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아침에 인사드립니다. 풍성한 결실을 주신 하나님의 은혜로 가족들이 함께 모여 명절을 보냅니다. 오랜만에 모인 대식구를 위한 식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어머니와 웃고 울며 함께 노는 아이들의 부산함이 정겹습니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를 아이들이 자라가면서 더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저에게는 남동생이 있습니다. 제가 6살이 되던 해에 태어난 남동생은 부모님이 기다리던 아들이었지만 어린 시절 몸이 약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원인은 기억나지 않지만 한 번 코피가 터지면 수건과 이불을 다 적시도록 멈추지를 않아 응급실로 가는 일이 많았고 때로는 수혈을 받아야 하는 지경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화장실에서 변을 볼 때도 코 혈관에 힘이 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고, 저와 언니들은 혹시라도 저희와 다투다가 남동생이 울어 코피가 터질까 조심해야 했습니다.

   그런가하면 중학교 시절에는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달려오는 차에 치여 왼쪽 발목을 심하게 다쳤습니다. 서너 달의 입원동안 발목을 관통하는 추를 달고 치료를 받으며 혹시라도 성장판 손상으로 한 쪽 다리를 절게 될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처음 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간 날은 다리에 힘이 풀려 서 있을 수도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어쨌거나 남동생의 치료는 잘 이루어졌고 별다른 후유증 없이 살고 있습니다. 조금만 힘을 주면 터지던 코피도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좋아졌습니다.

   그랬던 남동생이 어느새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갖고, 결혼을 하고, 첫 자녀를 낳은 후 며칠 전 둘째 자녀를 얻었습니다. 물론 아이를 낳은 것은 올케이고 가장 고생을 한 주인공입니다. 며칠 전 진통이 온 올케가 예정일 보다 이틀 일찍 출산을 하게 되어 남동생은 직장에서 휴가를 받아 첫째 아이를 돌보게 되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신생아의 아버지라고 하더라도 면회 시간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어 본인이 병원에 있을 수도 없고, 첫째 아이를 데리고 산부인과에 가면 엄마에게 안아달라고 떼쓰는 통에 올케가 쉴 수 없으며, 명절 준비에 한창인 양가 부모님께 첫째 아이를 맡길 수도 없다고 판단한 남동생은 첫째 아이와 둘이서 집을 지키며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면회시간에 잠시 병원에 들러 올케와 둘째 아이를 보고 발걸음을 돌린다고 하였습니다.

   명절 연휴가 시작되던 날에도 남동생은 첫째 아이를 차에 태우고 볼일을 본 후 면회시간에 맞추어 산부인과에 가려고 했답니다. 남동생은 뒷좌석 카시트에 앉아있던 첫째 아이가 잠이든 것을 확인하고 잠시 차에서 내려 일을 처리한 후 다시 차를 탔습니다. 그리고 산부인과를 향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탔습니다. 남동생이 거주하는 곳은 00군이고 산부인과는 00시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그렇게 고속도로에서 30분을 달린 후 “00아 그만 일어나야지.”하고 뒤를 돌아보니 아이가 없더랍니다. 혹시 좌석 밑으로 내려갔는지 찾아보고, 트렁크 쪽으로 넘어 갔는지 찾아보아도 아이가 없자 그때부터 심장이 지하 천 미터쯤으로 떨어진 남동생은 경찰에 신고를 하고 자신이 차를 세워두었던 지역에 위치한 직장 동료들에게도 연락을 하여 아이를 찾아봐달라고 했답니다.

    잠든 아이를 차에 두고 내린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미워하며 아이를 영영 잃어버릴까봐 눈물이 범벅이 되어 과속운전으로 00군으로 돌아가던 중 경찰서에서 아이를 찾았다고 연락이 왔답니다. 경찰서로 가 보니 아이는 경찰관의 무릎에 앉아 빨대로 우유를 먹으며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보고 있었답니다. 아빠가 와도 동영상을 보느라 별 관심이 없다가 동영상이 끝나자 아빠를 부르며 품에 안기더랍니다. 그렇게 아이를 잃어버린 시간동안 절망의 문턱을 넘나들던 남동생은 평안을 되찾았고 다음부터는 아이가 자고 있더라도 꼭 함께 내리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36년 전 남동생이 태어났을 때 친정어머니는 지금은 돌아가신 저의 외할머니 댁에서 몸조리를 하고 오셨습니다. 처음 남동생이 집으로 와서 안방에 뉘여 있는 것을 보고 신기해하던 기억이 납니다. 언니들은 학교에 가고 저와 남동생만 집에 남아 있으면 어머니는 제게 동생을 보고 있으라고 하시고 집안일을 하셨습니다. 동생의 입이 오물오물 하면 제가 손가락을 쏙 집어넣었고 남동생을 제 손가락을 쪽쪽 빨아대는 재미있는 장난감이 생겼었습니다. 그러던 동생이 이제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되고 잃어버린 아이를 찾느라 눈물바람으로 도로를 헤매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잃어버린 가족 없이 모두 모인 한가위, 새로운 가족이 한 명 더 늘어난 명절, 감사합니다. 북에서 온 송이버섯이 미상봉 이산가족들에게 보내졌다고 합니다.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아 한번이라도 만나보고자 오매불망 기다리는 이들의 마음이 짐작이 되는 명절입니다. 이별의 순간을 기억하며 얼마나 다짐하고 또 다짐했을지, 후회하고 또 후회했을지 상상해보게 됩니다. 많이 늦었지만 눈물과 아픔으로 오랜 세월을 기다려온 우리 민족에게 평화의 명절이 속히 오기를 기도하게 됩니다. 오늘 하루, 헤어진 가족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위로하심이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