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감신은 새로운 신학의 자유로운 토론장이었습니다. 
 

서구의 진보적 신학(혹자는 자유주의라고 하지만)을 소개했던 정경옥 교수가

비록 서로 다른 사상과 신학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인정하고 함께 토론함으로써, 제자들과 교계에

신학교라면 이 정도의 개방성과 열린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모범을

실천으로 보여주었던 바로 그런 학교가

우리 '감리교신학대학교'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120년이라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우리 감리교신학대학교가

지난 선배들의 자랑스러운 열린 토론과 학문적 성실성을

제대로 계승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뿐입니다.

진정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학문적 토론과 관용의 자세보다는

감정과 이해타산에 치우쳐 이전투구를 일삼는 볼썽사나운 현실이

우리 앞에서 목도되고 있을 뿐입니다.

교수님들은 패로 나뉘어 서로를 견제하고

신임교수들을 줄세우고, 뒤에서 은밀한 정치놀음에 천착하며

제자들의 눈쌀을 찌뿌리게 한것이 하루 이틀입니까?

지난 십수년 동안, 온갖 정치놀음과 증오와 불신과 분열의 상처로

감신의 얼굴은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학교를 떠나 보낸 시간이 5년이나 지난 지금

제가 학교문제를 놓고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을 꺼낸다는 것이 겸연쩍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금번 김준우 교수님의 탈락 사태를 바라보며

이제 마지막 남은 감신의 숨통이 더욱 깊이 조여 옴을 느끼게 됩니다. 

가끔 학교에서 김준우 선생님을 뵙고 인사를 나눌때마다

그래도 감신에 김준우 선생님이 계신 것이 참 다행이라고 수차례 되뇌였던 나였기에

이제 감신에서 '선생님'이 몇분 남지 않았구나 하는 한탄과 한숨이 절로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99년도, 복학을 하고 김준우 선생님께서 개설하셨던

[철학과 윤리의 대화]를 수강했습니다.

당시 김준우 선생님의 강의는 그다지 인기가 있는 것이 못되었습니다.

빡빡한 읽을 거리들과 집요한 질문공세로

태만하게 수업에 임하고 학점이나 챙기려는 학생들에게는

그다지 반가운 강의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학생수는 15명 정도를 겨우 넘었고, 그래서 그분의 강의는

감신대 등록금이 가장 아깝지 않은 진정한 '세미나'를 가능케 했었습니다.

매 시간, 나의 굳어진 뇌를 뒤흔들어 놓는 김준우 선생님의

절제되었으면서도 힘있는 한마디 한마디들은

나의 삶의 방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설정해 주었습니다.

비록 적은 인원이었지만, 저는 기존의 그 어떤 강의 보다도

많은 배우고, 느끼고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세미나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김준우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던 이들이 그 수는 적었을지는 몰라도 

감신과 감리교의 미래를 새롭게 그려 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도 생겼습니다.

누군가 지난 감신에서의 4년 수업중, 최고의 강의를 뽑으라고 한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김준우 선생님의 강의를 뽑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김준우 선생님께서 감신에서 계속 가르칠 수 있고 

그분의 강의가 후배들에게도 계속 개설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이제 김준우 선생님을 그만 힘들게 하시고,

감신의 선생님들!!! 옹졸하고 치졸한 행태를 그만두시길 바랍니다.

우리 동문들이, 후배들이 모두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난 우리의 위대한 선배님들

최병헌, 전덕기, 손정도, 신석구, 최용신, 이용도, 정경옥, 홍현설, 윤성범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 감신의 역사를 아름답고 자랑스럽게 만드셨던 분들입니다.

지금 선생님들께서 보여주신 모습들도 곧 '역사책'에 쓰여질 것입니다.

그리고 분명코 훗날 쓰여질 감신의 역사책에 '부끄러운 장'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지난 십수년 동안의 감신의 역사는 정말이지 역사책에 담기에 부끄러운 아픔의 역사들이었습니다. 이제라도 우리 후손들에게 감신의 아름다운 역사를 남겨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2006년 9월 9일 
               충북 음성 문수봉아래서 부끄러운 제자 홍승표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