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의 정상이 sky인가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JTBC의 금토 드라마 <sky 캐슬>이 예사롭지 않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그 첫　회 방송의 시청률은 1.7%로 저조했다. 출연진에 두드러진 톱스타가 들어있지 않은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방영의 횟수가 거듭되어 감에 따라 시청률은 가파르게 상승하여 16회는 19.2%라는 놀랄만한 기록을 올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연기자들의 열띤 연기 덕도 컸다 한다.

그러나 영화 관객이나 드라마 시청자의 흥미를 끄는 것은 무엇보다도 좋은 소재로 짜인 참신한 내용이다. 그것이 훌륭한 연기와 만났을 때 향수자의 반응은 크게 일어난다.

드라마 <sky 캐슬>은 작가에 의해 ‘sky 캐슬’이라고 명명된 그들만의 호화롭고 견고한 ‘성(城)’의 주민인 상위 0.1%의 사회적 특권층 이야기이다. 몇몇의 가정을 주무대로 하여 펼쳐지는 드라마는 그 안주인인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이 주도하는데, 그녀들 중 누군가가 천출(?)이라면 명문가 출신으로 신분세탁이라도 하지 않으면 행세를 할 수 없는 세상의 이야기이다.

<sky 캐슬>의 ‘sky’의 본래 뜻은 ‘하늘’이지만 우리사회에서는 ‘유명대학’을 가리키기도 하는데, 등장인물들은 자식들을 그 유명대학에 보내기 위해 처절한 싸움을 벌인다. 그래야만 ‘sky 캐슬’이라고 하는 ‘하늘의 성’ 곧 ‘하늘궁전’을 자식들에게 대물림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sky’뿐이다. 그것이 그들에게 있어 최고의 가치요 보람이다. 그 외는 모두가 무가치하여 관심 밖이다. 그들에게는 체면도 염치도 거추장스럽기만 장애물일 뿐이다. 인간성이라든가 인간미, 진실이나 정의감 같은 것은 이미 까마득히 오래전에 잊혀 그들의 뇌리에는 남아 있는 것이 없다. 그러니 남에 대한 배려 같은 것이 있을 리 없다. 있는 것이 있다면 탐욕과 거짓에 위선, 자랑, 비뚤어진 우월감 같은 것들뿐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사모님들에게는 하는 일(job)이 없다. 일이 있다면 자식들의 교육에 온힘을 다 기울인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말이 교육이지 실은 자식들을 스카이 대학에 입학시키는 데에 사력을 다한다는 것이다.

일을 하여 돈을 버는 것은 어디까지나 남편들 몫인데, 그들의 직업은 대학병원 교수로 의사이며, 로스쿨 교수 등이다. 그 로스쿨 교수가 자기 자식들을 향해 말한다. “너희가 나이가 들면 아빠 말이 옳다는 걸 느낄 거다. 피라미드의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하다. 밑바닥에서는 짓눌리는 거고, 정상에서는 누리는 거다”라고.

그가 말하는 피라미드의 ‘밑바닥’은 ‘땅’이고 ‘정상’은 ‘하늘’이다. ‘sky’다. 짓눌리는 자가 있으면 짓누르는 자도 있는 것이 정한 이치, 그들은 갑이 되어 을을 짓누르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종족인데, 그들에게 있어 을은 자기보다 사회적으로 약한 자들을 의미한다. 그러한 그들이다 보니 갑이 되어 을을 밟아 짓누르는 것이 ‘누리는 거’가 된다. 상위 0.1%의 갑이 되어 99.9%의 을을 밟아 짓누르는 것이 더없는 보람이 되고, 인생에 있어 최고의 가치가 된다.

‘캐슬(castle)’인가, ‘캡슐(capsule)’인가

그런데 무엇이 시청자들을 그토록 사로잡아 시청률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게 했으며, 사회적 반응을 그렇게까지 뜨겁게 한 것일까. 누군가는 “드라마 속 그들의 욕망, 그들의 세계관을 시청자도 공유하기 때문”이라 하는데, 과연 그럴까. 시청자들이 드라마의 그들 생각과 행동이 옳다고 공감하여 시청률이 높아진 것일까. 아닐 것이다. 그 누군가는 또 “작가는 시청자의 욕망을 과장되게 표현해 일종의 우화를 만들어냈다”고도 하는데, 그게 맞는 말일 것이다.

대입 수험생 자식을 둔 다대수의 부모들은, 아니 모든 부모들은 자기 자식들이 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를 바랄 것이다. 그런 면에서라면 드라마의 등장인물들과 같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드라마의 그들 생각이 옳다고는 생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좋은 일에는 그 일 밖에 있는 자신을 그 일 안에 들어 있는 것으로 여기고 싶어 하고, 나쁜 일에는 그 일 안에 있는 자신을 그 일 밖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 이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은 이유를 그 때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하는데, 어떨지.

