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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교회들을 이단으로 몰아가는가
임종석  |  seok944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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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년 12월 24일 (월) 23:14:54 [조회수 : 1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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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마6:24)

눅16:13에도 기록되어 있는 내용으로 예수께서 하신 산상설교 중의 한 구절이다. 그런데 이 말씀에서의 ‘재물’은 헬라어 ‘마모나’로 오늘날 우리가 흔히 맘몬 또는 마몬이라고 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기독교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되곤 하는 기복신앙의 중심에는 이 맘몬이 자리하고 있다. 달리 표현하면 구복신앙이라고도 하는 기복신앙은 맘몬을 중심으로 하여 만들어졌다 할 것이다.

말만을 놓고 본다면 기복신앙이 됐건 구복신앙이 됐건 그것은 결코 나쁘다 할 수가 없다. 복을 빌거나 구하는 것인데 그것이 어째서 나쁘다는 말인가. 누구라서 복 받기를 싫어하겠는가. 예수께서도 팔복을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말이다. 나쁜 것은 예수께서 말씀하신 성경의 복이 아니라 불신사회에서 말하는 그런 복을 빌거나 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사실을 말하면 그런 것만도 아니다. 사회 일반에서 말하는 소위 오복이라 하는 것을 주시라고 하나님께 기도드린다 해서 그게 왜 나쁜가. 결코 나쁘지 않다. 오래 사는 수(壽), 부유하고 풍요롭게 사는 부(富), 건강하게 사는 강녕(康寧), 덕을 좋아하여 즐겨 행하는 유호덕(攸好德), 제명대로 살다가 편안히 죽는 고종명(考終命)이 오복인데, 그것을 주시라 비는 것이 왜 나쁜가. 유호덕과 고종명 대신 귀(貴)와 자손중다(子孫衆多)를 넣기도 하는데, 이 또한 다르지 않다.

예수께서도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말라 하신 것이지 ‘재물’을 멀리하라고도 그것이 나쁜 것이라고도 하지 않으셨다. 여기에서 ‘겸하여 섬’긴다는 것은 ‘하나님’과 ‘재물’을 같은 위치에 놓는다는 말로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이다.

그런데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어떠한가. 하나님과 재물을 같은 위치에 놓는 것을 넘어 재물을 하나님 위에 두고 사는 경향이 농후하지 않는가. 입으로야 하나님 우선주의를 외치지만, 실상은 황금만능사상에 침윤되어 살고 있다는 것이 필자만의 생각일까 싶다.

사업을 하는 사람은 이익 앞에서 바르게 나 있는 좁은 길을 외면하고 오염이 심한 넓은 길로 가기를 서슴지 않고,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 또한 남보다 빠른 승진을 위해서라면 하나님을 안중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마는 것이 오늘의 크리스천들이다. 크리스천이라 자처하는 사람들도 세속에 젖어 살기는 불신사회의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

그렇다고 물질을 과소평가하자는 것이 아니다. 물질 곧 돈이 없으면 사람은 살아갈 수가 없다. 의식주는 물론 생활의 어느 한 가지도 돈 없이 해결되는 것은 없다. 그러기에 필자는 돈을 정말이지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돈을 가리켜 더러운 것이라 하는 사람도 없지 않은데, 그런 사람일수록 역설적이게도 돈에 더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하기야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라는 말도 있다. 고려 말의 명장 최영 장군의 부친이 아들에게 한 말로, 그 영향도 있어 장군은 평생을 청렴하게 살았다 한다. 물론 이 말의 본뜻은 황금을 정말로 돌같이 여기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일이다. 황금 즉 물질을 우선순위에 두지 말라는 것이고, 그로 인해 일을 망치지 말라는 것이다.

어떻든 사실을 그대로 말하면 ‘황금은 황금 같이’ 여겨야지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해서는 안 된다. 돈을 휴지조각처럼 여겨서야 되겠는가. 그런 사람이 있을 리 없고 있어서도 안 될 것이다.

