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산티에고 순례길의 20가지 영성(2)

 아토스(Athos)  수도 자치국 방문과 산티아고 순례
 (1) 방문 동기
 (2) 성 요한 케리아(saint John Kellia) 수도원
 (3) 대 라브라 수도원(Μεγίστη Λαύρα)
 (4) 이비론 수도원(Μεγίστη Ιβήρων)
 (5) 아토스 수도사의 삶
 (6) 아토스 수도사의 영적 에너지
 (7) 한국 봉쇄 수도원의 10가지 숙제
 (8) 산티에고 길의 20가지 영성(1)
 (9) 산티에고 길의 20가지 영성(2)
 (10) 수도원 영성 회복의 과제

 9. 산티에고 순례길의 20가지 영성(2)

 아토스(Athos)  수도 자치국 방문과 산티아고 순례
 (1) 방문 동기
 (2) 성 요한 케리아(saint John Kellia) 수도원
 (3) 대 라브라 수도원(Μεγίστη Λαύρα)
 (4) 이비론 수도원(Μεγίστη Ιβήρων)
 (5) 아토스 수도사의 삶
 (6) 아토스 수도사의 영적 에너지
 (7) 한국 봉쇄 수도원의 10가지 숙제
 (8) 산티에고 길의 20가지 영성(1)
 (9) 산티에고 길의 20가지 영성(2)
(10) 수도원 영성 회복의 과제

산티에고 순례길의 20가지 영성(2)

 산티에고 길은 야고보의 길입니다. 800 km입니다. 이 길을 걷는 이가 일년에 25만명입니다. 보통 34일 걸립니다. 매일 그 길위에 있는 이가 25,000명 정도입니다. 다른 길과 달리 영성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 길을 걸으면서 하나님께서 주신 영성입니다.

 1. 만나면 헤어집니다.
 2. 끝까지 가는 공동체도 없습니다.
 3. 정도를 걸어야 합니다.
 4. 오르막 길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 길이 있습니다.
 5. 순리대로 가야 오래 갑니다. 6. 심어야 결실이 있습니다.
 7. 사탄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8. 영적 무장이 승리의 비결입니다.

지난 주에 8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지막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9. 한 사람의 힘은 무한합니다.

 스페인이 지구상 관광 2위국이 된 것은 산티아고 길 때문입니다. 산티아고란 말은 스페인어로 야고보입니다. 산티아고 길은 야고보때문에 생긴 길입니다. 야고보 한 사람이 한 나라를 놀랍게 하고 있습니다. 부요하게 하고 있습니다.

 야고보 한 사람이 온 세계를 뒤집어 놓았습니다.
 요나 하나 때문에 니느웨성 모두가 구원받았습니다.
 에스더 하나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살아났습니다.
 모세 하나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들 400년 종살이가 끝났습니다.
 아담 하나 때문에 모든 인류가 원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엘리야 하나 때문에 바알 종교가 무너졌습니다.

 만일 야고보 묘가 한국에서 발견되었다면 우리나라는 관광의 나라가 되었을 것입니다. 나는 일년에 한번 서울에서 충주 수도원까지 2박 3일 걸었습니다. 사람들이 이를 알고 나에게 내가 걸은 길을 한국의 산티에고 길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습니다. 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내가 일년에 한번 걷는 그 길이 순례길이 될 수 없습니다. 순교의 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영성이 없고 복음이 없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역사가 없는 길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나는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기념이 될 만한 사람도 아닙니다. 지극히 평범한 목사입니다.
 야고보 한 사람 때문에 산티에고 길이 생기고 온 세계인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야고보 한 사람때문에 스페인이 관광 대국이 되었습니다. 한 사람의 힘은 위대합니다.

▲ 야고보 무덤이 있는 콤포스텔라

▲ 콤포스텔라 내부

▲ 야고보 무덤

10. 전통은 힘입니다.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전통이란 말은 그대로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하면서 걸러진 작품이 전통입니다.
 