어떻든 상위 0.1%의 갑이 되기 위해서는 sky대, 그중에서도 서울의대에 들어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게 그들 ‘sky 캐슬’의 주민이다. sky대 입학이 신분의 대물림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들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빨을 드러내어 으르렁거리며 물고 뜯는 개싸움 같은 진흙탕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한 그들이다 보니 자식들이 1등만을 하기 바란다. 2등도 안 된다. 성적이 조금이라도 떨어졌다가는 인간취급을 안한다. 그러면서도 ‘다 너희를 위해서’라 하지만, 아니다. 자신들의 욕심을 위해서이고, 최상류층의 가문을 이어가겠다는 욕망 때문이다.

예전에는 입시를 통해서 개천에서 용이 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어렵게 되었다. 머리만으로 경쟁에서 이기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입시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부모의 재력과 보살핌이 필수가 되었다. 입시를 위해 쏟아 붓는 돈은 많을수록 좋다. 그러니 돈많은 부자의 자식들이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다.

수험제도가 바뀐 것도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원인의 하나가 되었다. 예전처럼 외우기만으로는 시험을 잘 볼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이다. 학과성적은 말할 것도 없고, 교내활동과 교외의 봉사활동이며 수상실적, 취미 등까지가 입시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드라마에서 보는 것과 같은 입시전문 코디네이터가 등장하게 되었고, 그들이 만들어 준 포트폴리오까지 입시에 유용하게 쓰이게 되었다. 드라마에서의 코디네이터는 콧대 높은 사모님들까지도 꼼짝 못하게 하는 힘을 발휘하는데, 그녀들의 일그러진 자식사랑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일그러진 자식사랑은 주인공 사모님으로 하여금 코디네이터 앞에서 딸이 서울대 의대 입시에 성공만할 수 있다면 자식의 인성이 파괴되는 것까지도 감수하겠다고 하는 의사까지 밝히게 한다. 코디네이터가 그리되도록 만든 것이다. 모두가 인두겁을 쓴 악마가 된 것이다. 상위 0.1% 안에 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욕망이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기발한 직업까지 만들어 인간세상을 악마의 세상(魔界)으로 추락시킨 것이다.

<sky 캐슬>의 주민들은 이처럼 막장인생을 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그러한 삶을 그린 드라마 <sky 캐슬>은 막장 아닌 이야기를 만들어 세상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하늘의 성(castle)이 캡슐(capsule)이 되어 탐욕스러운 주민들을 가두어 버렸지만, 그것이 세상 사람들을 일깨워 주고 있으니 반면교사란 이런 게 아닌가 싶다.

‘KOREA 캐슬’이라는 캡슐

드라마 <sky 캐슬>의 작가는 비뚤어진 교육현장에서의 취재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드라마에 현실이 많이 반영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과장이 심하다고 하는 의견도 있지만,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어떻든 적건 많건 우리의 교육현실이 드라마에 투영된 것은 사실이다.

어떤 이는 ‘이미 우리나라는 공교육부터 사교육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입시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는 “KOREA 캐슬” 안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필자도 공감한다. 그러나 필자는, ‘KOREA 캐슬’ 안에서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일이 교육에만 한하지 않고 모든 분야 전면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같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일을 앞장서서 주도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온 방죽 물을 다 흐리는 미꾸라지들>

► 5·18 민주화운동이 북한군 선동으로 일어났다면서 끊임없이 왜곡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가 '73 광수'라고 지목한 사람은 5·18 당시 시민군으로 참여한 76살의 지용 씨로 밝혀졌고, ‘탈북광수’로 지목한 탈북자 중에는 1980년 5·18 당시 만 4살로 확인됐다. 20대 청년을 보고 네가 30년 전에 범행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괴롭히는 식이다.

►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재판에 나가지 못한다고 버티는 사람이 캐디도 헷갈리는 스코어를 암산하며 골프를 쳤다는 보도도 있다. 그를 직접 수행한 한 캐디는 ‘스코어를 틀릴 뻔했는데’, 그가 ‘직접 세서 편했다’는 증언도 있다 말한다. 그는 ‘골프 스코어를 암산하며 경기를 즐길 정도로 인지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그는 ‘걷는 걸 좋아하다 보니까 파5홀 같은 곳도 카트를 놓고 걸어 다닌다’ 한다. 전 재산이 29만원 밖에 없다 했던 그때 그 사람이다.

