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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 <19금을 금하라>를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청소년인권을 넘어 청소년이 주도하는 세상을 꿈꾸며.
송상호  |  shmh06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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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년 11월 01일 (목) 18:21:01
최종편집 : 2018년 11월 01일 (목) 18:24:53 [조회수 : 1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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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래 사진 속 내용이 무엇인 줄 아는가. 당신이 만약 단박에 알면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모르긴 몰라도 대한민국 부모들이라면, 단박에 알아볼 게다. 그렇다. 바로 그 거다.

 

   
▲ 은행서류목록엔 청소년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모든 게 보호자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우리도 무심코 지나치는 청소년 차별 현장

 

사실 저 사진 속 종이는 실제로 내가 사는 안성 농협에서 받은 쪽지다. 뭐하려고? 18세(2017년) 나의 막둥이 아들의 체크카드 교체 서류다. 체크카드를 분실한 아들이 농협에 낼 서류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낼 서류다.

 

농협직원에게 물었다.

“이것만 있으면, 본인은 오지 않아도 되나요?”

“네”

 

1초도 망설임 없이 농협직원이 대답한다. 여기서 본인이란 물론 나의 아들이다. 본인의 체크카드를 교체하는데, 정작 본인은 필요 없단다. 와도 되고 안와도 된단다. 소위 보호자만 있어도 무사통과란다. 내가 직접 해보니 그랬다. 아들이 오지 않아도, 서류진행은 척척 되었다. 생각해보니, 소름이 돋았다. 자녀 명의로 통장을 개설하고, 부모가 무슨 짓을 해도 무사통과라는 거 아닌가. 자녀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통과된다는 이야기렷다.

 

농협직원에게 또 물었다.

“이거 좀 불합리하지 않아요. 미성년자라고 무시하는 거 아니에요?”

“당연한 건데 무슨 그런 이야기를........”

 

농협직원이 나를 아래위로 훑어본다. “미성년자에게 그래야 사회질서가 잡히는 거 아니냐”는 그의 덧붙인 말을 들으면서, 우리사회가 평소 청소년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사는지 직시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이 책 내내 등장하는, ‘우리사회가 청소년을 대하는 대표적 자세’였던 거다.

 

우리 사회의 진보는 청소년 인권부터 챙겨야

 

이것을 차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게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링컨의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미국사회에선, 흑인노예는 당연한 것이지 차별이라고 그 누구도 생각 못했으리라. 조선시대 갑오개혁이 일어나기 전까지 조선사회에선, 상놈과 양반을 가르는 ‘반상의 원리’를 하늘이 정해준 천륜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말이다. 세계사에서 목숨을 바쳐 여성참정권을 쟁취한 여성들이 없었다면, 지금도 여성이 투표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으리라.

 

약간의 농협직원과의 논쟁(?)이 있은 후, 마지막으로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을 던지고 나왔다.

 

“아마도 향후 10년 내에 바뀔 겁니다”

 

내가 그렇게 보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2016년~2017년에 있었던 촛불혁명은 세계사에서도 유래가 없는 일이었다. 그 일로 인해 우리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 중 가장 큰 변화는 구시대적 사고가 가고, 새로운 시대의 사고가 우리 앞에 온 거다. ‘구시대적 사고’란 ‘사회를 색깔논쟁으로 이분하는 사고’다. 소위 ‘좌와 우, 보수와 진보, 꼴통과 좌빨’등은 물론이고, 비민주세력과 민주세력으로 나누는 것도 의미가 없어졌다.

 

이제 우리사회는 본격적으로 다양성의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촛불’이전의 거시적인 담론에서, ‘촛불’이후 미시적인 담론으로 옮겨가고 있다. ‘여성인권, 성소수자 인권’ 등의 목소리가 우리사회의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청소년의 인권’ 또한 갈수록 크게 다루게 될 게다. SNS의 발달로 인해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될 걸로 보인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 <19금을 금하라>, 송상호, 유심출판사, 2018년 10월

나는 이 책을 통해 지금뿐만 아니라 다음 시대를 준비하자고 외칠 것이다. ‘청소년 딜레마’가 청소년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우리사회가 진보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 만일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사람이 만들어 낸 것이다.”

 

이것은 나의 저서 <문명패러독스>(2009년, 인물과사상사)에서 내가 한 말이다. ‘19금’ 또한 그런 것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것’을 우리는 또 바꿔야 할 때가 되었다.

 

세월호 비극 앞에서 나와 한 약속 지키고자.

 

마지막으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안에서 수장된 아들딸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이 책을 바친다. 사실 이 마지막 이유가 나로 하여금 이 책을 내게 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세월호에서 수장 된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청소년들에게, 기성세대로서 큰 빚을 졌다. 그 빚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세상에 내고자 한다.

 

일전에도 한 번 말한 바 있거니와, 세월호 참사 이후 나는 나와 3가지를 약속했었다. ‘1. 세월호 뱃지를 달고 다닌다. 2. 기본 교통 법규를 철저히 지킨다. 3. 내 일생을 청소년을 위해 산다’ 등이다. 1을 위해서 2014년 그해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일 세월호 뱃지를 달고 다니고 있다. 2를 위해서 대부분 교통법규를 준수해오고 있다. 3을 위해선 안성지역에서 청소년과 함께 호흡했고, 청소년 인권 책을 이번에 냈다. 말하고 보니 이 책은 청소년인권을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책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청소년인권’을 넘어 ‘청소년혁명’이 일어나, 청소년들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주도하고 설계해나가는, 청소년 주체적인 세상에 조금이나마 이 책이 밑거름이 되기를 소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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