 바닷가에서 조개 둘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습니다. 조개 하나가 말했습니다.
 “내 뱃속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한 혹이 생겨 말할 수 없는 아픔을 겪고 있어.”
 다른 조개가 자랑삼아 말했습니다.
 “나는 아무 탈 없이 잘 지낸다.”
 이런 이야기를 듣던 지나가던 거북이가 말했습니다.
 “당신은 건강해서 좋겠네요. 그러나 뱃속에 혹이 있어 신음하는 조개는 지금 진주를 만들고 있어요.”
 이 말에 진주 조개는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진주는 조개가 신음하며 만들어낸 보석입니다. 정통도 그렇습니다. 1,200년 동안 수 억명의 순례자들이 걸으며 닦아 놓은 길이 산티에고 까미노 길입니다. 나는 이 길을 걸으며 이 길을 걸었던 선조들을 회상하여 보았습니다.

 특별히 야고보를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나는 주머니에 돈이 있습니다. 신발도 두 켤레입니다. 잘 때 덮을 침낭도 있습니다. 위급하면 사용할 수 있는 핸드폰도 있습니다. 입맛이 안 맞으면 맞추어 먹으려고 고추장도 넣었습니다. 그러나 야고보는 언어도 통하지 않는 이 곳을 내일 어디에서 잘지 모르고, 오늘 저녁 무엇을 어디에서 먹을 지 모르고 떠났습니다. 돌아올 기약없이 죽으러 떠났습니다.

 하나님 앞에 죄송스럽고 야고보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걸었습니다. 이미 걸은 순례자들에 비하여 행복에 겨워 있습니다. 이 길을 걸으며 한국 대학생들만 수 십명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예수 안 믿는 이들이었습니다.
“너희들 왜 이 길을 걷니?”
“유명한 길이라 걷고 싶었어요.”
“어느 정도 걸을 래?”
“완주하려고 해요.”
“이 길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 줄가?”
“네.”

▲ 1200년 전통 까미노길

▲ 순례길

▲ 순례길

 나는 그에게 야고보에 대하여 설명하며 전도하였습니다. 기독교도 모르고, 천주교도도 아닌 이들입니다. 야고보도 모르는 이들이 유명한 길이라고 이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처럼 걷다가 복음을 접하는 이들이 부지기 수입니다. 야고보는 죽었지만 야고보는 지금도 전도하고 있습니다.

 야고보는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1200년 동안 믿음의 선배들이 걸었던 길을 그들의 영성을 접하며 걸었습니다. 전혀 피곤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많이 걸을 때에는 40 km, 적게 걸을 때에는 20 km 걸었습니다. 전혀 피곤하지 않았습니다. 나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을 한 사람도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내가 나를 생각하여도 신비스럽기만 하였습니다. 나이도 잊었습니다. 7월의 더위도 멀리 차냈습니다. 기쁨과 즐거움만 솟아 올랐습니다.

 나는 매년 서울에서 충주 봉쇄 수도원까지 130 km를 탁발로 걸었습니다. 돈도 가지지 않고 무작정 걸었습니다. 피곤을 느꼈습니다. 발톱이 두 개 가량 빠졌습니다. 그러나 산티에고 길은 800 km도 즐거웠습니다. 전통이 영성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영성이 전통을 이어가게 하는 동력이었습니다. 전통은 힘입니다.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11. 완성의 기쁨은 잠간입니다.

 산티아고 길은 건강한 사람이 정상적인 걸음으로 교과서적으로 걸으면 34일 걸립니다. 나는 완벽하게 다 걷지 못 하였습니다. 시간 때문입니다. 중간에 기차를 타고 브로고스까지 점프하였습니다. 산티에고 순례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la) 광장에서 끝납니다. 땀도 많이 흘립니다. 매일 빨래를 합니다. 사탄과 매일 싸웁니다. 돈도 많이 들어 갑니다.

 그렇게 하고나서 이 광장에 도착하면 무거운 배낭을 던져 버립니다. 그리고 발랑 누어 하늘을 보고 환성을 지릅니다. 자전거를 타고 달려 온 이는 자전거를 던져 버리고 헬멧을 딩굴리며 환성을 지릅니다.

