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갑자기 춥다. 눈이 왔다. 치우기 버거운 눈이 내렸다. 겨울이다. 겨울의 한 가운데서 봄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 이런 걸 희망이라고 한다. 믿음은 아직 보이지 않은 세계에 대한 환상이다. 이 환상이 있느냐 없느냐가 믿음의 유무를 결정한다.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히 11:1)라고.

추위가 추위만은 아니다. 추운만큼 봄은 더욱 따스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 봄이 오고 있음을 느끼자. 그럴 수만 있다면 아무리 춥다 해도 이길 수 있다. 봄이 오고 있다는 것, 이는 시기의 문제일 뿐 분명한 사실이다. 추운 겨울의 한 가운데서 봄을 느낄 수 있는 믿음은 그게 사실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기에 가능하다.

폭우가 쏟아지는 한밤중에 한 청년이 길을 걷고 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 겨우 한걸음 씩 걸었다. 발을 헛디디면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청년은 어둠 속에서 굉음과 함께 빛이 번쩍거리는 천둥과 벼락이 더 무서웠다.

손전등도 갑자기 꺼졌다. 빗줄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 발을 뻗고 싶어도 발 앞에 뭐가 있는지 전혀 알 수 없게 된 청년은 한 걸음도 옮길 수가 없었다. 공포에 질린 청년의 눈에 순간 곧게 뻗은 길과 나갈 방향이 보였다.

‘우르릉, 쾅!’

벼락의 불빛에 잠깐 길이 보인 것. 청년은 그 길을 향해 몇 걸음 걷고 기다렸다.

‘우르릉, 쾅!’

또 잠시 비춘 불빛을 보고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청년은 이제 무서움보다 벼락이 치기를 기다리며 조심스럽게 걸어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무서운 벼락이 길라잡이가 돼 준 결과였다.

이 청년에게 무서운 천둥번개가 없었다면... 혹 어둠 속에서 얼어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공포의 대상이 길잡이가 되는 오묘한 진리, 우리 곁에는 이런 진리가 많다. 겨울, 추위! 봄이 꼭 온다는 ‘공포속의 약속’이다.

성경은 말한다. “무릇 징계가 당시에는 즐거워 보이지 않고 슬퍼 보이나 후에 그로 말미암아 연단 받은 자들은 의와 평강의 열매를 맺느니라”(히 12:11) 확실히 그렇다. 그 청년의 예도 다르지 않다.

우리에게 고난은 고난만이 아니다. 고난의 연단을 통하여 더 강하고 좋은 상황이 전개된다는 믿음의 눈으로 볼 수 있다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좋은 교훈을 준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정말로 더 좋은 상황이 다가온다.

맥클라인은 “만일 겨울이 없다면 산뜻한 봄날의 즐거움도 없을 것이다. 역경의 겨울을 치른 자가 번영의 새봄을 즐기게 된다.”고 말했다. 맞다. 이 겨울, 추위가 맹위를 떨친다 해도 더 따듯한 봄에의 기다림으로 즐기면 어떨까. 한 겨울에도 봄노래를 부를 줄 아는 사람, 얼마나 멋진가. 그대가 그런 사람이길.

▲ 김학현 목사(정당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