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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과 음악』 에 대한 서평
이찬석  |  chanseo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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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년 09월 16일 (일) 01:30:56
최종편집 : 2018년 09월 16일 (일) 01:31:32 [조회수 : 4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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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과 음악』 에 대한 서평

 

 

이 찬 석(협성대, 조직신학)

미래학자들의 예언에 따르면, 미래사회에서 종교는 사라지지만 영성은 더욱 더 깊어진다. 이상한 소리로 들려진다. 영성은 종교와 함께 가야만 할 것 같은데 영성과 종교의 분리, 종교의 죽음과 영성의 부활을 예언하고 있으니 이상함을 넘어서 거북하게 들려진다. 현재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종교계를 보고 있으면 종교의 사라짐은 불편하지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종교/교회와 분리된 영성의 부활이 어색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분주하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미래사회의 물결을 보면서 미래학자들의 예언에 거부의 몸짓만을 보낼 수는 없을 것 같다.

전통적으로 영성이 추구하는 노른자위는 ‘신과의 연합’(union with God)이었다. 그 뜨거운 연합을 온 몸으로 체현하기 위하여 고대의 영성가들은 사막에 몸을 던지면서 고단하고 쓰디쓴 삶을 펼쳐보았다. 한국 교회는 그 연합을 ‘은혜’ ‘성령의 불’ ‘방언’등으로 이름을 지으면서 부흥회를 통하여 하나님과의 연합을 위하여 힘차게 노력하였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고대 영성가들의 몸부림과 한국교회의 전통적인 부흥회는 어색한 영성의 길로 비춰지고 있다. 영성의 길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열어가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 제도적인 종교가 영성을 독점하고 있다는 아집과 독단을 벗어 버리고, 종교 안에서만이 아니라 종교 ‘밖’에서도 영성의 길을 열어 젖혀야 한다. 문화적 영성, 생명적 영성, 복지적 영성, 음악적 영성 등 영성의 다양한 루트가 열려야만 한다.

찬송가 이야기(『이천진목사가 쉽게 쓴 찬송가 이야기』(신앙과 지성사))를 저술하여 한국 교회에 신선한 샘물을 선물하였던 이천진 목사(한양대학교 교목실장)가 이번에는 『영성과 음악』(나눔사)를 저술하여 음악과 영성의 통전을 시도하였다. 종교를 그리워하기보다는 영성을 그리워하는 이 시대에 음악적 영성이라는 영성의 패러다임을 한국 교회 위에 신선하게 던져주고 있다. 『영성과 음악』을 읽으면서 필자의 눈에 도드라지게 보여서 밑줄을 그었던 부분들을 소개하여 본다.

 

1. 음악은 신(神)에 의하여 시작되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음악은 천상에서 신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음악은 신을 만나는 영성이다.”(37) 저자는 악학궤범과 플라톤을 근거로 음악의 고향을 천상으로 제시한다. 악학궤범의 서문에 따르면, 음악은 하늘에서 나와 사람에게 머물고 허무에서 발생해 자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 사람의 마음으로 느끼게 하고 그 혈맥을 뛰게 해 정신을 유통케 하는 것이다.(13) 플라톤에 따르면, 창조주는 피타고라스 음률 체계의 법칙과 동일한 원리로 우주의 영혼을 만든다. 우주의 육체는 행성들이며 행성들도 우주의 영혼과 동일한 수학/음악적 관계로 배열된다. 창조주는 인간의 영혼과 육체를 만드는데 있어서도 우주를 만들 때와 동일한 원리가 적용된다. 음악에는 천상의 음악이 있고 지상의 음악이 있는데 지상의 음악은 천상의 음악을 원형으로 한다.(37)

 

2. 음악은 신과 인간이 만나는 길이다.

 

저자에게 음악은 신과 인간이 만나는 길이다. 저자는 <세종실록>과 피타고라스의 “천구의 음악이론”(The Music of the Spheres)을 통하여 신을 만나는 길로서의 음악을 들려준다. <세종실록> 악보의 ‘아악보서’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음악이란 성인(聖人)이 성정(性情)을 기르는 것이며, 신(神)과 사람을 화(和)하게 하고 하늘과 땅을 순(順)하게 하며 음양의 도(道)를 고르게 한다. 그러므로 음악은 인간이 신을 만나는 길이고, 땅이 하늘을 만나는 길이고, 음이 양을 만나는 길다.(25) 피타고라스는 현악기에 나타나는 줄 길이의 비가 태양계를 구성하고 있는 별들 사이의 거리의 비와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하여 음악에서의 비례 법칙을 조화의 근본 원리로 보고 우주에 적용하였다. 즉, 음악의 수(數)의 법칙을 우주에 적용하였다. 피타고라스는 우주에 음악이 가득 차 있다고 믿었다.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하늘에서 거대한 우주의 하모니가 펼쳐지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피타고라스에 있어서 우주는 여러 개의 줄을 가진 거대한 현악기였다. 별들이 공전할 때 이 거대한 우주의 악기는 별들이 위치한 거리의 비율에 따라 각기 다른 소리를 낸다. 별들이 움직이는 속도는 중심으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중심에서 가까운 별은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에 낮은 소리를 내고, 중심에서 멀리있는 별은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높은 소리를 낸다. 중심에서 화성과 지구의 거리 비례는 약 2대 3이 되는데, 따라서 두 별은 서로 5도 관계에 있는 음을 연주한다.(23) 그러므로 저자의 눈에 음악은 쾌락의 도구가 아니라 신을 만나는 영성이다.