▲ 순례를 마치고 길거리에 버린 배낭

▲ 무거운 배낭의 짐

▲ 피레네 정상에서

 그러나 그 기쁨은 30분 정도면 사라집니다. 그리고 교회안으로 들어가 건물 순례를 시작합니다.
 
 올림픽 출전 선수가 평생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합니다. 그리고 올림픽에서 금메달 목에 거는 순간의 기쁨을 맛보려고 그렇게 합니다.
 8882m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하는 이들은 2년 동안 훈련하고 등정에 필요한 짐 2억원 상당을 가지고 2 달동안 생명을 건 사투를 벌이며 정상으로 올라갑니다. 정상에서 사진 한 장 찍고 내려 옵니다. 불과 10분이면 끝납니다.
 준비는 길고 정상은 잠간입니다.
 우리는 모두 천국에 가서 하나님이 등 두드려주시며 “내 종아! 수고하였다” 이 말 한 마디 들으려고 이렇게 수고하고 있습니다.

  7월의 태양밑에서 매일 땀으로 목욕하며 고생하며 걸어 와서 이 광장에 섰을 때 감격은 하늘을 찌를 것같습니다.
 “야! 이제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어가라고 하여도 갈 수 있겠구나!”
 자신감이 온 몸을 감습니다. 긴 순례의 마지막은 잠간 기쁨을 맛보는 순간입니다. 세상적 기쁨은 잠간입니다. 완성의 기쁨은 잠간입니다.

 12. 쓸 데없는 짐을 지고 가지 말아야 합니다.

 나는 이미 이 길을 걸어 완벽하게 걸었던 임 광지 목사님의 경험을 빌렸습니다. 떠나기 전에 우리 세 명이 임 목사님 지시를 따라 배낭을 꾸렸습니다. 품목중에 손톱깍기가 있습니다. 준비하였다가 도중에 버렸습니다. 얼마든지 빌려 쓸 수 있었습니다. 면도기도 버렸습니다. 수염을 내내 길렀습니다. 처음으로 한 달동안 수염을 깍지 않았습니다.

 감기약, 비상약을 철저히 준비하였지만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도중에 버렸습니다. 꼭 감기걸릴 것을 믿고 감기약을 가지고 가는 것같았습니다. 설사날 것을 믿고 설사약을 지니는 것같아서 버렸습니다. 믿음으로 안 가지고 가도 될 뻔하였습니다.

 김치는 안 먹어도 삽니다. 라면 없어도 충분히 삽니다.
 노트북은 꼭 가지고 가고 싶었는 데 너무나 무거워서 넣었다가 무게를 줄이느라고 뺐습니다. 종이에 손으로 살아 있는 감정의 글을 적느라고 혼났습니다. 노트북 생각이 제일 많이 났습니다.

 우리는 필요없는 것들을 너무 많이 지니고 가느라고 고달픕니다. 옛날 사람은 37가지만 있으면 살았는 데 현대인이 필요한 것은 500가지가 넘는다고 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핸드폰없이 살았습니다. 지금은 핸드폰없이 살 수 없습니다. 20년 전만 하여도 에어컨 없는 교회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에어컨 없는 교회는 상상도 못 합니다. 교인들이 아예 오지 않습니다.

 순례길은 꼭 필요한 물건만 필요한 만큼 있으면 제일 좋은 순례를 할 수 있습니다. 산티에고 길을 걸으면서 절실히 느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치약을 짜서 칫솔에 묻히며서 중얼거렸습니다.
 “오늘은 이만큼 무게가 줄겠구나!”
 짐이 점점 무겁게 느껴질 때 칫솔도 너무 긴 것 같아서 잘랐습니다. 며칠 지나 더 잘랐습니다. 일기를 쓰면서 일기장을 넘기다가 지하철 안내가 있기에 찢어 버렸습니다. 1g 줄이면 1m 쉽게 가는 것같았습니다. 1kg 줄이면 1km 가는 것 같았습니다.
 
 가다 보면 운동화 버린 것을 종종 봅니다. 긴 여정, 산길을 가다가 운동화가 찢어지면 갈아 신을 신을 모두 여분으로 지니고 갑니다. 무거우니까 버린 운동화가 종종 보였습니다. 이런 운동화를 주워 화분 만든 곳이 여러 곳입니다. 바지가 버려져 있기도 합니다. 불필요한 짐을 버리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산티에고가 주는 영성이었습니다.

