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에 소위 ‘실검’이라고 부르는 실시간 검색어에 뜬 숫자가 있었다. 바로 ‘62,000달러’인데, 한화로 환산하면 얼마쯤 인지 궁금한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대략 7,000만 원쯤 되는 이 돈은 해외 명문대인 하버드 대학에서 물어내라는 배상금액이었다. 당당하게 하버드생으로 불리며 살고 싶었지만, 누구나 부러워하는 ‘하버드부심’(하버드에 다닌다는 자부심)으로 살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했던 어떤 소녀의 거짓말이 벌금형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이것은 실제 사건은 아니지만, 드라마에서 벌어진 일이다. 어느 종편 채널에서 방영중인 이 드라마는 해가 바뀌어도 뜨거운 화제를 몰고 다닌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모인 브런치 카페에서, 집에 돌아가는 학생들이 서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횡단보도에 서 있다가 듣게 된 옆 사람의 통화 내용도 <SKY 캐슬>이라는 드라마 이야기뿐이다.

상위 0.1%의 고소득 전문직종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성 안에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높은 담벼락 너머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면서 험한 말이 튀어나오지만, 한편으로는 저들처럼 ‘입시 컨설턴트’를 고용하여 제대로 가르쳐보고 싶기도 하다. 어떤 평론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는 현실과 욕망의 괴리가 오히려 드라마에 심취하게 만든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렇다. 어떤 부모라도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특출하게 잘나기를 바란다. 우리나라에서 최고 명문대로 불리는 ‘S.K.Y’ 이 세 군대 안에만 들면 아이의 인생은 승승장구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도 주말만 되면 아이를 싣고 명문대 잘 보내는 학원으로 데려다 주는 사람들이 많다. 끝나고 아이를 다시 데리고 와야 해서 사실상 부모의 주말은 없는 셈 치고 산다. 이토록 지극한 부모의 정성과 헌신은 모두 아이를 ‘S.K.Y’ 출신으로 만들어서, 다른 이들이 넘보지 못하는 ‘SKY 캐슬’의 등급으로 살도록 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그러한 목적과 방향성을 비판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필자도 부모 된 사람으로서 그런 심정을 똑같이 경험했다. 내 자녀를 향한 애정과 욕망의 경계선에서 한 때 아이들을 얼마나 괴롭게 했는가를 되돌아보면 씁쓸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한 편이 사회적 이슈로 이어지는 작금의 현상에 가장 원초적인 질문이지만, ‘그렇다면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교육은 무엇인가?’를 던져본다. 진정 무엇이 아이를 위한 길인가를 고민한다면, 지금 당장이 아니라 인생 전체를 통틀어 바라봐야 할 것이다. 부모의 최우선의 책임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길인지를 알고, 영원히 소실되지 않는 지혜로 살아가게 하는 데 있다.

성경에 보면 모세는 ‘SKY 캐슬’과 같은 이집트 궁전에서 유년시절을 지냈다. 한 나라의 권세를 가진 왕의 딸이 모세의 양어머니였다. 유려한 이집트의 문화를 누리며, 선진국의 학문을 연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세에게는 ‘여호와 신앙’이 핏속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친모이자 유모로 젖 먹여 키운 ‘요게벳’이 가르친 하나님의 말씀은 결국 모세를 이스라엘의 최고의 지도자로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모세의 성장에 이집트 학문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렇다면 ‘S.K.Y’를 보내서 ‘SKY 캐슬’에 살도록 하는 일이 시시해진다. 우리의 관점이 ‘하나님 나라’에 있다면, 세상을 놀라게 할 가능성을 지닌 아이로 키울 수 있다. 진정한 교육은 부모의 신앙으로부터 비롯된다. 거룩한 책임감 가져라. 아이의 위대한 미래의 열쇠는 믿음의 부모가 쥐고 있다. 우리에게 주신 가장 귀한 지혜인 말씀을 최우선으로 여길 때, 학위(Diploma)를 뛰어넘는 삶의 참된 가치를 가르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