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바닷가 안쪽 깊숙한 그 숲속에 들었습니다. 두해 전 시월 끝자락에 들렀다가 찾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던 씁쓸한 기억이 설레는 가슴보다 더 먼저 달려가네요. 귀여운 이파리들만이 바닥에 흐트러져 있을 뿐 좀딱취 꽃은 쉽게 눈에 뜨이지 않습니다. 뭐가 그리 급한지 꽃을 피우지 않고 봉오리에서 씨앗으로 바로 가버리는 ‘폐쇄화’라는 특성 때문에 꽃을 만나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기온이 낮은 시기에 꽃을 피우기로 작정하고 택한 전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주를 비롯한 남쪽과 서쪽, 바다가 가까운 숲속 반그늘에서 자라는 상록성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좀’은 이야기했듯이 작다는 뜻이지요. 꽃도 잎도 모두 자그마합니다. 꽃은 10월말 11월 초에 제일 많이 볼 수 있는데 꽃대는 한여름에도 올라와 있습니다. 정말 특이한 것은 작은 꽃 세 개가 모여 한 송이를 이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끝이 갈라진 암술과 뭉툭한 수술이 끼리끼리 모여 있기도 하고 섞여 있기도 하더군요. 성정체성에 대해서는 좀더 두고 봐야하겠습니다. 알고 나니 더욱 어여쁘고 들여다볼수록 신기합니다.

바닥을 훑고 다니며 마치 숨겨놓은 보물 찾듯이 꽃을 발견했습니다. 눈에 익으니 한송이 두송이 뜨문뜨문 피어있는 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꽃이 귀한 시기에 한참을 헤맨 끝에 만난 참 귀한 꽃입니다. 좀딱취를 한해 야생화의 끝이라 부릅니다. 좀딱취를 만나면 그해 들에 피는 꽃들은 더 이상 볼 수가 없다는 의미이지요. 다음 해의 진지한 생을 위한 깊은 휴식에 드는 때가 다가왔습니다. 겨울이 코앞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