▲ 버린 신발

▲ 버린 신발을 나무에

▲ 버린 신발 화분

▲ 버린 신발 화분

▲ 바지를 버리다.

13. 고비가 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800 km 의 긴 여정입니다. 첫 날이 제일 힘든 코스입니다. 1400 m 피레네 산을 26 km 걸어서 넘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는 평탄하다는 소망이 나를 당겨주었습니다. 피레네 산을 넘으면서 경치에 도취되어 흐르는 진액의 땀으로 고달픔은 대체되었습니다. 힘들 때 잔디밭에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였습니다.

 밑에서부터 몰려오는 구름,
 거니는 양 떼, 소 떼,
 그리고 인도하는 양이나 소 목에 걸린 종 소리,
 지대가 높아 불어 오는 찬 바람.

 이런 것들은 피레네 산을 오르는 힘든 고비에서 맛보는 향기였습니다.
 산티에고 순례길 800 km의 고비는 200 km입니다. 이를 마(魔)의 고비라고 부릅니다. 특별히 안 걷다가 걷기 시작하는 사람은 한 걸음 한 걸음이 천근 만근입니다. 그래서 순례길에 들어 서기 전에 한국에서 매일 10 km 씩 걷는 훈련을 하다가 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200 km 넘으면 그 다음부터는 쉽습니다.

 보잉 747 비행기도 10 km 오를 때까지 3분이 고비입니다. 기름을 쏟아 부으며 오르는 단계입니다. 그러나 10 km 오른 비행기는 순탄하게 진행합니다. 비행기가 뜰 때에는 기름을 퍼 붙습니다. 그러나 일단 궤도에 오르고 나면 평탄합니다.

▲ 오르막길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길이 있다.

▲ 피레네 산위에서

▲ 구름위에 피레네

 교회도 창립하고 3년 안에 자립하지 않으면 영영 자립이 힘들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이같이 인생에도 고비가 있습니다. 고비를 넘길 때마다 성숙하게 됩니다. 고비를 넘기지 못 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산티아고 길의 고비는 200 km 내외입니다. 이 고비만 넘기면 쉬게 갈 수 있습니다. 인생도 그 것만 넘으면 되는 고비가 있습니다.

 14. 과정을 즐겨야 합니다.

 한국인에게는 과정이 없습니다. 여행을 같이 하다 보면 관광 버스에 올라 잠을 잡니다. 목적지에 오면 눈을 비비고 일어나 나가 관광합니다. 그리고 다시 버스로 돌아와 잠니다. 다음 관광지를 기다립니다. 과정이 없습니다. 산티에고를 순례할 때에도 오직 목표는 산티에고이기가 쉽습니다. 걸으면서 주변 경치를 즐기고, 창공을 바라보며 가슴을 펴지 못 합니다.

 여기서 저기를 생각하고, 저기서 여기를 생각합니다. 여기에서는 여기 일을 하고 저기 가서는 저기 일을 하지 못 합니다. 여름은 여름대로 여름을 즐기고, 겨울은 겨울대로 즐겨야 합니다. 산티에고 전 과정을 즐기는 순례가 가장 바람직한 순례입니다.
 오늘도 즐기고 내일도 기뻐하며 이를 이으면 항상 즐거운 과정의 순례가 됩니다.
 항상 현재를 즐겨야 합니다.

 사과 10개가 쟁반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10개 중에 가장 안 좋은 사과를 먹습니다. 좋은 것을 남기고 싶어서입니다. 그리고 9개중에 가장 안 좋은 것을 찾아 먹습니다. 10개 사과를 먹을 때 항상 안 좋은 사과만 먹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 사람은 10개중에 가장 좋은 사과를, 9개 중에 가장 좋은 사과를 먹습니다. 10개를 먹으며 항상 기분이 좋습니다.
 삶의 자세입니다. 한 사람은 늘 안 좋은 사과를 먹고, 한 사람은 늘 좋은 사과만 먹습니다.