►‘법꾸라지’라는 신조어가 있다. 법률지식이 해박한 법조인이 그 지식을 이용하여 법망을 요리조리 미꾸라지처럼 잘도 빠져 나가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를 말할 때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왕실장이라고 불렸던 어떤 노인은 ‘모르쇠’로 일관하여 법망의 엉성한 틈을 찾아 빠져 나가려 했고, '레이저 ○○' '팔짱○○'라 불리는 어떤 사람은 기자들을 쏘아보는 눈빛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간담이 서늘하게 할 정도로 매서웠다하여, 그리고 검찰 조사실에서 팔짱을 낀 채 웃는 모습의 여유를 보여 그 같은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그런 법꾸라지들도 결국은 법망을 빠져 나가지 못하고 철창신세를 지는 신세가 되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사법기관의 정점에 있던 한 사람이 기자들 앞에서는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 해 놓고, 검찰에 들어가서는 ‘기억이 안 난다.’ ‘실무진에서 한 일이라 알지 못한다’ 하여 국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어떻게 될까 앞의 두 사람처럼 결국은 법망에 걸리는 것일까. 법꾸라지로서의 실력이 두 사람보다 한 수 위여서 빠져나가게 될까.

► 교회를 부자세습을 한 그 교회가 그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또 다른 일로 사회의 비난을 사고 있다. 기독교 재단법인을 설립하여 사랑중의 사랑인 ‘아가페’라는 간판을 걸어 ‘소망 교도소’를 열었다. 기독교 정신에 입각하여 재소자를 교화하는 사역을 감당한다는 취지에서였다.

그런데 직원들의 평균 인건비는 교정 공무원 평균의 68% 수준에 불과하고, 재소자들에게 쓰는 의료비도 국영의 5분의 1 수준이란다. 거기에다 교도소장과 부소장이 각종 비리에 연루돼서 해임됐고,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라 한다. 그 (전) 소장은, 직원들에게 개인적인 번역 업무를 시키고, 그 대가로 새로운 수당을 만들어 지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교도소 직원을 뽑거나 승진시키는 과정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그리고 (전) 부소장은 여성 직원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혐의와 함께 근무하던 자신의 사위에게 인사 혜택을 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아가페’라는 간판을 걸고 비리의 온상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는 연유이다.

미꾸라지의 지느러미와 꼬리를 묶어라

가짜뉴스가 표현의 자유라는 탈을 쓰고 판을 치며, 정권을 잡은 게 아니라 이권을 잡았다는 말이 나오는 세상, 돈과 권력을 거머쥐기 위해 온갖 못된 짓을 다하다 보니 사람은 온 데 간 데 없고 거짓과 위선이 진리로 둔갑되는 세상, 이것이 우리의 현실로, ‘sky 캐슬’의 확장판 ‘KOREA 캐슬’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미꾸라지 한 마라가 온 방죽 물을 다 흐린다 하지만, 법꾸라지를 포함한 모든 미꾸라지들은 누군가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저 혼자의 힘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조력자가 있어야 하고, 협력하는 집단이 있어야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렇다면 우리 개개인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꾸라지들에게 협력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미꾸라지들의 지느러미와 꼬리를 묶어 물을 흐리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인가. 미꾸라지와 그 조력자 또는 협력하는 집단이 날뛰고 있는데도 수수방관만 할 것인가 말이다.

예수께서 “내 편에 서지 않는 사람은 나를 반대하는 사람이며,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은 사람은 헤치는 사람”(눅11:23, 공동번역)이라 하셨는데, 우리 각 사람도 ‘의’의 편에 서지 않는다면 ‘의’를 반대하여 헤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저들 미꾸라지들의 악행과, 저들의 조력자나 협력하는 집단을 그냥 보고만 있을 것인가.

<sky 캐슬>의 주민들은 자기들이 오르고자 하는 피라미드의 정상이 ‘sky’ 곧 ‘하늘’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데, 높고 거대하게 쌓아 올려 하늘에 닿으려 했던 그릇된 욕망의 바벨탑은 필경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KOREA 캐슬’의 미꾸라지들이 방죽 물을 온통 흐리고 있지만, 그러면서 견고한 캐슬을 높이 쌓아 자신들을 지키려 하고 있지만, 그러는 저들이 하는 일은 캐슬을 쌓는 것이 아니라 결국 캡슐을 만들어 자신들을 그 안에 가두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제일 좋은 방법은 저들 스스로가 알아서 캡슐을 찢고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그러기를 바라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주위에서 도와야 한다. 너도 나도 다 같이 도와야 한다. 그러는 것이 우리 자신을 돕는 것이다. 나도 지키고 너도 지키고 나라도 지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