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 다가오면 떠오르는 목사님이 있습니다. 그 분은 성탄절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강림절 전부터 성탄 트리와 강단 장식을 준비하고 강림절이 한 주 한 주 지나는 예배 마다 점점 짙어지는 보라색의 기다림 초를 하나씩 켭니다. 성탄절을 그렇게 기다리고 사랑하는 마음이 그 목사님의 깊고 아름다운 신앙을 짐작케 해 줍니다. 얼마 전 목사님이 제게 성탄절 노래 한 곡을 소개 해 주셨습니다. 1955년에 작곡된 미국 찬송가인데 원곡의 느낌과 달리 우리나라 말로 불리어질 때 조금 어색한 것 같다며 새로운 번역을 부탁하셨습니다.

 성탄노래의 멜로디는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게 하면서도 설레게 하는 멜로디여야 합니다. 이 노래는 성탄에 딱 맞는 그런 멜로디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를 위한 하나님의 성탄 선물과 같은 멜로디입니다. 가사 역시 특별함이 있습니다. 분명 성탄의 노래지만 아기 예수나 베들레헴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 노래는 모두가 잘 아는 성탄의 이야기를 전제하고, 대신 아기 예수께서 우리에게 오신 뜻을 이어 받아 ‘이 땅 위에 평화를 우리가 먼저 시작하자’라는 분명한 성탄의 메시지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이 곡이 실려 있는 미국교회 한영찬송가의 가사는 이 노래의 메시지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분명 원곡의 가시는 ‘이 땅 위에 평화를 지금, 나로부터, 우리 함께 시작하자’라는 의미인데 우리말 가사에서는 ‘주님의 평화를 나에게 내려 주소서’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이 가사를 왜 이렇게 번역했을까 하는 궁금함이 몇 가지 우리 신앙의 문제점을 발견하게 해 주었습니다.

 먼저, 우리의 신앙 안에는 ‘이 땅’이라는 자리, 평화가 머무르고 함께 평화를 누려야 하는  자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한국교회의 상황 속에서 평화는 실체가 없는 것이고, 있다 한들 나와 내 마음, 내 교회의 평화가 중요할 뿐, 하나님 안에서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만물이 함께 평화를 누릴 공간이 우리 신앙에는 없음을 발견했습니다. 아니면 평화는 이 세상을 떠나야 진정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다음으로, 평화는 전적으로 하나님이 내려주시는 것이지 결코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갈 수는 없는 것이라는 고약한 생각이 우리 신앙 안에 똬리를 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교회의 신앙은 우리의 죄인 됨을 강조하느라 마치 우리 안에는 선한 것이 전혀 없는 것처럼 이 노래를 바꿔 부르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평화이시며 예수님은 평화의 왕으로 오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죄와 씨름하고 있지만, 주님의 손과 발이 되어서 이 땅의 피스메이커가 되어야 하는 특권과 임무를 부여받았습니다.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평화와 땅위에서 우리가 만들어가는 평화가 부딪히는 지점에서 진정한 평화의 하모니가 울리게 됩니다.

 셋째, 평화의 시작은 ‘나’라는 것이지요. 이 노래의 원곡 가사는 분명히 ‘Let there be peace on earth and let it begin with me/이 땅위에 평화를 깃들게 해요, 그리고 나와 함께 그 일을 시작해요'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평화는 나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생명과 연관된 것에는 법칙이 있습니다. 매우 작은 것들이 모여 큰일을 이룬다는 것입니다. 평화의 시작은 ’나‘입니다. 평화는 유력한 지도자들이 한방에 이루어 주는 것이 아닙니다. 평화의 작은 주체들이 벌이는 작은 평화의 일들이 진정한 평화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또한 평화는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평화 운동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평화는 하나님으로부터 내려와 나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내 안에 평화가 없으면 이 땅에 참된 평화를 이룰 수 없고 평화가 찾아와도 누릴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평화는 지금 시작되어야 합니다. 이 노래의 후반부 영어 가사는 ‘Let peace begin with me, let this be the moment now/나와 함께 평화를 시작해요, 바로 지금이 평화를 시작할 순간이에요’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평화는 지금, 역사속의 한 시점으로서의 지금이 아니라 새 창조의 신비 속에서 ‘언제나 지금’ 시작해야 합니다. 매 순간 피스메이커가 되겠다는 거룩한 다짐을 되새기면서, 우리가 보기에는 아직 평화가 저 멀리에 있는 것 같더라도 지금 여기에서 완전하고 영원한 평화를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올 해 2018년은 평화의 한 해였습니다. 일 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었던 평화의 소식들이 한 해를 가득 채웠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을 불쌍히 여기사 이 작은 민족을 평화의 선민으로 쓰셨다는 벅찬 감격을 누리는 한 해였습니다. 이 평화의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성탄절기에 진정한 평화를 소망하는 마음과 내가 먼저 지금 여기에서 평화의 사도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이 찬송가 ‘이 땅에 평화를/Let there be peace on earth'을 함께 부르면 가장 멋진 한 해의 마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성탄의 신비 가운데 오신 평화의 주님께서 우리의 노래를 기뻐하실 것입니다. 자, 지금 나로부터 우리 모두 이 땅에 평화 만들어 나가기를 시작합시다.

(악보는 하늘결교회 홈페이지  www.heavenlyfow.co.kr 자료실에서 받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