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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들도 나라를 생각하는 걸까— 올해의 사자성어 ‘임중도원(任重道遠)’에 부쳐 —
임종석  |  seok944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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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년 12월 27일 (목) 23:46:52
최종편집 : 2019년 03월 23일 (토) 02:43:22 [조회수 : 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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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중도원(任重道遠):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해마다 대학교수들이 뽑는 ‘올해의 사자성어’의 2018년 올해 것이다. 역시 대학교수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중차대한 시점에 와 서 있다.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번영의 시대를 열어 평화통일로 가는 길 다지기, 침체된 경제 일으키기, 국가발전의 필수요건 적폐청산 등등 우리의 등에 지워져 있는 짐이 어떻게 이보다 더 무거울 수가 있겠는가 싶다. 그런데도 갈 길이 너무 멀어 아득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짐이 무겁고 길이 멀다고 갈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어렵고 힘이 들뿐이다. 그런데 절망하면 멸망으로 이어지지만, 희망을 가지고 땀을 흘리면 그 열매의 보람은 배가의 배가가 된다.

최근 10간의 ‘올해의 사자성어’를 뒤돌아보자. 좀 길긴 하지만 그를 통해 우리가 걸어온 발자취의 윤곽은 볼 수 있을 터이니 의미가 없진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 때>

⟡2008년 호질기의(護疾忌醫): 병을 숨겨 의원에게 보이기를 꺼린다 - 과실이 있으면서도 남에게 충고받기를 싫어함을 비유하는 말로, 정부의 일 처리 대응 방식을 비판한 것임.

⟡2009년 방기곡경(旁岐曲逕): 샛길과 굽은 길 - 정부가 주요정책들을 제대로 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샛길과 굽은 길’로 가는 것처럼 처리했음을 꼬집어 비판한 것임.

⟡2010년 장두노미(藏頭露尾): 꼬리는 숨기지 못하다 - ‘감춰진 진실이 밝혀진다’는 뜻으로, 숫한 의혹들의 진실을 감추기에 급급한 정부의 행태를 비판한 것임.

⟡2011년 엄이도종(掩耳盜鐘): 귀를 막고 종을 훔치다 - 자기가 한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남의 비난이나 비판이 듣기 싫어서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다는 의미로, 정부의 소통 부족과 독단적인 정책 강행을 비판한 것임.

⟡2012년 거세개탁(擧世皆濁): 온 세상이 탁하다 - 온 세상이 탁하여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바르지 않아 홀로 깨어 있기 힘들다는 의미로, 혼탁한 한국사회의 위정자와 지식인의 자성을 요구한 것임.

 

<박근혜 정권 때>

⟡2013년 도행역시(倒行逆施): 순리를 거슬러 행동하다 - 정부가 정책과 인사를, 역사의 수레바퀴를 퇴행적으로 후퇴시키는 것처럼 고집스럽게 단행하고 있음을 경계한 것임.

⟡2014년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다 - 정부가 세월호 참사, 정윤회의 국정 개입 사건 등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임.

⟡2015년 혼용무도(昏庸無道): 어리석은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히다 - 메르스 사태 대응에 보인 정부의 무능, 여당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압력,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등을 들어 말한 것임.

⟡2016년 군주민수(君舟民水): 백성은 물이고 임금은 배이다 -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그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촛불의 민심이 대통령의 탄핵을 불렀으니 그 예지력에 감탄할 뿐이다.

 

<문재인 정권 때>

⟡2017년 파사현정(破邪顯正):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내다 - 작년은 적폐청산으로 모든 것을 바르게 세우려는 국민의 뜻이 넘친 한 해였다.

 

올해도 작년만 같았다면, 그리고 내년에도, 또 그 후년에도 쭉 그렇게만 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런데 올해는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任重道遠)’ 한다. 그러나 짐이 아무리 무겁고 길이 멀고 또 멀다 해도 갈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힘이 들고 어렵다 해도 애를 쓰고 땀을 흘리면 충분히 다다를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은 전술한 대로이다.

문제는 우리 모두가 얼마나 힘을 모아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민 모두가 그리해야 한다. 그런데 더더욱 그래야 할 사람들이 있다. 국회의원이 그들이다. 그러라고 국민들이 뽑아 주었기 때문이다. 나라를 생각하며 나라 일을 하라고 뽑아 주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어떤가. 그들이 그리하고 있는가. 그들이 일반 국민들보다 더 나라를 생각하는가 말이다. 그렇다 할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나라를 생각하기에 앞서 당리당략을 생각하고, 선거에서의 표 계산부터 하는 것이 상례이다. 나라야 어찌되든 자기 당에 유리하면 그만이고, 표 얻는 데에 유리하다면 욕을 먹어도 좋다는 식의 생각을 하는 것이 그들이다. 아니라고? 국회 소소위에서 밀실 나눠먹기로 자기 지역구 예산을 많이 확보했다며 자신이 저지른 불법을 오히려 선전하는 사례를 보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

어디 그뿐인가. 가슴에 반짝거리는 금배지를 달고 거들먹거리는 꼴이란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다. 공항에서 정해진 대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직원에게 갑질을 하고, 시민의 언행이 마음에 안 든다고 그 앞에서 침을 뱉어 모멸감을 주는 게 그들 국회의원이다.

그러나 그 정도는 개인의 일탈로 생각 못할 것도 없으니 그렇다 치지만.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유치원 3법이라든가,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이른바 김용균법의 발목을 잡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인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어제(26일)는 개성 판문역에서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열렸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 했고, 바른미래당은 “남북 화해와 교류의 역사적 장면에 가슴이 벅차오름을 금할 수 없다” 했으며, 민주평화당은 “남북철도가 연결된다면 동북아 평화와 안정, 번영의 큰 지도를 그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 했다. 그리고 정의당도 “이번 착공식을 계기로 제재의 빗장이 녹기 시작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러나 유독 자유한국당은 “기약 없는 착공식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위해 하는 가불 착공식”라는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지금 나라 경제가 말이 아니다. 그런데 남북 간의 도로와 철도가 연결되어 동북아와 유럽으로 이어진다면 그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이라 할 만할 것이다. 물론 그리 될 때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신기루도 아니요 허상도 아닌, 우리가 다다를 수 있는 희망봉이다.

그렇다고 ‘생일날 잘 먹자고 이례 굶으면 죽는다’는 말도 있는데, 먼 미래만을 바라보고 물만 마시며 살자는 것은 아니다. 멀지만 분명하게 바라보이는 희망봉이 있음에 힘을 얻어 현실의 답답함을 헤쳐 감으로 좀 더 나은 삶을 일궈 내자는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이 당리당략을 멀리한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것은 불가피하다는 말도 된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당리당략이 됐건 얻어야 할 표가 됐건 그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는 말이다.

국민치고 누군들 나라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니 국민들이 나라를 생각하며 나랏일을 하라고 뽑아 준 국회의원이야 더 말해서 뭐 하겠는가. 그런데 그들이 일반 국민들보다도 더 나라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빈 깡통 소리가 요란하다고 나랏일을 합네 하는 소리만 요란할 뿐이고, 당리당략이나 표를 의식한 생각만이 마음을 채우고 있어 나랏일, 나라 생각은 어느 구석에서 졸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제 그들 국회의원들께 드리는 당부의 말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2019년 새해부터는 제발 파사현정(破邪顯正)의 마음으로 나라생각을 하며 나랏일을 실속 있게 해주시기 바란다. 그럼으로 가슴에 단 금배지 값을 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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