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위기에 대한 다양한 진단들이 있다. 한국교회는 대략 1980년대의 산업화 시기까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였다. 그때까지 한국교회는 성령의 능력과 은사가 나타나는 카리스마의 영성과 복음전도의 영성을 주로 추구하였다. 복음전도는 여전히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한국교회가 지금도 카리스마의 영성에 우선 순위를 두는 목회를 하는 것 같다. 그런데 1980년대 말까지는 신자들의 삶 가운데 치유와 기적 같은 신적 능력이 필요했기에 그러한 영성이 공감을 받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웰빙으로 상징되는 21세기에 들어와 신자들은 신적 능력 없이도 의료 기술의 발달 등으로 장수의 복을 누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그들에게 카리스마의 영성은 더 이상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21세기에 들어와 한국교회에서 회자되는 이슈의 하나는 복음의 본질에 충실한 교회가 되는 것이다. 복음의 본질에 충실한 교회란 무엇일까? 그것은 예수님의 사역을 모델로 하는 교회를 의미할 것이다. 예수님은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당신의 사역 비전을 눅 4:18-19에서 다음과 같이 선포하셨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 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 하였더라.’

주지하듯이 이것은 예수님이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시작하는 자’로서(the inaugurator of the kingdom of God) 장차 어떤 사역을 하실 것인가를 선포하신 내용이다. 다른 말로,  신구약 성경 전체에 일관되게 흐르는 하나님의 나라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본문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주의 은혜의 해(the year of the Lord's favor)’가 바로 희년이 실현된 나라 즉 하나님의 나라를 지칭한다. 그러므로 복음적인 교회 사역이란 예수님이 보여주신 이 통전적 영성(the wholistic spirituality)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개교회에서 통전적 영성의 실천 여부는 담임목회자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우리는 종종 담임목회자의 은사에 따라 그 교회의 영성 방향이 결정되는 것을 본다. 담임목사가 카리스마의 은사가 있으면 그 교회의 사역 방향은 성령의 능력과 은사 중심의 교회가 되는 것을 본다. 사실 예수님은 인성과 신성을 모두 지니셨기에 통전적인 사역이 가능하셨지만 목회자들은 인간이기에 한계가 있다. 바로 여기에 개교회 중심적인 개신교 목회의 한계가 있다.

교단 중심적인 가톨릭교회가 교단의 방침에 따라 사제들을 각자의 은사대로 개교회나 기관에 파송하여 교단이 지향하는 목회를 균형 있게 추구하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전통은 파송제도가 아니기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물론 은사가 다른 목회자들이 함께 사역하는 팀목회를 통해 어느 정도 개선은 기대할 수 있겠지만 담임목사가 주도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한국교회의 문화 속에서 그것도 쉽지 않다.  

그럼 통전적 영성을 추구해야 하는 당위성 앞에서 목회자가 자신의 한계를 넘어 통전적 영성을 형성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 이를 위한 대안으로 앞으로 몇 주 동안 영적 독서를 통한 통전적 영성 형성 방안을 생각해 보고 싶다. 대부분의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독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기에 영적 독서에 대한 고민을 하려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 시대 개신교 영성신학자로 영성의 개신교적 적용에 관심이 많은 리차드 포스터가 ‘리차드 포스터가 묵상한 신앙고전 52선’이라는 책에서 기독교 영성 고전들을 기도의 영성, 성결의 영성, 카리스마의 영성, 사회정의의 영성, 그리고 복음전도의 영성으로 구분하여 소개하였다. 이제 다음 주부터 독자들과 함께 구체적으로 통전적 영성을 형성하는 독서 여행을 함께 떠나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