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사이월드에 개설된 클럽 [김준우교수를 사랑하는 감신인 http://club.cyworld.com/kimjoonwoo/ ]에 실린 글들 중 일부입니다.

 

나봇의 포도원  - 신학포도:영어포도 그리고 대중상추

  옛날 이스라엘이 시방 우리맹기로 남북으로 분단 돼있을 때,

아합이라는 왕이 이세벨이라는 각시랑 살고 있었다.

근디 원래 이세벨은 그리스 여자라서,

보다 실용적인 사고에 능했고,

하나님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소리는

개 풀뜯어먹는 소리로나 여겼던 여자였다.

하지만 그녀는 수완이 좋았고,

잔대가리도 겁나게 잘 돌아가는 여자였다.

때론 그래도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이 쪼까 남아있는 아합이

눈치 보느라 처리 못하는 일들도,

이세벨은 이득이 되는 일이라면 눈 딱 감고

확 저질러서 해치워버리는 무대뽀 기질도 있었다.

  왕이고 각시니 뭐 부족한 것이 있었겄냐마는,

고기를 겁나게 좋아하는 아합이

삼겹살을 먹다가 상추가 떨어지는 일이 생기자

이세벨한테 이런 말을 한다.

“아따 우리가 한달에 먹어치우는

대중상추(상추품종의 하나)만도 거의 백근은 될것인디,

이거 상추를 직접 기르든지 해야지

맨날 아들 시켜서 사다 날를라고 그랑께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서 안되겄구마.

우리 이참에 요 옆에 나봇이가 하는 포도밭을 싹 갈아 엎어서

 대중상추를 싹 뿌려불믄 어차까?

어차피 나봇이가 하는 포도밭이야

딴디 가서 하라고 그러믄 될 것 아니겄어?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나봇이네 신학포도(포도품종의 하나)는

사실 별로 묵잣것도 없어.

농약을 안쳐서 그란가 어찬가 알은 굵은디 말여 벌거지가 있고 그러드랑께.

 글고 포도는 여기보다야 더 넓고 기후 좋은 밭으로 가서 하믄 지도 좋겄지.

이거야말로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누이좋고 매부좋고, 꿩먹고 알먹는 야그 아니거써?”

이 말을 들은 이세벨이가 옳다구나 하고 맞장구를 친다.

  “하긴 우리가 삼겹살을 좀 좋아해야지 말이죠 이.

그럼 어디 당신이 한번 추진해 보시구랴.

포도야 뭐 거그 아니더라도 우리가 먹을 것이 많이 있재라.

 꼭 당신 조상들이 묵던 포도만 포도다요.

그리스에 가믄 진짜 좋은 영어포도(포도 품종의 하나) 많응께

거그서 수입해오믄 되재라.”

다음날 아침 아합이가 뚱뚱한 몸을 이끌고 강아지 세 마리와 함께 뒤뚱거리며 산책을 나가는데, 마침 나봇이가 전정가위들고 포도 가지치기를 열심히 하는게 보인다. 그걸 본 아합이가 인사를 건네는데...

“어이 나보시! 와따 아침 일찍부터 고상이 많네 그랴.

어째 별로 수입도 없담서 그라고 열심히 일을 한당가?

 나가 이참에 자네한테

겁나게 기름지고 좋은 땅 소개시켜 줄텡게

나랑 바꿀생각 없는가?

여기는 사실 우리 집이랑 너무 가까워서

사람들 지나댕게 싸서 시끄럽기도 하거니와,

 포도 수확량도 많지도 않지 않은가.

쪼까 멀긴 하지만

저기 일산 정도 가믄 조용하니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는 땅들이 있는디 말시.”

이 말을 들은 나봇이 갑자기 얼굴을 상기시킴시로 이렇게 대꾸한다.

“워매 아합이 왕행님(사실 둘이는 애기때 소꼽친구였다.) 아니시오?

 요새 산보가 유행한다드마 행님도 산보나가시는갑네?

하긴 행님 쪼까 관리좀 하시긴 해야겄소.