이웃에 돈을 더러운 것이라 하고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해야 한다는 사람이 있다면, 여러분은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있겠는가. 필자가 아는 어떤 사람은 자기를 포함한 굶주린 두 사람 앞에 사과 한 개가 주어진다면 상대방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식의 말을 참으로 잘도 한다. 그러나 그의 주위 사람들은 그런 그를 가리켜 사과 두 개가 있으면 그 두 개를 다 자기가 차지 할 사람이라고 말한다.

세상에는 안타깝게도 돈을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파는 사람이 많다. 크리스천이라고 다르지 않다. 입으로는 하나님 제일주의를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물질을 하나님보다 우위에 놓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무직분자뿐 아니라 집사며 장로, 목사들 가운데에도 그런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교회가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 한 노목사님과 담소를 나누다가 우리의 교회들 대부분이 이단적 성향이 농후하다 했더니 팔십을 바라보는 그분께서 눈을 크게 뜨시고 놀라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시며 무엇이 그러느냐 하셨다. 기복신앙 때문에 그렇다 했더니 놀라는 빛은 좀 완화되었지만 역시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셨다.

그래서 기복신앙이 바른 것이라면 예수님이나 사도들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겠느냐, 그분들은 한결같이 그런 복과는 거리가 멀게 살다 가시지 않았느냐 했더니 그제야 납득이 간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러나 역시 완전히 동의하신 것 같지는 않았다.

유교에서 말하고 세상 사람들이 받기를 바라는 오복이라 할지라도 크리스천들이 원하여 빈다 해서 나쁠 것이 없다는 것은 전술한 대로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오복을 예수께서 말씀하신 팔복보다 위에 두고, 하나님보다 더 귀히 여긴다는 것이다.

물질을, 돈을 하나님보다 더 귀히 여긴다는 말에 믿는 사람치고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못 마땅해 할 사람도 있을 줄 알지만, 그게 사실이니 어쩌겠는가. 물질뿐 아니라 사회적 지위나 명예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기복신앙이 나쁜 것이고 이단의 요소가 되는 것이다.

교회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불법이나 비리들을 보라. 거의가 기복신앙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는가. 교회를 사유재산처럼 자식에게 물려주며 십자가를 지우는 것이라는 목사, 염불에는 뜻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는 승려처럼 복음은 뒷전으로 밀쳐 두고 예산 빼먹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목사, 교회를 자신의 입지강화의 도구로 이용하는 목사 등 모두가 기복신앙이라는 이단적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목사들만 그러한가. 목사를 제외한 교인들은 아닌가 말이다. 아니다. 기복신앙에 심취되어 있기는 그들도 마찬가지이다. 복을 받기 위해 예수를 믿고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복 받기를 바라는 것은 나쁜 것도 비신앙적인 것도 아니지만, 그것이 믿음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믿다보니 복을 받는 것이고, 믿음의 생활 가운데에서 복을 빌기도 하지만, 그것이 믿음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흔히 목사는 교회의 지도자라고들 한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니 목사는 교인들을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어디 그러기만 한가. 교인들에게 끌려 다니는 목사도 많다. 다른 면에서는 하나님과 교인들의 중간쯤에 위치해서 옹고집으로 제왕적 권위를 누리면서도 기복신앙에 한해서만은 교인들에게 끌려 다니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교인들이 복 받기를 바란다 해서 그에 호응하여 춤을 추며 설교를 한다. 헌금을 힘에 겹도록 많이 하면 축복을 받아 부자가 되고 자식들이 잘 된다고 사기를 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가난하거나 건강을 잃은 사람은 졸지에 하나님으로부터 외면당한 자로 전락되고 말기도 한다. 이쯤 되고 보면 교인들에게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앞장을 서서 교인들을 예수의 가르침과 역행하는 길로 끌어가고 있는 것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어떤가. 이래도 기복신앙이 이단이 아닌가. 우리는 조금이라도 빨리 이 같은 기복신앙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교회가 교회로서의 본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 개독교가 기독교가 될 수 있고, 먹사가 목사가 될 수 있다. 기독교가, 교회가 불신사회로부터 비난을 받는 가장 큰 원인이 기복신앙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말이다.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 나라와 그 의를 구하라. 그리하며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6: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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