 충남 아산에서 여행을 좋아하는 황 수남 집사와 이 사랑 집사가 결혼하였습니다. 결혼하고 세계 여행을 떠나자고 약속을 하였습니다. 가을에 딸을 낳아 가을이라 이름을 지었습니다. 3살된 가을이를 안고 업고 걸리며 3천만원 예산으로 9개월동안 세계 여행을 다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우리와 며칠동안 같이 지내며 걸었습니다. 한 동안 가을이는 우리 모두에게 재롱으로 기쁘게 하는 꽃이 되어 주었습니다.

▲ 가다가 자기도 하고

▲ 가다가 광야를 즐기기도 하고

▲ 수남 가족과 함께

 산티에고 순례길은 과정을 즐겨야 합니다. 스페인은 우리 나라 남북한의 2.5배입니다. 인구는 4,600만입니다. 그래서 스페인은 즐기여야 할 공간이 많습니다. 공간이라는 말은 자연이라는 말입니다. 그 넓은 자연속을 걷게 되어 있는 산티에고 길은 매력적입니다. 목표만 보고 걷기에는 아까운 공간입니다. 인생도 그렇습니다. 과정을 즐겨야 합니다.

 15. 목표 달성보다 사람이 중요합니다.

 목적지에는 못 가더라도 사람을 잃으면 안 됩니다. 그런데 팀으로 오는 사람들은 100%가 불편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고 합니다. 싸우지 않는 팀은 없습니다. 우리는 세 명이 걸었습니다. 우리도 불편한 관계에 빠질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치유는 예배였습니다.

 출발지부터 매일 아침 일어나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출발하더라도 야고보서로 렉시오 디비나 방법으로 예배를 드렸습니다. 보기-찍기-씹기-넣기, 4과정으로 성경을 보는 방법입니다. 1000년 이상 수도사들이 성경을 연구한 방법입니다.

 과일 가게 가서 과일을 둘러 <보기>, 한 가지 먹으려고 <찍기>, 입에 넣고 <씹기> 그리고 입안으로 <넣기>를 합니다. 우리 세 명은 야고보의 길을 걷기에 야고보서를 가지고 예배드리기로 하였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세 명이 둘러 앉아 야고보서를 일정부분 <보기> 그리고 자기에게 와 닿는 말씀을 <찍기>하였습니다. 그리고 묵상하는 <씹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서로 돌아가며 이야기하였습니다. 보기, 찍기, 그것을 씹기, 그리고 소화시키기를 하였습니다.
그 말씀을 되새기며 하루를 걸었습니다.

▲ 걷다가 쉬며 친교를 나누고

그렇게 야고보서를 한번 다 재료로 삼아 예배드렸습니다. 그리고 같이 기도하였습니다. 목적지보다 사람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문제가 없었습니다. 사람이 우선인 세상이 가장 바람직한 세상입니다. 야고보가 이 길을 걸은 것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려는 것 오직 하나였습니다.   산티에고 영성은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는 영성입니다.

 16. 심판받을 날이 있습니다.

 걸으며, 자며 그 곳에서 도장을 받아야 합니다. 산티에고 순례자는 특별한 순례자 여권 끄리덴시알을 받아야 알베르게에서 잘 수 있습니다. 그 여권에 도장을 받아야 합니다. 여러 날 흐를 수록 도장이 늘어 납니다. 그 재미도 있습니다. 어느 덧 순례자 여권이 곳곳에서 받은 도장 표시로 가득 찹니다. 산티아고에 가서 순례자 증명 발급 사무실에 제출합니다. 15명쯤 앉아 있습니다. 이들이 도장을 점검합니다. 몇 km 정도 걸었는 지 계산합니다. 100 km 이상 걸으면 증명서를 발급하여 줍니다.
 얼만큼 걸었는 지 점검받는 순간입니다.

 우리도 하나님 앞에 가면 어떻게 살았는 지 점검하는 심판의 날이 분명히 있습니다. 사람이 한번 죽는 것은 정한 것이요 죽은 후에는 반드시 심판이 있다고 히브리서는 증언하여 주고 있습니다. 그 때 잘 했다 칭찬받는 종과 악하고 게으른 종이 갈라질 것입니다. 산티에고 길은 심판을 생각하는 영성의 길입니다.