거기 ‘박식이랑 이익이랑 안되리’(견공들 이름)도 살이 통통하니 오른게

몸보신하믄 좋게 생갰네 그랴. 허허.

근디 행님! 이 밭은 행님도 알다시피, 우리 조상 대대로 해온 밭이 아니요?

 뭐 사실 신학포도가 첫맛이 좀 쓰고 보기에 볼품이 없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한 번 제대로 이 맛을 본사람들은 이것만 찾는당께라.

벌거지 쪼까 있는거야 걷어내고 묵으믄 되제라.

시중에 잘나가는 포도들은 보기에는 멀쩡해도 방부제에 농약에,

몰라서 그렇지 그건 진짜 독약이어라 독약!.

글고 나가 중간에 잠시 미국을 댕개오니라 못하긴 했제만,

벌써 햇수로만 15년 째 이 일을 한자리서 하고 있는디,

나보고 나가라고 그라믄 섭섭하제라.^^

긍께 그런 말씀 마시쇼.”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지라 아합이 지가 상추가 묵고 자퍼서 그런다는 말은 못하고 똥씹은 표정이 되어서 가던 산보를 멈추고 집으로 휭하니 돌아선다. 남편 얼굴이 똥빛이 된걸 본 이세벨이가 이렇게 묻는다.

  “워매 잘 안되야 부렀는갑소.

아따 나가 나보시가 좀 뻣뻣한 줄은 알고 있었제만,

대충 말만 해서는 안되겄는디 이참에 지대로 잔대가리를 굴려가꼬

 정확하게 하자 없는 절차를 밟어서 없애불고,

거글 상추밭으로 만들어부러야 쓰겄구마 에.

나한테 맽겨부쑈.”

  그날 밤 이세벨이의 잔대가리 굴리는 소리가 하도 시끄러워서 온 집안 식구들이 잠을 못 이룰 지경이었다고 하는데, 다음날 아침 일찍 이세벨이가 가족 변호사를 호출한다. ‘딩동’ 하는 소리에 버선발로 달려간 이세벨이 앞에, 얼굴에 기름기 좔좔 흐르고 태산만한 배 아래로 허리띠가 아슬아슬하게 그야말로 걸쳐져서 상하의 대칭이 3:2의 불균형적인 몸매를 지닌 전담변호사가 실실 쪼개면서 등장한다.

  “아따 뭔 급한 일이 있으셔가꼬 새복부터 호출을 다 하셔부렀드헉?”(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세벨이가 확 잡아 끌고 방으로 들어가는 통에 끝말을 미처 붙이지 못한 변호사의 숨 걸리는 소리)

이제 장면은 이세벨이의 방.

  최고급 그리스제 소파에 커튼에 침대에 레바논산 백향목 가구에 저 유명하다는 한국제 행남 도자기 찻잔 세트로 장식돼있는 이세벨이의 방은 말 그대로 졸라 뽀대나는데,

“......사실은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가 삼겹살 완존 미쳐불게 좋아하지 않은가.

또 우리는 대중상추만 묵는거 알줴?

근디 묵을때마다 상추가 부족해서 말여.

맨날 아들 시킬랑께롱 기다리는 시간에

맨삼겹살 묵기는 또 지랄이란 말이쥐.

그래서 말인디 나봇이를 어떻게 처치해불수 없을까?

그 맛도 졸라 없는 신학포도 재배한다고 말이여.

말이 나와서 말인디 포도야 그리스산 영어포도가

요새 더 대세 아닌가.

뭔 방법이 없을랑가 몰라...?”

이 말을 들은 기름기 변호사가 짱돌을 굴리기 시작한다. 옆에 있던 이세벨이는 이 허벌난 짱돌 굴러가는 소리에 귀를 막는다. 이윽고 잠시 후 기름기가 입을 연다.

  “긍께 그것이 어떤 법적인 부분에서도

하자가 있어서는 곤란할 거 아니겄소?

