여서 밑바닥을 드러내도 되는 ‘진정한 친구’이면 좋겠다. 잘하기 때문에 친구가 아니라 잘못하면 조언할지언정 여전히 친구인 그런.

 

   
▲ 김학현 목사(정당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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