▲ 순례자 여권

▲ 가는 곳마다 도장을 받는다.

 17. 결론은 다 만납니다.

 모든 순례자는 모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광장에서 만나게 됩니다. 10여 곳 이상의 길이 모두 이 곳에서 끝납니다. 공교롭게도 스페인은 주먹같이 생겼습니다. 가리비 조개 껍질같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산티아고 까미노 길의 상징은 가리비입니다. 표시판 상징도 가리비입니다. 배낭에 가리비를 매달고 걷게 됩니다.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도, 걸어 온 사람도, 자동차 순례를 한 사람도 결론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광장입니다. 헤어졌던 사람들도 여기서 다 만나게 됩니다. 영국에서 오는 길이 있습니다. 포르투갈에서 출발한 길도 종착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입니다.

 우리 모두의 종착역은 천국입니다.
 어느 나라에서 예수를 영접하였어도 천국에서 만납니다. 100년 전에 믿은 사람도 100년 후에 믿을 사람도 모두 천국에서 모이게 되어 있습니다. 천국은 그리스도인 모두의 가리비입니다.

▲ 산티에고 길의 상징 가리비

▲ 산티에고 길의 상징 가리비

▲ 길바닥에도 가리비 표시

 이 광장의 뒷 이야기가 있습니다. 야고보의 무덤 위치가 묘연할 때였습니다. 어느 사람이 숲속을 걷고 있었습니다. 숲속 동굴에서 별빛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이상하여 가보았습니다. 야고보의 무덤이 그 안에 있었습니다. 파이오(Paio)가 처음으로 무덤을 파헤쳤습니다.
 위대한 발견을 하는 순간입니다.

 그 후 그 곳을 ‘별의 들판’이란 뜻으로 콤포스텔라(Campus Stellae)라고 불렀습니다. 그래서 그 무덤 위에 대성당이 건축되면서 도시가 형성되었습니다. 교황 레오 3세가 이곳을 성지로 지정하였습니다. 그 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예루살렘, 로마와 함께 유럽 3대 순례지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도시의 중심부에 위용 있게 서 있는 산티아고 대성당은 순례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산티아고는 이 성당보다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습니다.

▲ 산티에고 위치

▲ 콤포스텔라

 중세기에 이미 순례자가 50만명이 넘었습니다.
 그 옆에는 17세기에 세워진 산 마르띠뇨 삐나리오 수도원(Monasterial San Martino Pinario)이 있습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천국에서 다 만납니다.

 교회 역사상 가장 교회를 많이 개척한 교회는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은혜 한인 교회라고 피터 와그너가 그의 책에서 평가하였습니다. 나는 그 교회 부흥회를 네 번 인도하였습니다. 내가 60세 때 김 광신 목사님은 80세 생일 맞았습니다. 전화가 왔습니다.
 “강 목사! 내 80세 생일 예배를 드리려고 하는 데 우리 교인들이 목사님 축사를 듣고 싶어해요. 미국까지 오라고 하기 미안하니 3분 동영상을 보내 줄 수 있어요?”
 나는 3분 동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김 광신 목사님을 너무나 존경합니다. 지금은 미국과 한국 따로 살고 있지만 천국에 가면 같이 나란히 살고 싶어요. 나는 김 목사님이 나보다 먼저 천국에 가실 것을 믿어요. 천국에 먼저 가시거든 그 옆 집은 내가 갈 때까지 비어 두세요. 천국에서는 옆에서 살고 싶어요. 존경합니다.”
 이 동영상을 수 천명 앞에서 방영하였습니다. 그 후 내 전화에 수많은 이들이 문자를 주었습니다.

 “그 옆에는 내가 살거예요.”
 우리는 모두 천국에서 만납니다. 산티에고 길 순례자는 모두 콤포스텔라 광장에서 만납니다. 산티에고 영성은 우리 모두 천국에서 다 만날 것을 알려 줍니다.

 
 18. 다 버림으로 끝납니다.

