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능력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받고 사는 것일까. 노력하면 노력한 대로 아름다운 열매를 거두는 것일까. 밑천을 들인 만큼 돈을 버는 것일까. 그가 앞서가는 것은 그만한 부지런함과 능력이 있어서일까.

아마도 많은 이들이 이런 의문을 안고 살 것이다. 특히 남보다 열심히 뛰고 열심히 배우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일수록 이런 ‘? 마크’ 하나 가슴에 안고 살 것이 분명하다. 아닌 현상들이 도처에서 나타나면 ‘그래도, 그래도’를 연발하며 말이다.

안타까운 이이야기 한 토막을 읽었다. 1932년 4월 24일, <동아일보>에 한 여인의 부고 기사가 실렸다. '최영숙 씨. 지난 23일 자택에서 별세'라는 제하의 글.

최영숙(1906~1932)은 서대문 밖 작은 점포에서 배추, 감자, 콩나물을 팔던 소시민이었는데 왜 일간신문에서 부고 기사까지 냈을까.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난 그는 이화학당을 졸업한 뒤 중국 난징에서 4년 동안 유학을 하였다. 이후 스웨덴 여성학자 엘렌 케이에 매료돼 1926년 스웨덴 스톡홀름대학으로 혈혈단신 유학을 떠났다.

'동양인 최초 스웨덴 여성 유학생'이자 '조선인 최초 여성 경제학사'로 영어,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스웨덴어까지 능숙하게 구사하던 인재로 당당하게 고국으로 금의환향했다. 하지만 아직 여성의 사회진출이 어려웠던 시대, 더구나 1920년대 말 불어 닥친 경제 대공황 속에 그녀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결국 먹고사는 일마저도 힘들어진 그는 여성 소비조합을 인수해 매장을 열어 콩나물 등을 팔며 학생을 위한 교과서 <공민독본>을 편찬하느라 동분서주하다 영양실조와 임신중독증으로 26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는 준비되었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성경에 기대어 풀이한다면 그의 때가 아직 이르지 않았던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위인은 시대의 산물’이란 말이 새삼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다.

이순신 장군이 1545년이 아닌 한국전쟁 이후에 탄생했다면 어떤 인물로 살았을까. 그 시대에 일본의 침략이 없는 태평성대였으면 어땠을까. 그게 참 궁금하다. 아마도 우리의 기억에 ‘위인’이란 딱지를 붙이지는 못했으리라. 위의 애석한 이야기를 접하기 전에는 ‘최영숙’이란 이름을 몰랐듯, ‘이순신’이란 이름 또한 그와 같았으리라.

이와 같다. 우리의 삶이라는 게. 그러니 이뤘다고 자랑할 것도 없고 성공했다고 우쭐할 것도 없다. 신앙인이라고 하면서도 이런 보이는 세계의 열매들 때문에 교만이 하늘을 찌르는 이들을 만날 때가 있다. 마치 자신의 인생 성공(?)이 자신이 만든 것이라도 되는 듯 착각하면서 사는 이들.

신앙인은 하나님이 하시면 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하나님이 때를 맞게 하시면 가능하다. 하나님이 쓰시면 가능하다. 물론 준비된 이를 쓰신다는 걸 배제하고자 하는 말은 아니다.

모든 게 우리의 이해 속에 달려 있는 게 아니고 하나님의 섭리 속에 달려 있다. 안타까운 이야기도, 부러운 이야기도, 성공담도, 실패담도 모두 그분의 손아귀에서 쓰인다. 이걸 아는 게 신앙이다. 주신 분도, 가져가시는 분도 하나님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