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손무덤
김달성  |  kdalsung@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18년 11월 08일 (목) 10:31:50
최종편집 : 2018년 11월 08일 (목) 18:03:49 [조회수 : 87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서울 가는 전철을 탔다. 필리핀 이주노동자 B와 함께. 차창 너머 도봉산이 보였다. 산은 어느새 붉은색, 노란색, 녹색이 어우러진 옷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흰구름 한 점 떠있는 높은 하늘 아래 갈회색 바위들이 여기저기 솟아있어 산의 위용을 북돋았다.

.
자연은 철따라 옷을 갈아입으며 순리대로 살고 있는데, 유독히 자연스럽지 못한 곳이 있다는 생각을 새삼 했다. 옆 자리에 앉은 B의 손을 보며 그런 생각을 또 했다. 인간들이 모여 사는 사회는 왜 이리 자연스럽지 못한 것일까. 왜 이리 순리를 거스르는 걸까.

.
손가락 하나가 잘린 B는 오늘 인조 손가락을 맞추러 서울로 가는 거다. 나는 무엇보다 인조 손가락 만드는 게 궁금해서 동행했다.

.
그는 6개월 전 공장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 취업비자를 갖고 입국한 지 한달만이었다.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그는 곧바로 위험한 작업장에 배치되었다. 안전교육은 없었다. 안전시설도 허술했다. 그런 곳에서 하루 12시간씩 일했다. 밤샘노동도 격주로 한 주씩 했다. 사고가 난 뒤 회사는 산재보험마저 기피했다. 산재 처리를 할 경우 회사가 받는 작은 불이익 때문에 그 기본적인 보험혜택마저 차단하려는 거였다. 우리 센터의 지원을 받으며 산재보험을 신청하게 된 그는 반년이나 걸리는 지루한 치료를 잘 받았다. 치료가 다 끝나 이제 인조 손가락을 맞추러 가는 거다.

.
옆 자리에 앉은 29살 청년 B의 잘린 손가락을 바라보다 ‘손무덤’이라는 걸 생각했다. 우리나라에 온 이주노동자들이 해마다 잘리는 손가락이 몇 가마니가 될 거라는 말이 있다.해마다 그걸 모아 묻는다면 손무덤이 여기저기 생길 거다. 그만큼 산재가 많다. 일본에 귀무덤, 코무덤이 있다면 여기엔 손무덤이 있는 거다. 코무덤, 귀무덤은 탐욕적인 침략전쟁(임진왜란)을 일으킨 일본이 조선인들의 코나 귀를 베어가는 바람에 생긴 거지만, 손무덤은 오늘 탐욕적인 자본이 이윤 -착취의 극대화를 위해 자른 손가락들이 묻힌 거다.노동자들의 손가락들.

.
오늘도 재벌왕국은 활발하게 돌아간다. 해마다 2400명이 넘는 노동자를 산재로 죽이며 돌아간다. 세계 최대 산재율을 자랑하며 굴러간다. 내국 노동자들의 산재율보다 6배나 높은 이주노동자들의 산재율도 자랑하며 힘차게 돌아간다. 재벌왕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2위다.

.
나는 어제 가습기 피해자들의 절규를 들었다. 어린 남매를 둔 엄마( 41세)가 가습기로 인한 폐질환으로 세상을 뜨는 모습도 보았다. SK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오로지 이윤 -착취의 극대화를 위한 기업경영을 하는 바람에 수십만 국민의 생명을 갉아먹은 거다. 이제까지 사망자만 1300명이 넘고, 신고한 피해자만 6천명이 넘고, 잠정 피해자가 수십만이다.

.
우리는 언제까지 자본의 이윤 -착취 극대화라는 원리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신음해야 하는가.
언제까지 이 사회를 수용해야 하나.
언제까지 적응하는데 급급해야 하나.
언제까지 이 사회에 길들여져 살아야 하는가.
이 사회 안에서 묻지마 부자 되고 높아지기 위해 신을 찾고 지성으로 비는 맹신자들 꼴을 언제까지 봐야 하나.

.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사회.
순리를 거스르는 사회.
생명의 극대화라는 원리로 돌아가는 하나님나라를 짐짓 거역하는 세상.

.
“ Pastor. Yongsan station!"
B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상념에 잠겨 넋을 놓고 있던 나를 보며 .

.
하마터면 하차역을 그냥 지나칠 뻔했다.

 

 김달성목사

포천이주노동자상담센터(평안교회 부설)

김달성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4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 11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24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