 긴 세월을 먹고 자고 입으려면 배낭은 필수입니다. 지팡이도 반드시 필요하였습니다. 언덕을 오를 때 의지하면 쉽습니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 가고 내려 올 때에는 지팡이가 속도를 조절하여 줍니다. 평지에서는 자기 몸을 밀어 줍니다.
 저녁이면 풀고 아침이면 배낭을 꾸리는 작업이 매일 일과입니다.

 너무 힘들어서 돈을 주고 배낭을 미리 보내기도 합니다. 이 때 지팡이만 들고 나서는 발걸음은 날라갈 것같이 가볍습니다. 산티에고는 93,000명이 사는 작은 도시입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그 앞에서부터 버린 물건들이 쌓여 있기 시작합니다.

 콤포스텔라 광장에 도착하였더니 길바닥에 배낭을 송두리채 버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순례를 마치고 대부분 사람들이 가는 곳이 있습니다. 무시아입니다. 바닷가입니다. 여기에 비석이 있습니다. “0”이라고 썼습니다. “끝의 끝”이라는 말입니다. 지는 서양 해를 바라보며 구덩이에 배낭을 던집니다. 그리고 불태웁니다. 지금은 하도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여 법적으로 못 하게 합니다.

 “내가 지고 온 무거운 짐을 버린다.”
 이런 심정입니다. 그리고 그 곳에 동굴이 있습니다. 동굴을 기어서 9번 들락 날락 하면 하나님이 축복하신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모두 그렇게 합니다. 그런 예식으로 순례를 끝냅니다. 나도 가지고 갔던 내의를 모두 버렸습니다.

 이것이 인생입니다. 인생의 순례길을 끝내면 다 버리고 홀로 떠나야 합니다. 제비는 자기가 만든 둥지를 미련없이 버리고 떠납니다. 그러나 사람은 많이 가질수록 버리지 못 합니다. 산티에고 까미노 순례의 결론은 “버림”입니다.

▲ 길거리에 버린 배낭

▲ 마지막 무시아에서

▲ 마지막 순례를 마치며

 19. 결론의 결론은 죽음입니다.

 산티에고 순례길의 끝은 야고보 무덤입니다. 야고보 무덤이 이 곳에서 발견되었기에 생긴 길입니다.
 순례를 끝낸 순례자는 제일 먼저 중앙 기둥의 중간 부분을 오른손으로 만집니다. 그리고 무사히 순례를 마친 것을 감사합니다. 수많은 순례자들이 이 기둥을 만져서 파져 있습니다.

 그 곳에 마태 동상이 있습니다. 마태 머리에 자기 머리를 대면 사도의 지혜가 온다고 하여 머리를 대는 이들이 많습니다. 지금은 못 하게 철책으로 막아 놓았습니다.
 2층 높이에 야고보 동상이 동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 동상을 뒤에서 만질 수 있습니다. 좁은 계단으로 줄 서서 올라가서 야고보를 뒤에서 안아 볼 수 있습니다. 너무나 많은 순례객들이 손을 대서 동상이 반질반질합니다. 그 밑에 야고보 무덤이 있습니다.

 그 무덤에서 산티에고 순례는 종지부를 찍습니다. 무시아는 가도 되고 안 가도 됩니다. 야고보 무덤을 보고 가서 순례 증명서를 받아 들게 됩니다. 대략적으로 하루 평균 800명 정도가 증명서 발급을 받습니다.

 인생의 총 결론은 죽음입니다. 산티에고 길의 끝이 무덤이라고 하는 사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5년 전 내가 묻힐 관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지금도 우리 교회 한 방은 내 관이 놓여 있는 방입니다. 이 방에는 관리 장로님 외에는 들어 와 본 교인이 없습니다. 제롬은 늘  해골을 책상위에 놓고 살았습니다. 헤밍웨이가 “바다와 노인”을 저술한 키웨스트 방에 가 보았습니다. 바다가 보입니다. 그 앞에 해골을 놓아 두었습니다.

 아토스 수도사들도 선배 수도사 해골을 모두 볼 수 있도록 진열하여 놓고 수도하고 있습니다.
 순례의 결론은 무덤입니다. 사람은 순례하는 흙덩어리입니다. 산티에고 영성은 죽음을 준비하는 영성입니다.

