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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는 이번에는 죽어야 한다”는 말의 진의
임종석  |  seok944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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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년 12월 12일 (수) 22:45:00
최종편집 : 2019년 01월 04일 (금) 00:29:09 [조회수 : 1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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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는 이번에는 죽어야 한다”는 말의 진의

— 이는 ‘뇌 구조’가 잘못된 사람의 말인가 —

 

대한민국 국회의원 수준의 한 단면

 

“손학규는 이번에는 죽어야 한다.”

선거제 개혁을 주장하며 단식에 돌입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에 대해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말이다.

이에 김익환 바른미래당 부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에서 “박 의원이 단식 중인 손학규 대표를 언급하며 온갖 저주와 악담을 퍼붓다 못해 해괴한 논리로 국민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고 있다”. “정치적 도의도 내팽개치고 기괴한 논리로 횡설수설하시느니 차라리 정계 은퇴를 권해 드린다”. “박 의원의 뇌 구조가 궁금할 뿐”이라는 등의 격한 반응을 보였다.

자기 당 대표를 행해 ‘죽어야 한다’ 했으니, 전후를 다 잘라내고 이 말만을 놓고 본다면 틀리다 할 수 없는 논평일 것이다. 그러나 박지원 의원의 이 말을 담은 글은 오히려 손학규 대표에 대한 호감으로 일관되어 있다.

박 의원의 글은 “손학규? 그는 웃지만 독한 사람입니다”라는 말로 시작된다. 그리고 손학규는 “쇼를 해도 진심으로 합니다”라며 그에 대한 신뢰를 보인다. 그러며 “손학규는 징크스가 있고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그의 단식소식을 듣고 이번엔 틀림없이 김정은 위원장 방남이 이루어지겠다 생각했습니다. 이건 손학규 덕이라고 생각했죠”라는 말과 같은 맥락에서 문제가 된 그 “손학규는 이번에는 죽어야 합니다”라는 말을 한 것이다.

손학규 대표가 무엇인가 큰마음 먹고 움직이면 반드시 나라에 큰일이 터진다고 할 정도로 그에게는 징크스가 따라다닌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여기에 그 실례를 몇 가지 들어보면 이렇다.

►(2006년) 민심대장정: 북한 1차 핵실험 ►(2007년) 한나라당 탈당: 한미 FTA 타결 ►(2011년) 민간인 사찰 농성: 연평도 포격 사태, 국회 쇄신안: 31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2016년) 정계복귀 및 개헌 제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2017년) 국민의당 입당: 이재용 구속 수감 ►(2017) 대선 공약 발표: 사드 배치‧김종인 민주당 탈당, 미국서 귀국: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2018년) 송파을 보궐 선거 출마 선언: 북미정상회담 취소, 바른미래당 당대표 당선: 청와대 대북 특별사절단 발표, 손흥민 군면제

 그러니까 박지원 의원의 말은 그의 징크스가 이 정도이다 보니 이번 단식으로 인해 ‘틀림없이 김정남 위원장 방남이 이루어지겠다 생각’한 거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에 더해 그는, “손학규는 죽고 김정은은 답방해야 대한민국은 삽니다”라 하고는 “손학규는 죽으라 하고 보니 인자하신 형님 손 장군이 우스시네요”라 애정을 표하며 글을 마친 것이다.

그럼에도 박 의원에 대해 ‘정계 은퇴를 권’한다느니 ‘뇌 구조가 궁금할 뿐’이라느니 하는 논평을 낸 바른미래당 부대변인 김익환 의원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글을 읽을 수 있는 보통의 사람이라면, 그리고 조금만 신경을 써서 읽는다면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는 글인데,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그것도 한 정당의 부대변인이 그처럼 자기의 말마따나 ‘저주와 악담’의 논평을 내다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아마 이에 대해 제대로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바른미래당은 그의 논평을 “부대변인 개인 의견으로 내부 조율이 진행되지 않은 채 발표된 것인 바, 해당 논평을 취소한다”며 최소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한 정당의 수치일 뿐 아니라 우리 국회 전체의 수치라 아니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게 한 개인의 일이라 치부한다 해도 국회의원이 이럴진대 일반 국민이야 어떨까 싶다.

 

덧붙여 한 마디, 무엇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가

 

사실 인터넷 상에 올라온 댓글이라는 것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는 일이 많다. 마치 언어를 익혀 가는 아이들이 입에서 나온 대로 재잘거리는 말을 그대로 쓴 것 같은 것들이 많고, 전후 맥락이 맞지 않은 것들 또한 부지기수이다. 심지어 본문의 내용과 같은 말을 써 놓고 자기의 주장이 옳다고 기염을 토하기도 하고, 글쓰기 공부나 하고나서 글을 쓰라고 어법에도 맞지 않은 말들로 본문의 필자에게 충고를 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내용은 읽지도 않고 제목만 읽고는 썼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그럼에도 본문의 필자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 보통이다. 응대할 가치를 못 느껴서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일단 자기 손을 떠나 발표되거나 공개된 글은 이미 자기 것이 아니라 독자들의 공유물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맞다. 따라서 독자들의 반응에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글 쓰는 사람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옳은 지적은 귀담아 듣고 그렇지 못한 것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흘려버리면 된다.

그런데 더 민망한 것은 댓글들끼리의 논쟁이다. 물론 논쟁은 토론문화의 산실이니 그 자체를 탓하자는 게 아니다. 그게 욕설에 가까운 저질스런 말들이 난무하는 난장판으로 전락하고 만 경우가 많다는 것을 말해 두고자 함이다. 단순한 욕설을 넘어 저주까지 퍼붓는 사례까지도 흔한 일이다. 누가누가 잘 하나를 겨루는 다른 사람 상처주기 경영장을 방불케 하기도 한다.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에 대하여 라가(‘골빈 놈’ 정도의 욕설)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혀 가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마6:22)라고.

그런데 이 말씀을 그대로 철저하게 지키며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려고 노력하며 살아갈 뿐이다. 그런데 말이다, 노력하는 것과 그러지 않은 것은 천양지차가 있다. 노력하지 않아 지키지 못한다면 그대로 죄가 되나 기도하며 노력했는데도 어쩌다 그리되었다면 하나님께서는 지킨 것으로 인정해 주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혜인 것이다.

말은 실수로 죄를 짓기 쉬우나, 글은 그렇지 않다. 쓰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비교적 길고, 쓰고 나서 다시 읽으면서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15:11) 이 또한 예수님의 말씀이다. 사람이 사람인 것은 인격이 있기 때문인데, 말이 곧 그 사람의 인격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가. 입에서 나온 대로 함부로 말하며, 자제하지 않고 남에게 상처 주는 글을 써 자신의 인격을 흘려버림으로 인간이기를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정제된 언어, 덕스러운 말로 자신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길러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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