 그라믄 일차적으로는 이참에

국가적으로다가 신학포도 대신에

영어포도만 재배한다고 대외적으로 발표를 하시고 말이요,

 그리스서 영어포도 재배 잘 하는 방법 지대로 배운 사람을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고 뽑는다고 하시쇼.

나봇이는 지가 해봤자 신학포도만 키울줄 알지

뭐 딴 거 할 줄 아는거 있겄소.

 긍께 분명히 나가 떨어져 불것이란 말이제라.

혹시 나봇이가 지원할랑가도 몰겄소만,

그 때는 우리가 잘하는 삼대 삼 전략으로 밀고 나가서

 나봇이를 확 해치워 버리믄 되는 것이제라.

강아지 세 마리 데리고 가서,

나봇이가 포도 농사는 지가 하나님보다 잘 알고

세상에서 제일이라고 그랬다고 뻥치고 우겨서,

목덜미 확 거시기 해불믄 조용하당께요.

 그라믄 법적으로도 한나도 하자가 없응께

그 다음에 상추 확 뿌려가꼬

삼겹살 맛나게 드시믄 되시끄요.

그때 나도 끼워주는 거 잊지 마쇼 잉?

 나도 삼겹살 허벌나게 좋아하자녀요?ㅋㅋ”

이 말을 들은 이세벨이 기름기를 사정없이 끌어안아분다.

뻘쭘한 분위기 대략 십초간 지속되고...

 이윽고 그날 저녁 아합이를 통해

전 국가적으로 영어포도만 제배하게 한다는 정책이 발표되는데,

 이 방송을 들은 나보시는

조상들에 대한 죄스런 마음과

아합이의 야속함에 분함과 억울함을 어찌할 줄 모르고

울며 겨자먹기로 지원서를 제출하고

 뜬눈으로 밤을 세운다.

하지만 성실한 나봇이가 농사를 게을리 할 리 없다.

 다음날도 여느날과 마찬가지로

전정가위와 삽 한 자루 매고 신학포도밭을 향해 무거운 걸음을 내딛는데,

어디서 왔는지 불량해 보이는

견공 세 마리(아합이의 견공들)를 이끌고 아합이가 나타나더니 대뜸,

“니가 신학포도가 젤로 맛나고 영어포도는 졸라 맛없다고 그랬담서?

 글고 포도농사는 니가 하나님보다 잘 짓는다고 그랬담서?”

라고 윽박지른다. 그리고는 지나가는 영문도 모르는 행인 세 명을 불러 세우더니,

“느그 영어포도 묵어봤어?

응 묵어봤다고.

그라믄 신학포도 키우던 사람이 영어포도도 잘 키우겄냐?

아님 영어포도 키우는거 배운 사람이 영어포도 더 잘 키우겄냐?

 응 알었어.

똑같은 포동께 오래 키운 사람이 더 잘키운다고.

그럼 느그들 서이고 우리 강아지들 서잉께 삼대 삼이고만.

그라믄 나까지 하믄 우리가 너인께 느그가 졌어.

응 알었어.

느그는 얼러 가봐.”

  그 뒤의 일은 상상에 맞긴다.

이것이 아합이 왕으로 있는 동네의 합법적인 묵사발 절차다.

 대중상추에 대한 아합이와 이세벨이의

일차적 본능에 충실한 욕구가 거창한

영어포도의 생산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낳았고,

신학포도의 근절이라는 행동전략을 산출해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나보시의 모습은 신학포도 밭에서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밭에는 있던 신학포도나무는

뿌리채 뽑혀서 불태워지고,

대신 삼겹살 기름기와 냄새가 밴 대중상추만이

 온 밭을 가득 채우게 되게 되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물론 다들 알다시피

이 일이 있은 이후에 아합이와 이세벨이는,

예언자 엘리야를 통해 하나님으로부터

 간교한 일을 도모한 것에 대한

엄중한 똥침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를 받게 되고, 

입에 담기도 민망할만한 저주를 받게된다.

그놈의 영어포도와 대중상추가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