 

3. 음악은 신과 인간의 만남의 통로이다.

 

최초의 찬송은 모세와 히브리인들이 홍해 바다를 건넌 후에 부른 노래이고, 최초의 찬송가는 구약성서 <시편>이다. 시편은 ‘줄이 있는 악기에 맞추어 부르는 노래’라는 뜻이다. 히브리인들은 시편이라는 히브리 찬송가를 부를 때 자신들의 신앙고백을 자신들의 가락에 담아 불렀다. 하나님의 계시에 대하여 자신의 마음을 담아 응답하였다.(61) 시편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자신들의 신앙고백을 히브리 가락에 실어 하나님께 드린 찬송가였다. 그래서 그들은 찬송을 통하여 하나님을 만났다. 찬송을 그들에게 영적인 힘을 불러 일으켰고, 그들은 노예의 자리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희망하였다.(63) <삼국사기>에는 가야금에 대하여 이렇게 전한다. “위가 둥근 것은 하늘을 상징하고 아래가 평평함은 땅을 상징하고, 가운데가 빈 것은 6합(合, 우주)에 준(準)하고 줄의 기둥은 12월에 비겼으니, 이것은 인(仁), 지(智)의 기구(器具)라 하였다.” 가야금의 맑은 소리는 하늘과 땅의 대립이 아니라 하늘과 땅의 융합에서 나오는 소리이다. 삼재(三才), 즉 하나님과 자연과 사람의 융합에서 나오는 소리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야금의 소리에서 한국인의 영성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융합의 영성’이다.(65)

 

더 나아가서 저자의 눈에 음악은 ‘신과 인간이 만나는 계단’이며, ‘신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신명’이며, ‘영성의 숨’이며, ‘멋의 영성’이며, ‘풍류의 영성’이며, ‘불이의 영성’이며, ‘사랑을 실천하는 영성’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필자는 이 문장에 굵고 굵은 밑줄을 그어본다. “하나님은 축제를 상실한 인류와 구원의 축제를 즐기기 위하여 그리스도를 보내셨다. 이것이 성육신 사건이다. 천상의 축제가 지상의 축제로 성육신하기 위한 것이 음악이다.”(33) 성육신에 대한 저자의 음악적 해석은 깊은 영성의 샘물처럼 읽혀진다. 저자는 영성과 음악에 대하여 생각을 전개하면서 교회 음악이나 찬송가에 갇혀 있지 않는다. 해바라기의 “갈 수 없는 나라” 김민기의 “아침이슬” 한영애의 “누구없소”도 음악적 영성을 위한 소재로 등장한다. 성자가 자신을 낮추어 인간의 몸을 입고 지상의 축제/잔치를 베풀었으므로 음악적 영성은 음악의 특정한 영역으로 제한될 수 없다.

그 무엇보다도 이 책의 백미는 서양음악만이 아니라 한국음악에서도 영성의 차원을 발견하여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서양의 음악, 신학, 사상에만 갇혀있지 않고, 한국의 음악, 한국의 신학(윤성범, 유동식, 김광식의 토착화 신학)에도 눈을 돌리면서 성육신에서 시작된 지상의 축제의 지평을 서양과 동양의 축제로 넓힌다. 한국교회가 추구하는 음악적 영성은 기독교적 축제이면서 한국적 축제이어야 함을 저자는 알려주고 있다. 현재 한국교회의 사랑을 받고 있는 CCM은 이 점에 있어서 저자가 던져주고 있는 생수를 받아 마셔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유난히도 노래를 좋아하였던 한국인들! 노래를 부르면서 한(恨)을 흥(興)으로 승화시키며 자기초월을 구현하였던 한국인들! 북소리에 맞추어 힘차게 박수를 치고 찬송을 부르면서 뜨거운 은혜를 받았던 한국의 기독교인들! 이들에게 하나님은 당신을 만나서 당신과 연합하는 길로서 음악을 선물로 주셨다. 종교는 추락하고 영성이 부활하고 있는 어색한 시대에 이 책, 『영성과 음악』이 널리 읽혀져서 하나님의 선물을 더 소중하게 다듬어가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소망하여 본다.

 

영성과음악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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