 20. 과정이 힘들면 결과가 아름답습니다.

 산티에고 길을 순례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 걷고 싶어요.”
 그렇게 고생하였는 데도 불구하고 다시 걷고 싶다는 고백을 합니다. 영성이 있는 사람은 좋은 것을 반복하고 싶어 합니다. 나도 산티에고 순례길 100 km를 남겨 놓고 이런 문자를 성도들에게 보냈습니다.

 이제 100km 순례를 남겨놓고 있습니다.
 비계는 근육이 될 수 없습니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입니다.
 과정이 힘들면 결과가 아름다울 줄 기대합니다.
 내 우산은 내가 들려고합니다.

 누구를 변화시키려 하지 않고 나는 하나님 앞에서의 나로 살려고 해요.
 스페인의 대륙을 걸으며 많은 생각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똑똑한 사람은 나쁜 것도 빨리 배우지만 하나님의 사람은 세상의 무가치를 유가치하게 보고 세상의 유가치를 무가치로 선포하게 되네요.
 모두의 기도의 힘이 이 곳으로  확실하게 공명되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80세에 한번 더 순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있네요.

 샬롬

 순례자 모두의 심정이 그렇습니다. 산티에고 순례길을 걸은 사람은 거의 모두가 다시 찾게 됩니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 데 많은 사람들이 두 번, 세 번  계속 걷는 이들이었습니다.
 콤포스텔라에서 프랑스 노부부를 만났습니다.
 “우리는 매년 걸어요.” 정기적으로 매년 산티에고 길을 찾으며 부부의 정을 나눕니다.

 내가 만난 사람 가운데 제일 많이 걸은 사람은 9번입니다.
 제일 긴 거리를 걸은 분은 대전 김 영환 장로님으로 2,700 km를 걸었습니다.
 고위 공무원 은퇴 기념으로 이 길을 걷고 있다는 대구의 윤 현기 선생님은 900km를 걷고 있었습니다.
 사업하시는 최 봉재 사장님은 생각날 때마다 와서 걷는 데 이번에는 1400 km를 걸었습니다.
 아산의 황 수남 집사, 이 사랑 집사 부부는 3살 된 가을이를 데리고 9개월 세계 여행을 다니다가 산티에고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이삭은 자기가 죽을 뻔 하였다가 살아난 바위를 늘 반복적으로 찾으며 하나님과 교제하였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삭개오는 자기가 주님을 만난 뽕나무에 아침마다 물을 주며 사랑하였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좋은 것은 반복성이 있습니다.
 산티에고 길을 마치고 돌아오면 다시 겉고 싶다는 향수에 젖게 됩니다. 좋은 곳과 좋은 것은 그리워지고 반복하고 싶어집니다.

▲ 순례를 마친 최 봉재 사장님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그렇습니다.
 산티에고 길은 다른 길과 달리 영성이 있습니다.
 1. 만나면 헤어집니다.
 2. 끝까지 가는 공동체도 없습니다.
 3. 정도를 걸어야 합니다.
 4. 오르막 길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 길이 있습니다.
 5. 순리대로 가야 오래 갑니다. 6. 심어야 결실이 있습니다.
 7. 사탄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8. 영적 무장이 승리의 비결입니다.
 9. 한 사람의 힘은 무한합니다.
10. 전통은 힘입니다.
11. 완성의 기쁨은 잠간입니다.
12. 쓸 데없는 짐을 지고 가지 말아야 합니다,
13. 고비가 있습니다.
14. 과정을 즐겨야 합니다.
15. 목표 달성보다 사람이 중요합니다.
16 심판받을 날이 있습니다.
17. 결론은 다 만납니다.
18. 다 버림으로 끝납니다.
19. 결론의 결론은 죽음입니다.
20. 과정이 힘들면 결과가 아름답습니다.
 
 저는 이제 10월로 갈보리 교회 사역을 마치고 11월 5일 충주 봉쇄 수도원에서 사역을 시작합니다. 땅속에 묻힐 때까지 숲속에 묻힐 것입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