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der Angebot

  성탄은 하나님의 특별한 선물이 임한 때이다. 독일에서 바겐세일 행사를 할 때 커다랗게 ‘존더 앙게보트’(Sonder Angebot)라고 써 붙인다. 빅 세일이란 뜻이다. 흥미로운 일은 아기 예수의 탄생도 ‘존더 앙게보트’라고 부른다. 하나님이 인간을 위해 아낌없이 주신 날이다.

  지난 2천년 동안 아기 예수의 탄생은 숱한 미술작품을 통해 기억을 전승해 왔다. 성경을 모르는 사람도 성모 마리아의 품에 안긴 아기 예수를 통해 경건하게 성탄의 의미를 이해한다. 대개 왕좌에 앉은 성모와 아기 예수를 모델로 하고 있다. 현재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대표적인 ‘성 모자상’ 초기 작품은 1190년 시칠리아의 몬레알레 예배당의 모자이크 벽화로 ‘그리스도, 성모와 아기 예수 및 성자들’이다.

  한동안 형상숭배를 금지한 적도 있었으나 그리스어를 사용해온 동로마 교회들의 대표적인 성화작품인 ‘이콘’(Ikon)을 보면 찬란한 비잔틴 미술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서로마 교회를 중심으로 중세시대를 관통해 온 라틴어 교회의 전통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교회건축과 미술작품들은 오늘 유럽이 남긴 인류의 유산을 실감케 한다.

  ‘성 모자상’으로 상징되는 그리스도교 미술은 결코 중세시대에 머물러 있지 않다. 성화는 근대와 현대 미술의 원형질을 이루어 왔다. 베를린 쿠담 거리에서 케테 콜비츠(Kaethe Kollwitz) 미술관을 구경한 적이 있다. 그는 대표적인 독일의 현대 미술작가이다.

  케테 콜비츠(1867-1945년)는 그 살아온 연보를 통해 보듯 전쟁과 혁명의 시대를 살았다. 그 시절을 관통하면서 무엇보다 예술가의 손가락에서 우러나오는 감성뿐만 아니라 몸으로 겪어 온 현대 독일이 자랑하는 여성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중국 노신의 연판화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고, 1980년대 한국의 민중작가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었다.

  콜비츠의 대표적인 조각 작품인 모자상은 지금도 옛 동독지역의 알렉산더 광장에 보존되어 있다. 종전 이후 전쟁의 참화가 더 이상 계속되지 않도록 설치했던 ‘기억의 불’이 있던 그 자리에 어머니와 아들 조각을 전시한 것이다.

  작가 자신이 여성이어서 일까, 작품의 주제는 ‘어머니와 아들’, ‘이별’, ‘가족’, ‘아이들’, ‘기다림’을 주제하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전쟁의 비극과 극심한 가난이 자리 잡고 있다. 주목할 것은 해설가들의 관심에 따르면 이 작품들이 1499년에 완성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과 연결점을 갖는다는 점이다. 십자가에서 죽은 아들을 안고 있는 어머니 마리아의 슬픔은 콜비츠가 표현하려고 했던 현대의 ‘고난’과 무관하지 않다.

  그리하여 가장 가난한 구유 위로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오셔서 비참한 십자가의 죽음을 당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눈물의 깊이를 아는 모든 사람들의 참 희망이 되었다. 우리가 수 세기를 품어 온 ‘성 모자상’들을 통해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발견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영원한 주제가 되기 때문이다.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빌 2:5-7).

  아기 예수의 나심은 지상 ‘최대의 헌신’(Sonder Angebot)이었다. 그런 특별한 헌신을 통해 모든 고난 받는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위로가 예비 되어 왔다. 성탄은 하나님의 가장 소중한 몫까지 세상을 위해 내 놓으신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