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주머니

   한 주간도 안녕하셨습니까? 취업을 준비하던 마을 청소년은 지역의 한 리조트에 취직을 하게 되어 기숙사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이불이며 빨래건조대, 옷가지 등을 준비하며 이제 직장생활을 하는 성인이 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진학을 준비하던 청소년은 지난 주 수능시험을 치렀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학과에 수시모집 지원을 한 후 수능시험 성적 최저점을 넘겨야 한다며 긴장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올해 시험이 어려웠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와 걱정을 하였는데 다행히 최저점을 넘겼다고 합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진부령에서 살아온 청소년들이 이제는 집을 떠나 또 다른 삶의 여행을 시작할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 주 작은아이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작은아이가 학교에서 다른 친구를 손으로 때리려는 시늉을 해서 다른 저학년 아이가 그 모습을 보고 일기를 썼습니다. 담임선생님이 그 일기를 읽고 작은아이에게 다른 사람을 위협하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훈육을 하시고 가정에서도 동일한 메시지를 줄 수 있도록 연락하신 것입니다. 집에서 다른 사람을 때리거나 위협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가르치고 있긴 하지만 당장 저희 집 두 아이 사이에 갈등이 생겨도 소리를 지르거나 서로 아랫입술을 깨물고 주먹을 꽉 쥐며 서로를 위협합니다. 저나 남편은 이내 큰 싸움이 되지 않도록 두 아이들을 떼어놓지만 혹자는 둘이 끝까지 싸우도록 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수학 공식으로 문제를 푸는 것처럼 아이들을 훈육하는 것도 한 가지 정해진 길이 있다면 좋겠지만 부모의 성향에 따라, 또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훈육의 방식이 달라져야 하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그 날 저녁에 남편과 제가 작은아이를 방으로 불렀습니다. 이야기를 좀 하자고 말을 하자마자 작은아이는 얼굴이 일그러졌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랑 이미 충분히 이야기를 했는데 왜 갑자기 잘 놀고 있는 자신을 불러서 또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냐며 저항하였습니다. 저희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작은아이는 이미 무슨 이야기를 할지 알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작은아이를 훈육하시면서 부모님께도 알리겠다고 말씀을 하셨답니다. 하지만 작은아이는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는 다른 친구의 일기를 이야기해야하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일기는 비밀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고, 잘못한 것에 대한 이야기는 선생님과 충분히 이야기 했으니 이제 그만 말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저보다 작은아이에게 따듯한 남편을 방패삼아 작은아이는 자신은 이미 다 이야기를 했는데 갑자기 자신을 불러 이야기 하자고 하는 엄마에게 화가 난다는 말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였고 초등학교 2학년 치고는 꽤 강하게 고집을 부렸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먼저 방을 나가고 저와 작은아이만 남아 “선생님과 엄마가 이미 그 내용을 공유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작은아이를 혼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는지 논의하기 위해 이야기를 하자고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작은아이는 이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는 친구들을 때리거나 때리려고 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날 저녁 잠자리에 누워서 기도를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중에 작은아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여기 작은창자 뒤에 칭찬주머니랑 스트레스주머니 있는 거 알죠? (등을 가리키며)배 뒤에 있잖아요. 그런데 나는 칭찬 주머니가 반밖에 안차요. 00이는 칭찬 주머니가 다 차서 배부르다고 자랑하는데 나는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주머니가 찬다니까요.” 설명인즉슨 학교에서 자신은 칭찬을 많이 못 받아서 속상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칭찬주머니가 꽉 차면 배가 불러서 만족스러운데 칭찬을 많이 못 받으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친구가 미워진다고 하였습니다.

    작은아이는 다음날 담임선생님께 앞으로 친구들을 때리려고 하지 않을 것이며 자신도 칭찬을 많이 받고 칭찬주머니를 다 채우고 싶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집에 돌아와 “엄마 선생님이 엄마랑 한 이야기를 이미 다 알고 계시더라고요. 00선생님도 오늘 저를 엄청 칭찬하셨어요. 칭찬주머니가 다 찼어요.”라며 좋아하였습니다. 사실 저는 작은창자 뒤에 칭찬 주머니가 있다는 것과 그 칭찬주머니가 날마다 채워지고 비워진다는 사실도 작은아이를 통해서 막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 몸 속 어딘가 분명한 위치를 가지고 있는 주머니라고 생각하니 그 주머니가 잘 채워질 수 있도록 저도 신경을 써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칭찬주머니를 채워주시려고 예수님은 우리의 소중함과 존귀함을 끝없이 말씀 하셨나봅니다. 오늘 하루, 이웃들과 가족들의 잘못을 지적하기 전에 칭찬주머니를 채워주는 믿음의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