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 거냐?’

참 생뚱맞은 질문을 던졌다. 보름쯤 전 낙엽을 갈퀴로 긁으며 내가 한 말이다. 참 한심도 해라. 내가 요즘 이렇게 산다. 하지만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멋진 삶이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내남직 이 질문에 답을 말하기란 쉽지 않다.

해가 기우는 늦은 오후, 한 청년이 공원 벤치에 멍하니 앉아있다. 공원 관리인은 넋을 잃은 듯 힘없이 앉아있는 청년에게 말을 걸었다.

"이보시오, 젊은이. 당신 누구요?"

젊은이는 힘없이 답했다.

"글쎄요. 내가 누군지를 몰라서 생각하는 중입니다."

관리인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당신 집이 어디요? 어디서 왔어요?"

젊은이는 여전히 힘없이 답했다.

"그것도 잘 몰라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관리인은 조금 강경한 어조로 물었다.

"계속 여기 있을 거요? 어디 갈 데 없어요?"

젊은이는 역시 알 수 없는 말로 대답했다.

"글쎄요 그것을 알면 벌써 여기를 떠나지 않았겠습니까?"

관리인은 엉뚱한 대답만 하는 젊은이가 더욱 수상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젊은이는 관리인의 미심쩍은 표정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자신이 받았던 질문에 골몰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

이 젊은이는 유명한 철학자 '데카르트'다. 사실 공원 관리인이 대수롭지 않게 던진 이 질문은 우리 인생에 있어서 가장 심각하고도 중대한 물음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심오한 질문을 낙엽에게 던진 것이다. 글쎄! 허. 하지만 실은 내게 한 질문이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는 이것만 풀면 인생이 풀린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신앙적 접근이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데카르트는 그렇게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를 후대에 안겼지만, 자신이 의문을 품었던 질문에 대답을 했을까.

아닌 것 같다. 그저 생각하기에 존재한다는 명제를 낳았을 뿐이다. 인간 실존자체에 의미를 부여하여 ‘실존주의’라는 철학을 확립했을 뿐, 근본적으로 질문에 대해 설명하지는 않는다. 생각하기에 존재하고, 존재하기에 생각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정말 우린 그런 실존만으로 만족해도 되는가. 아니다. 하나님의 주권에 의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우리는 그분을 기리다가 그분에게 가야 한다. 인본주의의 세계를 넘어 신본주의의 파라다이스를 지향해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존재가 인간이다.

▲ 김학현 목사(정당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