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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의 반 나절동서울인들의 허파로 다시 태어난 옛 뚝섬 유원지에서
이일배  |  6_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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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09월 12일 (화) 00:00:00 [조회수 : 2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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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상동에서 경인고속국도를 거쳐 강변북로로 질러가면
서울숲은 40분거리 밖에 안 되었다.

작년에 개장된 이래 말로만 듣던 그 곳을
동료 교사 둘과 더불어 답사를 했다.
어릴 적에는 뚝섬으로 유명한 유원지
포플라숲이 울창하던 옛 흔적은 찾기 힘들었다.

이식한지 오래 안 된 나무들이 제법
이태도 못 되어 꽤 근사한 숲을 이루었다.
머잖아 동부 서울인들의 허파로 다시 태어날 듯.
유난히 밝은 노랑색 마가목 열매들이 다닥다닥
영겨 붙어 초가을을 풍요롭게 한다.

도도히 흘러가는 한강 물줄기가 굽이쳐 돈다.
형형색색의 크고 작은 잉어떼가
사람 그림자를 보고 물살을 가르며
몰려드는 호숫가에서는
다급한 마음이 저절로 풀리는 것 같았다.

천연에 가까운 숲에서 해방감을 누리는지
거기에 방사한 야생 노루들은
동물원의 그것들보다 생김새부터 다르다고 한다.
한 번 만나 보았으면 했지만
부끄러운 여인처럼 숨어 버렸다.

호변의 쉼터도 아늑하고
여러 가지 눈에 풀이나 나무가 우거져
연인들이 데이트 코스로 안성맞춤일 듯.
막다른 숲 길 끝 쉼터에 청춘남녀 한 쌍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이크.. 무안해 부리나케 돌아나왔다.
짐승도 사람도 숲에서는 그렇게 편안해지고
농익은 사랑의 표현도 전혀 부끄럽지 않은가 보다.

답사가 아니라면 좀 더 느긋이
소걸음으로 그 숲길을 걸어 봤으면 싶었다.
강변북로를 쏜살같이 달리는 찻소리만 없었다면
아마 나는 강원도 오지에 와 있는 것으로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그 숲을 만든 사람에게 다시 고마움을 느끼며
주차장으로 걸어 나왔다.
주차요금은 1500원
잠깐 있었다 싶었는데 시간 반이
한강물처럼 흘러 버렸다.

인천으로 내려온지 어언 15년 서울은 점점 낯설어지고
타관처럼 여겨진다.
모처럼 서울에 와서 친구들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지만
정작 떠오르는 사람들은 있어도
너무나 오래 잊고 살아 연락하기가 부끄러웠다.

서울은 모든 게 생소해지고 새로워 더 서러워진다.
십여 년 세월에 풍광도 그럴진대
인제는 또한 몇이나 그대로 남아 있으랴.
결국 마음만 서울사람이구나 싶어
강변북로의 그림같은 경치도 쓸쓸해만 보일 뿐이었다.

200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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